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거단 스님' 장애인 위해 3년째 교회 출석
한국 울산 자비암의 거단 스님은 매주일 사찰 대신 교회에 출석한다. 거단 스님이 울산 서현교회(이성택 목사)에 다닌 지 벌써 3년째다. 승복을 입은 스님이 불경 대신 성경을 들고, 절이 아닌 교회라니. 이 낯선 광경은 작년 12월 2일 방송된 MBC 코너에서 공개되어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거단 스님의 발걸음을 교회로 이끈 것은 다름 아닌 장애인들이다. 거단 스님은 오랫동안 청각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리며 이들과 수화를 배워왔다. 그러던 어느 날 교회에 다니고 싶지만 설교를 들을 수 없어서 교회에 나가지 못하고 있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직접 교회를 찾은 것이다.
▲ 울산 자비암의 거단 스님. (화면 캡쳐) 서현교회는 주일 예배 때마다 두 명이 함께 설교한다. 강대상에선 목사가 설교하고, 예배당 한쪽 구석에선 스님이 이를 통역한다. 설교를 놓치지 않고 전하기 위해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가며 손을 휘젓는 거단 스님의 표정이 여느 부흥 강사 못지않게 진지하다. 찬양 시간에는 찬양까지 흥겹게 따라 불러가며 통역하는 모습은 성가대 지휘자를 연상케 할 만큼 크고 힘차다. 지난 3년간 매주일 출석하며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수화 통역을 해온 거단 스님은 설교를 더 잘 통역하기 위해서 틈틈이 성경 공부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이야 스님도, 교인들도 웬만큼 적응이 됐지만, 처음엔 낯선 광경에 어색해하는 교인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황당해하는 분들도 있었죠. 서로 돌아보면서 인사를 하는데, 저를 보고 깜짝 놀라면서 몇 번이고 다시 쳐다보더라고요. 제가 승복을 입고 교회 나오는 게 불편했던지, 승복을 벗으면 양복을 사준다는 분도 계셨고요. 마음은 고맙죠. (웃음) 지금은 서로에게 신뢰가 쌓여서 편해요. 서현교회는 다른 교회보다 성령이 충만한 교회인지 성도님들이 성숙해요. (웃음)"
▲ 찬양을 따라부르며 수화로 통역하는 거단 스님. (화면 캡쳐) 일부 교인들의 민감한 반응에 거단 스님도 처음에는 감정이 상하기도 했지만, "'나'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니 자신을 외면하는 사람들도 포용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거단 스님이 교회 생활 적응하는 데는 서현교회 이주선 장로의 역할도 컸다. 거단 스님이 식사 당번이나 설거지 당번을 하도록 해서 교인들과 자주 어울리게 만들었다. 이 장로는 "거단 스님은 청각장애인을 위해 처음 2년간 주일 예배를 한 번도 안 빠졌다. 장로인 내가 부끄러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예배가 끝난 뒤에도 교회에 남아서 교인들에게 밥을 퍼주며 식사 당번으로 봉사하는 거단 스님은 청각장애인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남아서 배웅했다. 또 교회 주변을 청소하고 교회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고 나서야 사찰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단 스님의 사연이 방영되자 기독교인으로 생각되는 일부 네티즌들은 "이왕이면 스님보다는 기독교인이 수화 통역을 좋았겠다"는 의견을 교회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지만, 장애 이웃을 위해 종교 간의 벽을 뛰어넘은 거단 스님의 헌신에 대한 찬사가 주를 이뤘다. MBC 홈페이지를 비롯해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는 "종교의 벽을 넘어 장애인을 위해 봉사하시는 스님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거단 스님뿐 아니라 서현교회를 향한 칭찬도 있었다. '유월향'이라는 네티즌은 "스님도 목사님도 '참' 종교인"이라고 칭찬했다.
울산 서현교회 이성택 목사는 방송에서 "스님이 교회에 오셔서 수화 봉사하시는 것을 기쁘고 감사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썩 개운치 않은 모양이다.
"솔직히 좀 꺼려지는 마음이 있다. 목사가 전하는 메시지를 스님이 전한다는 것이. 영성이 같지 않기 때문에 안 좋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님이 개종을 하고 주의 일하는 것은 괜찮은데…. 스님이 복음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이 목사는 "농아인들도 말씀을 들어야 하니까 교회가 손해 볼 건 없다"며, "거단 스님이 다른 분들에게 전도도 하곤 한다는데, 스님이 개종을 하면 전도자로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주변에서 개종을 강요하는 것이 기분 나쁘지 않냐는 질문에 거단 스님은 "그게 기분 나빴으면 교회에 가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닌 오직 남을 위해서 봉사할 뿐이다. 누가 무슨 말을 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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