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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의 간섭 (세번의 간섭, 개정판)
게시물ID : mystery_95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산위의소
추천 : 1
조회수 : 185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4/05/29 07:5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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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그것은 명백하게도 그의 오만함이 빗어낸 실수였다.

'생멸 201세'가 황세자를 차기 황제로 선정되게 하는 데 큰 공을 세웠지만 황태자 주변 황실 친인척들의 질투와 견제를 무시한 결과 이런저런 모함으로 100년 근신 귀양에 처하게 되고 말았다.

그의 감방은 사방 한평의 구름 위에 위치했다.

한 일 년 쯤 잠만 자다 일어나 보니 등허리가 베겨서 잠자리에 더 이상 치댈 수가 없게 되었다.

'아. 정말 징역이 징글징글하구나. 죄 짓고는 못 산다는 말이 틀리지가 않구나!'

그는 그제사 주위를 차근차근 살펴 보기 시작했다.

구름 위에는 현대의 고시원처럼 침대가 하나, 책상이 하나 그리고 옷장이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책상을 보니 꼭 예전에 그가 다니던 초등학교때처럼 책상 위에는 온갖 낙서가 칼이고 볼펜으로 쓰여져 있었다.

내용은 뻔하게도 귀양살이 외로움을 호소하는 것이었다.

"순자야, 보고 싶다."

"희야, 인자 22년밖에 안남았다. 바람피면 죽는다. 알았제?"

등등의 갖가지 사연을 찾아 읽으며 소일하다가 그는 빙그레 웃으며 동네나 한바퀴나 해야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찌 저리 한결같을까!"

지저분한 낙서 책상에서 일어서는 그의 감상평이었다.

동네를 한바퀴 다 돌 무렵 구름 앞 대가리 쯔음에 팻말이 하나 보였다,

<근두운>

'근두운(謹豆雲)이라니!

아니 이게 손오공이 탔다던 바로 그 근두운이란 말인가!

근심할 때 '근', 머리 '두', 구름 '운'이라.

아이고 두야.

앞으로 남은 99년은 머리 아프겠구나.'

책상 위로는 거울이 하나 있었다.

거울 이름은 '백설이엄마꺼'라고 적혀 있었다.

사용설명서가 붉은 메직펜으로 개발새발 쓰여져 금간 거울 귀퉁이에 붙어 있었다.

주문; 거울아 거울아(2번)

주의사항; 잘 안보이면 닦아서 사용할 것.

거울이에게 반말하지 만세요.

거울이도 당신처럼 소중한 가족이 있답니다.

궁금한 그가 '퇴테' 침 뱉아 옷깃으로 거울을 닦고는 두번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펑'하는 소리와 함께 거울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워오르더니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요?"

"거울아, 내다"

"내가 누구요, 그리고 언제 봤다고 말을 까냐~요?"

"흠, 나 이번에 황제로 등극하실 퍼펙트 3세의 비서실장일세"

"아니 그까짓 쥐꼬리 감투로 내한테 지금 반말 짓거리로 앵긴다 말이요? 말세가 따로 없구만."

'생멸201'세는 거울이에게 명함을 바치며 바로 태세 전환했다.

"아니 은둔 고인께 인사가 늦었습니다. '생멸201세'올시다."

이런저런 이야기와 아부로 귀양터의 밤은 깊어갔다.

다음날 아침 '생멸201세'는 거울에게 들은 말을 정리해보았다.

지금 구름 밑의 세상은 지구력 BC 170만년.

아직 말이 없어서 소리로 소통을 하고 인간이라 할 수 없을 정도의 반인반수 생활을 하는 인간류가 지구상에 100명 정도 떼거리로 모여 간신히 종족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대대로 십대쯤되는 조상이 아담과 이브인 것이다.

거울이 이야기로는 선지자의 모습으로 변장을 하여 지상에 근두운을 타고 내려 갔다 올 수 있다고 했지.

그런데 근두운을 한 번 타면 밧데리가 20년은 충전해야 다시 탈 수 있는 제한이 있었다.

세월은 어찌어찌 흘러 귀양살이 100년이 지났다.

불철주야 우주의 성주괴공과 만물의 생로병사와 사생육도의 진리를 탐구하느라 바쁜탓에 그에게는 긴 귀양살이가 하루 주야 지난 것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100년 만에 두 번째지만 거울을 불러 정중하게 그간 신세진 것에 감사 인사를 하고는 부르릉 마중나온 우주선을 타고 다시 귀계와 암투가 만연한 황실로 부랴부랴 돌아갔다.

남겨진 거울이(배설이엄마꺼)는 방금 부랴부랴 떠난 비서실장이 불과 일백년만에 뜯어고친 지상세계를 내려다 보며 탄복을 금할 수 없었다.

'역시 생멸치인가 마른멸치인가 이름은 그래도 제국의 비서실장급이라서 그런지 틀리긴 틀리구만.

겨우 백 년 동안, 지상에 단 다섯 번 근두운을 타고 내려 가더니만 불도 없던 원시, 미개 유인원들이 차원이 달라졌구나!!!'

그가 보며 감탄하는 BC 170만 년의 지상세계가 거울 속에 짜잔 내려다 보였다.

그 곳에는

모닥불을 피워놓은 동굴 안에서 흰 광목 으로 몸을 두르고 호모이렉투스 어린애들이 옹기종기모여 구구단 외둣이 한글로 쓰여진 모세의 10계명을 암송하고 있었다.

첫째, 살인하지 말라

둘째. 거짓말하지 말라

세째,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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