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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드리는 꿈(12-5)
게시물ID : lovestory_956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1
조회수 : 154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4/08/29 11: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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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에게 드리는 꿈


    12. 악마의 음모(5)



 이윽고 엔도가 입장하자 사회자가 모두 일어서서  박수를 치게 했다.

 “네에미, 더러워서......”

 일어서며 장이 투덜거리자 남이 얼른 입에 손을 갖다댔다.

 대의당 결성식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당수로는 박충금이 만장일치로 선출됐고 위원으로는 우오한, 김광주, 이성건, 손용목, 박동한 등 내로라 하는 부왜 문인들이 뽑혔다. 

 “덴노 헤이까 반자이!”

 간부들이 결정되자 엔도가 양 옆에 선 박충금과 김광주의 손을 번쩍 치켜올리며 만세를 선창했다. 나머지 위원들도 따라서 손을 쳐들며 만세를 불렀다.

 “덴노 헤이까 반자이!”

 이번에는 모두가 다 만세를 불렀다. 청년단원들도 따라해야 했다. 여기저기서 경쟁하듯이 선창을 하는 바람에 만세타령은 한참이나 이어졌다. 

 엔도가 연단에 올랐다.

 “에, 친애하는 애국지사 여러분! 먼저 대의당 결성을 충심으로 축하하는 바입니다. 에, 아울러 대의당을 결성하기 위해 분투하신 쓰다 의원님을 비롯한 애국지사 여러분의 노고에 심심한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에, 지금과 같은 중차대한 시기에 애국지사 여러분이 없으면 어떻게 대일본제국의 승리가 가능하겠습니까? 에, 바야흐로 적군들은 대일본제국 황군의 공격 앞에 추풍낙엽이 되고 있습니다......”

 거짓말로 일관되는 엔도의 치사를 들으며 장은 속으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삭이느라 끙끙거리고 있었다. 이 새끼야, 낮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좀 작작해라!

 대의당 결성식은 장장 세시간이나 이어졌다. 사람들은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수시로 박수를 쳐야 했고, 시도 때도 없이 ‘덴노 헤이까 반자이’를 외쳐야 했다. 말보다는 행동을 앞세우고 살아온 청년단원들은 더운데다 수시로 터져나오는 ‘만세’와 연설들에 주니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덕분에 왜나라와 부왜분자들에 대한 분노는 한결 더 강한 불길이 되었다.

 바로 그날 오후, 장태식은 경무국으로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경찰서도 아니고 경무국이라니. 최근 들어 꼬투리를 잡힐 만한 일은 한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의열대의 치밀한 활동덕분으로 자금을 모으는 일은 아무런 단서도 남기지 않고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남우현도 경무국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청량리의 정태진도, 용산의 박용덕도, 마포의 김진우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꿍꿍인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장의 이야기를 들은 강성종은 곰곰 생각했다. 놈들이 주먹잡이들을 동원해 무슨 큰일을 벌이려는 것은 분명했다. 난데없이 '대의당'이란 걸 결성한 것도 그렇고. 그게 뭘까? 도무지 짚이지를 않았다. 요즘은 총독부의 움직임을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 최후의 발악을 하느라 철통같은 보안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일단 뭐를 하자고 하더라도 하겠다고 그래야겠군. 놈들이 뭘하려고 하는지 정보도 얻고..... 그래야 제대로 된 대응방법을 찾지 않겠나?”

 “알겠소.”

 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오전, 총독부 경무국에 경성에서 내로라하는 주먹 여섯이 들어왔다. 경무과장 야마모도가 매서운 눈초리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우리 총독부는 지금까지 너희 깡패놈들을 너그럽게 대해 주고 보이지 않는 지원을 해준 것도 많았다. 그런데도 너희 깡패놈들은 대일본제국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줄 생각을 않는 것 같아 못마땅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총독부는 그 까닭을 너희놈들이 무식한 탓이라고 보고 너그럽게 용서해 주기로 했다. 바가야로 같은 너희놈들이 무엇을 스스로 할 수 있겠나. 그래서 이번에 쓰다 의원님이 특별히 너희놈들을 천황폐하와 대일본제국에 보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 것이다. 모쪼록 성의를 다해 협조해주기 바란다.”

 장을 비롯한 청년단 간부들은 속으로 야마모도에게 감자를 먹이고 있었다. 시발넘, 좆까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그럼 조선인이 조선을 위해 충성하지 너희 쪽바리놈들을 위해 충성해야 되냐, 이 새끼야! 장은 종로서장으로 있을 때 악연이 많았던 야마모도를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죽이겠다고 다짐했다.

