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X년 11월 중순
서른 둘의 나는 아니 내 친구는
거의 5년만에 썸녀와의 피날래를 앞두고
유난히도 떨렸나보다
준비한 멘트와 손편지를 되세기며
떨리는 가슴만 억지로 누른채 아파오는 배는 신경도 못썼으니...
지금와서 생각해 보자면 사실 그 떨림도
사랑이 아닌 과민성대장에 의한 신호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무튼 그땐 나 아니 그 친구는 무척이나 떨렸으며
당연히 당사자인 그녀를 마주했을때는
추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정말 주체할 수가 없었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급똥은 나의 이성을 파괴했다
가까운 화장실을 놔두곤 급한일이 있다며
도망가듯이 기차역의 화장실로 향했고
친절한 당시의 그녀는 괜찮냐며 나의 뒤를 따라왔다
역의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며 세번인지 두번인지 이제는 중요히 않은 그 횟수지만
그저 몇번의 북북인지 뿡뿡인지 나의 메아리가 들리고 나서
어느순간 그녀는 사라졌다
사실 북북도 아니고 뿡뿡도 아니엇다
오르며 싸버린 그 무게를 그녀는 뒤에서 느꼈을테니까
그 후로는 그녀를 볼 수 없었다
물론 그녀가 나를 볼 수 없었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가끔 에스컬레이터를 탈때면 뒤를 돌아보고는 한다
혹시 그녀가 있을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