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조용한 아이였다
아니 어쩌면 그래야만 했다
떠들면 더 매를 맞고
요구하면 한숨을 쉬었으니까
가난과 고단함은 늘 그런 것이겠지
그렇게 나는 조용하고
자기표현이 없는 아이가 되어갔다
놀라우리만치 내가 그렇게 되자
어른들은 날 예뻐했다
무얼 사달라고 조르지도 않으며
티브이에는 뉴스만 나와도
만화영화를 보자며 칭얼대지 않는 아이
점잖음과 다른 무엇들로
나를 포장해가며 나는 사랑받았다
스무 살
너는 왜 꿈도 없고
의사도 없냐는 말에
당연히도 당혹스러웠다
감정을 죽인 채 칭찬받던 아이는
성인이 되자마자
오롯이 단점이 되었다
그러다 어쩌면 한 번씩
나도 모를 감정이 터질 때면
그 누구도 이해해 주지 못했다
안 그러던 애가 왜 그러니
참 모를 일이다
다시금 감정을 숨기고
웅크린 채 점이 되어간다
누군들 날 다시 좋아해 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