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물리학(intuitive physics)이라는게 있습니다. 사람들이 생물학적으로 갖추고 태어나는, 어떤 사물운동과 같은 기본적 물리법칙에 대한 암묵적지식 같은 것인데..배우지 않고도 누구나 아는, 아주 기본적인 물리지식이라 할 수 있죠..예컨대 위에서 떨어지는 물체에 대한 감각이라던가, 던지고 궤적을 그려서 낙하하는 지점을 아는 감각이라던가, 사물에 대한 어떤 영속성이라던가...그러니까 어떤 기본적 운동법칙이나 사물의 물리적 법칙에 대한 지식을...생득적으로, 그냥 배우지않고, 미리 갖추고 태어나는건데.. 이런걸 생물학적으로 미리 갖추고 태어나는 것은 그런 환경상황에 놓여있는 생물체에게 있어 생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아기를 대상으로 이런걸 연구하는 분야가 있습니다..예를들어 어떤 기본적인 물리적 법칙을 거스르는 현상을 관찰하면 그렇지 않은 조건보다 아기의 응시율이 길어지죠) 그런데 뭣하러 물리학을 배우겠습니까 이런 자연적으로 타고나는 물리적법칙에 대한 신념, 혹은 암묵적 지식은 실제 물리법칙과 맞지 않는 것이 많이있다는거죠. 이른바 직관에 위배된다는 것이요. 실제 현실을 직관이 따라가지 못하는건 아주 흔한 현상입니다 .뉴턴이 등장하기전에 위대한 학자들이 사실이라 믿으며 갖고 있던, 그 시대 석학들이 기본적으로 공유하던 신념들을 보세요. 오늘날 고교생보다 못한 엉터리 지식이 많습니다. 그건 그 사람들이 멍청해서가 아니라, 그 직관을 통해 나온 아이디어를 경험적검증이라는 여과 없이 생성된 지식을 그대로 따라갔을 뿐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직관심리학이란 것도 있습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혼자 살아가는 개체가 아니라 다른 개체와 사회적 교류를 맺는 생물체죠. 그러기에 언어라는 도구도, 그걸 쓰는 능력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고, 사람의 얼굴지각에 대한 정보처리를 특별하게 해서 그 사람의 의중을 읽는 뭐 그런 능력도 있고, 관찰을 해서 흉내도 내고..아무튼 이렇게 인간의 마음에 있는 많은 심적 기능들이 그렇게 '타인의 존재' 라는 그 상호작용 사이에서 존재하게 됩니다. 생물체라는 환원적인 사상을 떠나서 크게는 문화현상까지도 그런 연유로 존재하게 되는거죠. 이렇듯 누구나 인간행동에 대한 이론을 갖고 있고, 또 그래야만 정상적인 사회적 삶을 영유합니다.. 타인의 의중을 다양한 경로로 읽을 줄 아는 능력. 자기가 의식하던 의식하지 않던 행동에 대한 암묵적 지식을 갖고 있는 것.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마음을 가정할 수 있는 능력. 이걸 두고 마음이론(theory of mind)라고 합니다. 마음에 대한 이론이 아니라..그냥 이론 이름이 '마음이론'입니다.(참고로 이런류의 이론을 두고 이론-이론 내지는 모듈이론, 시뮬레이션 이론이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이 자연적으로 '다른이의 마음에 대한 어떤 이론을 갖고 있다' 라는 이론이요.(어째 말장난 같네요). 이것과 관련된 가장 유명한 실험이 sally-anne test입니다. 이것이 극단적으로 안되는게 바로 자폐증이고요. 아무튼 누구나 이렇게 인간행동과 마음에 대한 이론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능력이 없다면 인간으로서 삶을 영위할 수도 없는 것이기에 자연적인 현상이죠. 이런 의미에서 인간 모두는 심리학자라는 얘기가 나온겁니다. 그런데 이게 암묵적인 직관의 모습을 벗어나서 현학적 형태를 띄고 크게 외현적 지식으로 발달된 것을 두고 통속심리학이라고 하죠.
이런 개인적인 통속심리학은 흔히 대부분이 self-help관련내용들이며 레시피적인 지식이 대부분이고 그것들은 상호간에 모순되며, 적절한 때에만 골라서 사용되는 진부하고 상투적인 표현들, 모호하여 어디에든 적용할 수 있고 이해했다는 착각을 불러오는 지적안정감만 주는 표현들의 복합체일 뿐입니다.
