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바지 / 곽종희
더위에 익은 반달 뱃구레가 불러온다
숲정이 살던 매미 음계가 늘어질 때
여름은 어정거리며 뒤안길을 돌아가고
낱알조차 품지 못한 내 삶의 둘레길엔
펄럭이는 시간이 노을 저편 기울 즈음,
저절로 잊힌 이름도 혜성처럼 지나간다
너겁으로 떠다니는 쭉정이를 골라낸다
뜨거운 햇볕 이겨 옹골차게 벼린 시간
밤새워 세상 깨우며 아람으로 여문다
*배동바지- 알곡(벼)이 이삭이 나오려고 배가 불룩해질 무렵
*숲정이- 마을 부근에 있는 숲
*너겁 - 괴어있는 물에 떠있거나 한데
몰려있는 검불
*아람- 열매가 충분히 익어서 저절로
떨어질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