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학부때 기계공학을 전공했거든요.
제가 다니던 학교 슬로건이 산업과 예술의 만남 이었는데
그것 때문인지 몰라도 학과 전공 필수중에 산업디자인 과목이 있었어요.
전필인데 교수는 찐디자인 전공의 외부 강사야 또... 공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분이셨어요.
한학기동안 열심히 그림 그리고 색칠하고 재미있었는데 ㅋ
최종 과제로 곤충이나 동물들을 모티브로한 아이디어 제품을 설계
하라고 내주신거에요. 왜.. 공학과 디자인의 조합이라면.. 생산 과정까지
염두해 두고 아이디어를 짜야 하잖아요? 현존하는 인류의 기술로
만들 수 없는 제품을 만들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래서 저는
아이디어와 생산성 사이의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서 아이디어를 냈어요.
아래가 아이디어 스케치 한거에요. 저 당시에 저런 거치대는 없었어요.
있었다 하더라도 나는 몰랐음. 순수 내 아이디어였음!!
그리고 저와 비슷하게 다들 양산까지 염두해두고 제품 설계를 해나갔죠. 공대생이라면 그렇게 해야죠...
근데 저 처럼 절제된 디자인과 양산 라인까지 고려한 설계를 진행한 학생들은 점수를 다 못받았어요.
동기중에 만화를 참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최고점 받았거든요. 좀 엉뚱한 친구였는데 ...
그 친구 아이디어는 디그다를 모티브로 설계한 농기계였어요. 밭에 여러마리를 풀어 놓으면 스스로
밭도 갈고 해충도 잡으며 농작물을 관리하는 로봇이었죠. 두더지 처럼 땅 속을 돌아다니다가 바위 같은게
나타나면 로봇들이 뭉쳐서 닥트리오로 변신해 바위를 옮겨요.. 이거 무슨수로 만들어요.. 아이디어만 좋으면
뭐해요.. 만들수가 없는데.. 근데 이 친구 발표 끝나니까 교수님이 박수 쳤어요. 제기랄....
그 교수 포켓몬스터 안봤을거야 분명... 다행이 저도 A+ 받긴 했는데 최종과제 점수 못 받은거 쫌 억울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