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어깨를 주무르다가
다시금 시작된 옛날이야기에
서로 미안함만 쏟아낸다
지금은 그냥저냥 먹고살지만
엄마는 어릴 적 김치와 얻어온 장아찌들만 먹인 게
아직까지도 한스러웠나 보다
지금은 그냥저냥 둘이 살지만
나는 엄마가 맞을 때 지켜주지 못한 게 미안했나 보다
씁쓸함에 홀로 나간 길거리에서도
여전히 미안함만 가득할 뿐이다
한 걸음 한 걸음 걷다가
어느새 차가워진 날씨에 옷가지를 만져본다
헤져버린 바지에 끈 떨어진 슬리퍼
난 언제부터 이렇게 보잘것없는 사람이었나
상념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한다
차디찬 방안에 이불을 꽁꽁 싸맨 채로
엄마가 날 보며 방긋 웃다가
그제야 보일러를 켠다
내가 없는 엄마는
홀로 겨울이었구나
방 안에 들어와 홀로 눈 감는 지금도
역시나 미안함만 가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