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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도망치고야 말았다
게시물ID : freeboard_20306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논개.
추천 : 1
조회수 : 73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4/08/23 17:49:48

많은 이유들이 있었겠지만

그 많은 이유들로

나를 변호할 수 없음을 안다

나는 어쩌면 마주하는 법을 모르는 게 아닐까

비겁한 변명을 두른 채 눈을 감아 버린다

때리면 웅크리고

빼앗겨도 참는

수많은 반복을 겪으며

어쩌면 나는 일반적인

관계에 대해 아직도

겁을 먹고 있는지도 모른다

계속된 자기 비하와

끊임없이 쑤셔대는 질병들이

한 번씩 차오를 때면

어느새 또 뒷걸음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 테지

혼자 웅크린 채로

이겨내려 하지 않은 채

참다가 또 도망치겠지

난 내가 싫다

나를 증오한다

이런 나를 나라도 좋아하지 않으면

내 곁엔 아무도 없을까

가끔은 내가 불쌍하다가도

여전히 날 좋아하지 못한다

팔 년 전 가을이 떠오른다

또 죽음으로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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