 야마모도의 안내를 받으며 박충금이 들어섰다. 굽어보는 눈초리로 박가가 그들을 둘러보았다. 그냥 있을 수 없어 남우현이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다른 이들도 마지못해 고개를 꾸벅했다.

 “우리 총독부가 쓰레기 같은 너희놈들을 지금까지 용서해 준 것은 쓰다 의원님이 계셨기 때문이라는 건 다들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너희놈들이 아무리 말썽을 부려도 우리가 너그럽게 봐 준 것은 쓰다 의원님이 워낙 간곡히 부탁을 하셨기 때문이었다. 너희놈들 인간쓰레기들을 쓰다 의원님은 눈물로 감싸주신 것이다. 특히 장태식, 내지인들을 고의적이고 지속적으로 괴롭혀 온 네놈은 의원님이 아니었으면 평생을 감옥에서 썩어야 했을 것이다. 너희 조선의 깡패놈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쓰다 의원님께 천만 번 감사를 드려야 한다, 알겠나? 다시 한번 강조하겠다. 이번에 은혜를 갚을 기회가 왔으니 목숨을 아끼지 말고 앞장서라! 그것만이 천황폐하와 대일본제국과 쓰다 의원님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알겠나?”

 “예.”

 야마모도의 말을 따라 고개를 세우기 시작한 박가는 이제 천장을 바라보다시피 하고 있었다. 헛기침을 한 번하고 난 박가가 연설(?)을 시작했다.

 “에, 이 일은 경찰의 일이 아닌가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에, 성전의 승리가 코앞인 이때, 누구 일인가를 따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에, 제군들이 경찰이 할 일을 대신해서 하는 것도 더욱 큰 충성이 될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될 일은 에, 경찰을 대신해서 성전에 반대하는 조센징놈들을 한 놈도 남김없이 감옥으로 보내는 것이다. 이런 놈들이 에, 바깥을 활보하고 다녀서는 영광스러운 성전의 승리가 빛을 바래는 것이다. 에, 이런 놈들은 지금도 바가야로 조센징놈들에게 대일본제국은 기필코 패망한다고 에, 선동질을 하고 다니고 있다. 내지에서는 성전을 위해 전국민들이 에, 전심전력을 다하고 있는 데 반해 조선땅에 비결전적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것도 바로 이놈들 때문인 것이다. 에, 다시 말하지만 성전 승리의 영광이 이런 놈들 때문에 가려지는 일은 없어야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놈들을 남김없이 색출해서 에, 감옥으로 보내야 하는 것이다. 성전의 승리가 코앞이다. 에, 고로 시간이 촉박하다. 서둘러야만 하는 것이다......”

 박가는 곧이곧대로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당장 다 죽이라 해서는 될 일이 아니었다. 많은 인원을 단시간에 잡아들이려다 보면 도주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저항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런 충돌 중에 더러 죽거나 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고 나면 깡패놈들이 코가 꿰일 것이고, 그때부터는 도주하거나 저항하면 모두 죽이라고 해도 아무 소리 못하고 따르게 될 것이다. 박가의 계산은 그랬다. 갇힌 사람들은 때를 봐서 한꺼번에 죽이면 될 일이고.

 야마모도가 엄청나게 두꺼운 책을 한 권씩 나눠주었다. 지전 만 원과 함께. 만 원이면 쌀 5백 가마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이 책은 불령조센징놈들을 주거지별로 분류해 놓은 것이다. 구역을 잘 나누어서 일을 효과적으로 진행시키기 바란다. 이번 일은 소리없이 신속하게 하는 것이 성패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철저하게 비밀리에 진행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 일을 아는 사람들은 너희놈들뿐인 것을 명심하라. 정보가 새나가면 너희놈들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 돈은 착수금이다. 거기에다 한 놈 잡으면 10원의 장려금이 주어질 것이다. 우리 총독부는 원래 대가 없이 일을 시키지 않는다. 그 대신 성적이 저조하면 각오해야 될 것이다. 알겠나?”

 왜 이렇게 많은 돈을 주지? 청년단 간부들은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단지 검거하는 데 이렇게 많은 돈을 주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했다. 하라는 대로 했다간 크게 일이 꼬일 것만 같았다.

 “그런데 과장님,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인원이 거의 없습니다. 아시겠지만 강도새끼들이 워낙 설치는 바람에 아우들 전부가 재력가들 경호원으로 고용이 돼서 말입니다.”

 다들 어물거리는 사이, 머리 회전이 빠른 남우현이 핑계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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