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어느 겨울날
대학 선배를 만나러 갔던
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의
수원역을 기억한다
같은 과였고
비슷한 향기를 지녔으며
똑같이 글쓰기를 좋아했다
무엇보다 내 글과 나에 대해
항상 좋은 점만 바라봐 주던 사람이었다
유난히 추웠던 그날
피어오르는 홍합탕의 열기와
따뜻한 정종의 목 넘김과
나를 바라보며 따스한 미소를 짓던 선배를
떠올려보면 어쩌면 그날의 수원역은
홀로 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같이 글을 쓰다가는
글을 잘 쓸 수 있다면 벙어리가 되어도 좋다던
누나의 말을 문득 떠올려본다
아직까지도 글을 쓰는지
아니면 바쁘게 수다쟁이로 사는지
그저 궁금하고 행복하길 바라볼 뿐이다
나에게 겨울에 봄을 준 것처럼
항상 봄에서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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