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아무리 그래도 쓰러진 사람은 돌아봐야된다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오늘부터는 아닙니다.
이제 겨울이 옵니다.
엄동설한 길에 뻗어서 얼어 뒈/지/건
꼴리는 대로 차도로 기어나가다가 사고나서 갈리건
그래도 인정이 있어서, 제 겉옷조차 벗어서 입혀 보낸 적도 있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칭찬 한 번 안 해줘도, 위선이라고 욕을 먹어도.
제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이제부터는 나이 제한 갑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서 30년 넘게 살면서 누가 틀ㄸ인지도 대략 외우고 있습니다.
이름은 몰라도, 얼굴 보면 어디에서 뭐하고 사는 틀ㄸ인지 알고 있습니다.
십수년 넘게 동네 반장 하면서, "옛날에는 반장이 여자도 붙여주고 술도 사주고 그랬는데" 이딴 소리까지 들으면서도 참았습니다.
- 동네 잔치 안 열어주냐고 몇 년에 한 번씩 시비거는 틀ㄸ이 몇 마리 있습니다.
틀ㄸ으로 보이면 배려고 뭐고 밟고 갈 겁니다.
틀ㄸ 들이 원하는 세상입니다.
강자가 약자를 짓밟고 가는 게 당연한 세상 말입니다.
횡단보도 건너는 중에 너무 느리게 간다 싶길래 부축해서 길 건너게 해주는 와중에 한다는 소리가.
"요즘 애/새/끼들은 쉬운 일만 할라 그래서 그런가 노인들을 안 도와줘! ㅉㅉㅉ" 이런 식이었습니다.
개중에는 "아이구 고마워라" 라고 말하는 "어르신" 도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도와주고 나서 좋은 말은 고사하고, "하는 김에~" 라는 식으로 골수까지 뽑아먹으려고 드는 경우를 제법 많이 겪어봤습니다.
업어서 집까지 데려다 달라 정도는 양반이었고, 역대급은 "택시비 내놔라" 였습니다.
횡단보도 건너는 거 도와주고 갈 길 가려고 하니까 택시 잡는 거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요즘 카카오니 뭐니 잡기 힘든데, 손으로 신호 보내는 것도 힘들겠다 싶어서 택시 잡아주려고 손 흔들고 있으니 진짜로 저렇게 나왔습니다.
"택시비 좀 빌려줘봐" 라고 정말 아주 당당하게 나오더군요. (그래서 택시 잡아주던 거 관두고 바로 제 갈 길 갔습니다.)
그나마 밑바닥에 남아있던 인정과 자비까지 말려버리겠다고 덤비는 것에도 꾸역꾸역 참았습니다.
그래도 "좋은 일" 을 한 건 변함없으니까 라고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더는 못 하겠네요.
이제부터 틀ㄸ은 그냥 짓밟고 가겠습니다.
No more mer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