Self-help라는 것은 흔히 '심리학' 이라는 이름이 주는 묘한 어감 덕택에 심리학 주변에 이런 주제로 말하는 사람들이 매우, 엄청 흔하게 꼬이는편인데..(그래서 어디가서 함부로 전공이 심리학이라고 말 못꺼내는 원인이 되기도...) 대체로 자기 가치감, 유능감을 고취시키려는 목적으로 쓰여지거나 어떤 고차원적인 인간, 삶에 대한 공부라거나(흔히 사람공부한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죠),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거나..심지어는 연애이야기에서부터...어떤 삶에 대한 심오한 영적 고양을 추구한다는 그런 지식들이나 혹은 그런걸 담고 있는 책들, 그런 사람들을 말합니다..이 중 어떤건 인간행동에 대해 잘 알려진 케케묵은 생각들을 마치 새로운 것처럼 보이는 방식으로 짜 맞추는 것도 있고요..흔히하는말로 자기계발서류 서적들, 그 책들이 담는 내용들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자기계발서류 서적, self-help류 지식들은 대부분 레시피적 지식입니다.
레시피적 지식이란것은 일반적으로 "x를 하시오 그러면 당신은 보다 y처럼 될 것입니다." 또는 "z를 하시오 그러면 사람 a가 더욱 b라는 반응을 보이게 될 것 입니다." 라는 형식으로 요약됩니다. 이런건 그 지식이 실제로 어떻게 기능하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원리에 대해선 언급이 없거나, 아예 알지 못하고, 그냥 사용방법에 대한 지식만 있습니다 예를들어 대부분 사람들은 전화기 사용법을 알죠..다이얼을 어떻게 돌리고, 장거리 전화를 어떻게 걸고 받는지..하지만 전화기 작동의 기초가 되는 물리학적 원리는 모릅니다. 단지 작동시키는 방법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게 전화기에 대한 레시피적 지식입니다.
실제로 서점에 '심리학'코너에 가면 이런 self-help류 책들(혹은 그런것 처럼 보이는 책들)이 주구장창 꽂혀있는걸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내 안에서 나를 찾는다' 라거나.."xx살이 xx에 묻는다" 라거나..실제로 심리학이란 이름으로 껍데기까지 씌여져 있습니다. 이런것은 대중적으로 심리학이 이런 self-help류 문제에 집중하며 심리학자들은 레시피적 지식을 생산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란 잘못된 이미지문제를 초래하게 됩니다. 심지어 또 그런이미지에 실제로 일조하는 진짜 심리학자들이 분명히 있고요(대부분은 상담, 임상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조금 많죠. 그리고 또 베스트셀러 자기계발서를 많이 쓰는 정신과의사들도 한몫하고있고요). 이런 self-help류 서적들은 책 시장 산업에서 상당한 비용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고(그래서 해외 심리학책이 국내로 번역될때 일부러 제목 번역을 자기계발서 스멜나게 바꿔서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심리학이 직관에 묻다" 실제로는 아주 딱딱한 실험심리학 책이지만..).이런상황은 일반대중은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이 이런류의 자조적 삶의 문제나 이상행동, 정신병 치료와 연구에 종사하고 있다는 부정확한 인상을 갖게 만드는데 공헌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 대부분의 학문으로서에 심리학의 관심사는 사실 그런게 아니죠. 사실 대부분의 심리학 관심사는 인류, (심지어 동물까지) 전형적인 행동과 각종 다양한 심적기능의 작동원리에 대한 그런 인류공통의 일반원리를 구성할 수 있는 그런 연구(예를들어 기억이나 주의 연구를 한다고 치면 그건 특정한 개인의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특정현상이 아니라 그냥 인류라면 다 하는, 그런 정신적 기능으로서의 기억 메커니즘이나 주의연구가 되겠죠? 뉴기니 원주민의 기억력 서울시 종로구에 사는 철수의 기억능력을 연구하는게아니란말입니다.)를 지향한다는걸 일반 대중은 잘 모릅니다.
앞서 직관물리학의 예 처럼, 직관이 실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가 항상 흔하게 있습니다. 고대부터 있던 위대한 학자들의 통찰과 직관들, 천체의 구조와 운동, 불이나 생명의 본질등에 대한 초기 위대한 학자들의 직관들은 실제현실적 모습에서 상당히 벗어난 것이기 일쑤였으며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얼마나 엉터리로 보일 수 있는지 역사적인 교훈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면 심리학은 어떤가? 인간의 행동, 마음, 의식 이런 문제들은 그 어떤 것보다도 복잡하고 어려운 현상임에 틀림없습니다. 처음부터 이걸 올바르게 파악한다는건 아주 기적이죠. 두뇌라는건 생존을 위해 발달했고 그런 목적덕에 이런 형태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지,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달한게 아닙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다는 자동차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것 처럼요 이렇게 마음에 대한 설명에는 철학적이거나 종교적인 사색이 덧대어지거나, 개인의 '직관적 통찰'을 그대로 따라 어떤 지식을 생성합니다. 하지만 앞서 직관적물리학의 예처럼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에 대한 직관적 이론은 언제나 실제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왜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만들어진거처럼 경험적 검증 과정은 끼워넣을 수 없나요? 바로 그런 작업을 모회원님이 '심리학쟁이'라고 까내리는 학문이 하는겁니다. 이게 바로 모두의 심리학, 누구나 심리학, 통속심리학과 학문으로써 존재하는 심리학의 차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