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일곱 살 터울의 내 동생을
졸졸 따라다니던 아이가 있었다
동네 어귀 어딘가
개천 아래 살던 아이
항상 줄줄 흐르는 코를 손으로 슥 훔치고는
바짓가랑이 어딘가에 문지르며 헤- 웃는
그 아이가 내 동생은 탐탁지 않았나 보다
한 번씩 먹을 걸 들고 와 동생에게 줄 때면
신중하고도 비장한 표정을 한 채로 눈알을 굴려
나름대로 깨끗한 옷가지에 비벼 건네주기도 했지만
역시나 동생은 탐탁지 않았나 보다
어느 날인가
얼굴엔 여전히 땟자국이 흥건한 채
자신에게 건네는 빵인지 뭔지를 건네는
손을 바라보다가는
그 아이의 배 곪는 소리에
문득 어쩌면 처음으로 그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자신은 처음이지만
항상 자신을 바라봤을 그 아이의 눈에는 그리고 얼굴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었고
동시에 많은 것이 결핍돼있었다
도망치듯 뛰어가는 그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동생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후로도 늘 그 아이가 탐탁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은 말을 섞기도 하고
때로는 코 흘리는 그 아이에게 수건을 건네기도 했으며
한 번씩 마주 보며 웃었다
비가 많이도 내리던 그 어느 날
그 아이 아니 관철이는 사라졌다
누군가는 불어난 물에 떠내려갔다 했고
누군가는 수배자인 아버지 때문에 도망갔다고도 했다
개천 아래를 바라보다
손으로 코를 훔쳐본다
닦을 곳이 없이 허공에 머물 뿐이다
출처 | https://blog.naver.com/7hjieun/223568379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