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남자는 무조건 거르겠다는 취지 자체도 맘에 안들지만 그건 논외로 치더라도 참 전략이 보이는 대로 때려부수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없더군요. 창립정신을 존중해달라고 요청하면서도 창립자 동상을 훼손하는 등... 앞뒤가 안맞는 행동으로... 이제껏 아버지가 벌어준 돈으로 학교다녔을 텐데도 남자는 무조껀 걸르겠다고 하면서 이번에 손해배상 하라고 나오면 또 아버지 손에 기대려고 할텐데... 한남 남자라고 욕 얻어먹으면서 그래도 딸이라고 학비 대준 아버지는 무슨 죄야?
사실 이런건 의미없긴 합니다. 아무리 날것의 거친 사위라도 명분만 확실하다면, 그게 정의라면 모금을 해서라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을테니까요. 근데 1980년도 아니고 2024년에 각종 여대 학생회들이 내놓은 입장문이란게 아직도 여성의 사회진출을 운운하는 실정이니 안타까울 따름이죠. 서연고나 다른 대학들을 나오면 여성의 사회진출이 어려운 세상도 아닌데 말이에요. 여학생들의 대학진학율이 남학생들보다 높은지가 10년이 넘은 이 시대에 참 공감해주기 어려운 명분이죠. 여대가 좋아 입학했고 그 자체로 자부심 가진 여학생들 입장에서 하루아침에 여대라를 타이틀을 잃는다는게 기분 안좋은건 공감합니다만, 공감을 넘어 대의명분을 얻고 지지를 얻으려면 반짝이는 비전을 제시해줬음 해요. 몇 년 전 숙명여대 트렌스젠더 학생의 입학거부논란때도 완전히 실망했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마찬가지... 시대에 걸맞는 비전은 사라진지 오래네요.
이게 정답임.. 시위를 포함해서 모든 정치적 행위의 근거는 "명분"입니다.. 유시민도 썰전에서 여러번 말했던 내용이죠. 정치는 명분으로 움직인다고..
똑같은 형태의 시위를 했더라도 명분이 독재정권이나 군사정권을 향한 저항 또는 생명권을 위협받는 수준의 탄압에 대한 저항이라면 뭐라 하나.. 근데 고작 "남녀 공학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에 대한 저항의 명분으로 시위를 한 것인데.. 저런 행태의 거칠고 폭력적인 행위가 용인되겠냐고..
원글처럼 거칠고 폭력과 훼손이 동반된 시위는 정말 손해배상 각오하고 뛰어드는건데.. 적어도 총학 차원에서 시위 경험자에게 조언이라고 구했어야지....
내가 총학회장이었음 다른 여대들이랑 연대제안하고 여대들 모두 모여서 쪽수로 밀어부치면 될 것을.. 그러면 폭력 안쓰고도 교내 광장 같은 곳에 모여있기만 해도 크게 압박되는데..
솔직히 말해서, 여성차별을 겪은 세대는 저 학생들의 어머니, 할머니 세대죠. 저도 여성학을 공부한 입장에서 과거 한국의 여성들은 비참한 차별을 당한 게 맞습니다. 여자라서 공부를 못하고 글도 못 배웠으니까요. 대학은 남자만 가는 사회적 풍조, 여자는 남자를 무조건 낳아야 한다는 남존여비사상은 실제로 있었습니다. 그런 차별에 대한 보상은 차별을 당한 여성들한테 가야 하는 게 맞죠. 여대가 있어야 한다는 걸 주장하려면 여성차별에 대한 보호를 주장할 게 아니라 전통성을 주장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좀더 까놓고 말해서 여대 자체가 사실 전통성을 강조한다지만 과거에 여성의 등금을 나눠서 공장 다니는 여자들이 여대생보다 낮은 등급처럼 매겼던 시대 아니었겠습니까? 그렇다면 현대의 여대는 대학 성적으로 여성을 뽑으면 안되는 거죠. 과거에도 그랬어야 했고요.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주장할 거라면, 여성이라서 합격이라는 걸 강조해야 하는 게 맞는 거에요. 즉, 오히려 성적 무관 입학제를 주장해야 하는 거에요. 저렇게 생 여성 사회 차별을 주장한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