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이유도 생각하지 못할 만큼
아버지란 사람에게 많이도 맞았었다
여섯 살의 나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맞아야 했던 걸까
어느 여름날
학교를 파하고
어머니에게 에어컨 좀 사자고
한참을 칭얼거렸다
내가 흘린 땀방울이 무색하게
밤새 계산기를 두드리던 엄마는
얼마만큼 추웠을까
어느 가을날
목을 매달았다
한 번도 날 바라봐 주지 않던 세상이
그날 나를 떨어뜨렸다
어느 겨울날
배달을 하다가 마주 오는 차를 피해
길가에 쓰러져 한참을 울었다
그뿐이었다
원래 내 인생은
보잘것없는 것들도
채워지고는 했으니까
계절이 하나였다면
한 번만 아플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