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나무, 그 사람 /곽종희
너덜겅에 뿌리내린 그대 등을 토닥인다
꽃 아닌 꽃 피워 물다 언 몸으로 앓는 나무
계절의 경계를 건너 사로자며 서 있다
5리 밖 숨소리가 내게로 건너오고
풀 죽은 마른 등걸 꽃단풍 이울 때면
나이테 깊은 숨결 속 푸른 저항 옹골차다
단풍이 든다는 건 내 색을 버리는 일
바뀌어야 다시 사는 세상이라 말하지만
쉽사리 뜻을 바꾸는 카멜레온 되긴 싫어
가지마다 거친 수피 그 삶을 짐작한다
녹록하지 않은 무게 흔쾌히 짊어지고
오롯이 제 소신대로 길을 가는 그 사람
※ 오리나무는 낙엽 활엽수임에도 단풍이 들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