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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SK 위장선발 논란에 대한 제 생각 - 삼팬
게시물ID : sports_456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
추천 : 10
조회수 : 73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1/05/13 14:27:52
저도 송은범 선수가 꾀병이라거나 미리부터 준비된 위장선발 상황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하지만 송은범 선수의 쾌유를 바라는 것과 별개로 어제의 행동은 위장선발이 맞다고 봅니다.
미리 계획한 위장선발이 아니더라도, 선수가 갑작스레 부상을 당하자 즉각적으로 생각해낸 위장선발이란 거죠.

3연패의 좋지 않은 분위기인데다 등판 예정이던 우완에이스마저 부상으로 투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은 어느팀이건 간에 정말 생각조차 하기 싫을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비겁한 수를 써서 그러한 핸디캡을 상대팀에게 떠넘기며 위기를 모면하려는 행동이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당장 올시즌만 하더라도 어느팀은 4번타자가 부상과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가고, 어느팀은 에이스가 부상 망령에 시달려 제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어느팀은 비싼돈 주고 데려온 용병이 제 역할을 못해줘 전력상 큰 공백을 안고 시즌을 치르기도 합니다. 프로야구팀이라면 이러한 불의의 사건사고로 전력에 큰 구멍이 난다 해도 그것을 이겨내는건 자기 힘으로 스스로 해야하는 것이지 그 핑계를 대고 비겁한 행위를 하며 상대팀에게 핸디캡을 떠안기는 행동까지 정당화 되지는 않습니다.

선발이 통증으로 등판불가할 정도 컨디션이었다면 그걸 미리 알지 못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고, (더군다나 감독이 그 꼼꼼하기로 유명하신 성큰옹이시고, 3연패로 인해 분위기가 침체되자 어제 경기는 경기시작 한참전에 일찍 나와서 선수들 훈련모습을 꼼꼼히 체크했었다고 했습니다) 미리 알았더라면 당연히 경기 전에 상대팀과 심판진에게 언급을 했어야 마땅한 일입니다. 상대 우완중에서도 에이스급 우완을 상대로 엔트리를 짜 온 상대방에게 특급 좌완을... 그것도 1회초가 지나고 나서야 은근슬쩍 마운드에 내미는 짓을 한다는 건 미리 계획했든 안했든 송은범 선수가 진짜 부상이든 아니든 위장선발과 다를게 없는 행동이니까요.

막말로 제 눈엔 김성근 감독이 경기전에 송은범 부상사실을 알고 나서는 "아이씨 X됐다.. 이왕 이렇게 된거 선발 교체하는거 숨기고 있다가 경기 시작한 뒤에나 터뜨려야지"한 걸로 밖에 안보입니다. 자기팀에 큰 사고가 터져서 마음 급한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 다른팀에게 떠넘기면 안될 짓이죠. 그렇게 따지면, 재작년 SK 사구에 진갑용 손목 부러졌을때 삼성이 '진갑용 손목부상은 고의가 아니었다 치더라도 그렇다고 우리만 불리해질 순 없지!'라면서 박경완 빈볼로 보내버리고 다른팀 주전포수들 타석에 들어설때마다 어디 한군데씩 다 부러뜨리면서 경기 했어야 할까요? 자기팀에 사고가 생긴건 안된 일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를 속이고 비겁한 방법을 동원해 '억지 핸디캡'를 떠안기는 행동이 정당한 일입니까?

SK가 최강팀이고 그게 모두 김성근 감독의 지휘 덕이라는 점에서 김 감독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자꾸 이렇게 치졸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만큼은 도저히 좋아할 수가 없네요...

어제 경기 삼성이 '위장선발로 인한 피해'를 뚫고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승패를 떠나 기분이 과히 좋지는 않네요. 우완 선발을 상대로 스타팅멤버에 들었던 좌타 이영욱은 좌완한테는 쥐약입니다. 대신 언더/사이드는 타율이 5할인, 거의 떡주무르듯하는 킬러죠. 고롤코 선발일거 알았으면 안 내보내고 좌완 대타감으로 아껴놨을 겁니다. SK필승 마무리가 저 무시무시한 정대현이고, 정대현이 언더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당연한 일이죠. 그 이영욱이 위장선발 덕분에 1타석만에 교체돼 나갔습니다-ㅅ- 다행히 배영섭의 9회말 동점 적시 2루타로 이러한 핸디캡를 극복하기는 했지만 다른이도 아닌 여왕벌 상대로 언더 킬러 대타감 이영욱 카드를 쓰지 못했다는 상황은 결과를 떠나 삼성이 명백히 피해를 입은 사실입니다.

어쨌든 위장선발로 인한 피해는 스스로 극복해냈고, 어제 경기의 패인은 그것을 떠나 바보같은 삼성 수비진의 연속실책 때문이었지만, 그냥 정정당당하게 겨뤘더라면 지더라도 '역시 sk상대로 연승은 힘들지', 이겼더라도 '웬일로 sk상대로 연승을 다해보냐' 순수하게 기쁨과 아쉬움을 느꼈을텐데 거 참 이런식의 씁쓸한 뒷얘기를 남겨주시니 승패를 떠나 기분이 좋지 않네요.

지고나니 '그래도 재밌었다'가 아니라 '저런 더러운 술수를 박살냈어야 하는데 병신같이 졌다'가 되어 버리고, 만약 이겼더라도 'sk도 역시 무섭다, 그거 이겨낸 우리 선수들 대견하다'가 아니라 '낄낄낄 더러운 짓 하더니 고소하다'가 됐을테니까요. 이 둘의 어감은 분명히 다르죠. sk를 바라보는 타팀 팬들의 시선도 '얄미울 정도로 잘하는 강팀'과 '툭하면 이상한 술수로 구설수에나 오르는 팀'간의 차이는 엄청 큰 것이구요.

1인자라고는 하나 만족하지 않고 바득바득 최선을 다하자는 sk와 김감독의 정신은 높게 사고 싶지만, 제발 룰 안에서 합시다. 최강자로서의 자존심도 없습니까 김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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