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던 날
대전 모 산부인과에서 엄마는 6시간을 누워있었고
아비란 사람은 두 시간도 못 견딘채 도박장으로 향했다
어쩌면 내가 세상에 나와 처음 터뜨린 울음은
앞으로의 내 인생의 불행을 어렴풋이 느낀 것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100일이 지나고 엄마는 화장품 회사로
아비는 직장과 도박장 사이 그 어딘가로
나는 공주에있는 친가로 흩어졌다
나를 맡기고 오는 도중에 전화가 왔단다
너무 울어서 잠을 못자겠으니 데려가라고
난 그저 100일이 채지난 아이였을텐데
가끔 엄마의 하소연을 들을때면 과장이겠지 싶다가도
그 소리를 들어도 묵묵히 있던 아비의 모습을 떠올리면 사실이구나 싶었다
미래에 더 이상 울지않고 자기 의견도 없는 조용한 아이가 되었을때
비로소 우리 장손이라 불리며 환대 받을때마다 꽤나 당황스럽기도 했었지
친가엔 삼촌이 두분이 계셨다
막내 삼촌은 내가 기억도 못할만큼 어릴때 돌아가셨고
둘째 삼촌은 내가 중학교때 시골 뒷산에 목을 매달아 돌아가셨다
우습게도 덩달아 나는 삼대독자가 되어버렸고
그 때부터 아비의 훈육이라는 이름의 폭력은 더 심해졌다
아마도 힘들게 커야 이 세상을 버틸 수 있다는 신념이 아니었을까 싶지만
삶도 게임과 같이 아쉽게도 난 그렇게 능력치가 뛰어난 캐릭터가 아니었고 그저 아프기만 했다
중학교부터 알바를 병행하며 모아왔던 내 꿈들도 그저 도박 자금으로 탕진하며
어쩌다 돈을 따면 치킨을 사들고 오고
잃으면 당연하게 폭력을 휘둘렀다 참 대단한 사람이었다
소동이 끝나고 억지로 돌아누우면
창에 비친 우는 내 모습과 주저 앉은 엄마의 모습 귓가를 때리는 고성을 피해 도망가고 싶었지만
다섯평짜리 방하나 없는 집에선 그저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성인이 지나고 대학을 가고 일을 하면서
사람들이 한번씩 내 꿈을 묻는다
어릴적 조용함은 젊잖다는 포장으로 덮여졌지만 이젠 또 내 생각이 있어야할 나이겠지
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
긴 침묵을 지나서 내 꿈을 다시금 찾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