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묵은 아재오징어입니다.
형제자매라고 해봐야 위로 누나 하나밖에 없습니다. 나름 막내라고 할수있죠.
아버지와의 첫 기억은 아주 어렸을적 작은 방안에서 제게 등말을 태워주시며 껄껄껄 크게 웃으시는 것이었습니다.
호탕하시면서도 상냥하시고, 세심하시면서도 자잘한 잘못쯤은(성적표 포함) 과감히 넘기는 대인배이시기도 하셨고,
자애로우시면서도 화가 나시면 사자후 한번만으로 아들네미를 기절시키는 카리스마의 소유자이시죠.
제가 자랑할건 이중에서도....
스킨쉽입니다.
전 아직도 아버지 볼에 뽀뽀를 합니다.
그냥 쪽하고 끝내는게 아니라 뿌아아아아하고 불죠.
장난으로 간지러움태우다가 역으로 제가 당해서 거품문적도 있습니다.(아빠, 아부지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이런식....)
무릎베개는 둘째치고 아버지 배를 배고 눕기도해요.
팔짱도 잘끼고, 아버지께서 소파에서 주무실때는 한참 달래서 이부자리로 모시기도 합니다.
술을 몹시 좋아하시긴 하지만 그렇다고 주사가 위협적이거나 그러신적은 없으셨어요.
다만 곤란했던건 술을 드시고 오시면 자고있는 제 머리맡에 앉아
"아들, 우리집안은 말이다...."로 시작하는 레퍼토리를 몇시간이고 말씀하셨던거 정도?
물론 잠을 잘 못자게 되긴하지만....뭐 한번 드러누우면 5분내로 잠드는 제 습관때문에 약간 숙면에 차질이 생겼다정도일뿐
크게 문제되는건 없었죠.
술이야기 하니 또 하나 생각나네요.
저는 초등학교(그 당시 국민학교) 3학년 생일날 아버지께 술을 배웠습니다.
생일날 외식나가서 즐거이 밥먹다가 갑자기 아버지께서 막걸리 한사발 가득 따라주셨죠.
어머니께서 기함을 토하셨지만 아버지께서는 아버지 당신의 아들이라면 이정도는 마실줄 알아야 한다며 권해주셨죠.
물론 마시기 싫다면 안마셔도 된다는 조건이 붙었지만...........원샷했습니다.
그리고서 아버지께 주도를 배우고서 서로 비틀거리며 집에 돌아온 기억이 있어요.
그 후로 아버지께서 집에서 식사하시며 반주를 곁들이시는 날이면 저도 한잔 얻어먹곤 했죠.
그리고 중학교때부터는 아버지랑 같이 술마시는 날이 늘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나서는 아예 같이 호프집이나 선술집에 가서 한잔 거하게 마시고 서로 으하하하거리며 집에 들어오는 날도 많아졌죠.
그리고 이건 제가 최근에 알게 된건데....
학교에서 학부모님 모셔오라는 일이 있으면 어머니보다 아버지께서 대부분 오셨었다고 해요.
사고쳐서가 아닌 학부모 상담 등의 일이 있을때마다 아버지는 어머니보다 직접 가시길 원하셨다고 하시더라구요.
저뿐만 아니라 누나도 마찬가지였구요.
심지어 고등학교때 위염, 위경련이 몹시 잦았는데, 그때 병원에 갑자기 가게 되면 아버지께서 오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얼마전에 가족들(이라고 해도 누나는 시집가서 아버지, 어머니, 저 이렇게 셋만)끼리 저녁먹으며 반주 한잔 하는데 어머니께서 그러시더라구요.
여태껏 그걸 몰랐습니다.....^^;;;;
누나는 대접이 달랐습니다.
누나가 푸대접 받았느냐....오히려 그 반대였죠. 누나에 비하면 저는 아무것도 아니였습니다.
그래서 한번은 너무 봐주시는거 아니냐고 말씀드렸더니(누나도 사고치고 다니고 그런게 아니라 사춘기 격랑에 빠져 대들고 그런게 좀 심했.....)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아버지에게 아들은 집안의 기둥이고, 딸은 아버지의 보물이니까 그러지. 너야 나 죽을때까지 함께 하겠지만, 네 누나는 언젠가 떠날 사람아니냐. 있을때 잘해줘야지. 안그러냐?"
....뭐라고 대꾸를 할수가 없더라구요.
사실 아버지께서 늘 이렇게 상냥하고 그러신것만은 아니였어요. 제가 크게 잘못하거나 하면 맞기도 제법 맞았는데
그것도 제가 초등학교 졸업하면서 다시는 때리지 않겠다고 선언하신 이후로 맞아본적이 없습니다.
맞았다고 해도 손이나 발로 맞은게 아니라 몽둥이로 엉덩이 맞은게 전부죠.
물론....아버지께서는 굉장한 장사이셔서 몇대만 맞아도 나가떨어질 정도였다는게....
그래서 그런가....제가 중학교때 체육선생님 반만 두번을 했고, 그 중에 한분은 심지어 전직 야구선수출신이신데....
물론 똑같이 엉덩이를 맞았지만 그냥저냥 버틸만하더라구요.
재미있게도 아버지께서는 성적가지고 단 한번도 뭐라고 하신적이 없으셨습니다.
중학교때야 반에서 나름 상위권이긴했지만, 고등학교 올라가서는 반에서 최하위 5명권에서 놀았거든요.
그럼에도 단 한번도 성적가지고 뭐라하시지 않고, 그저
"에이, 이게 뭐니. 좀 잘하잖구.. 성적 안나와서 속상하지?"
이 정도가 전부이셨습니다.
성적보다는 더욱 중요한게 얼마든지 많다는것이 아버지의 지론이셨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짧은 에피소드 하나 말씀드리자면....
어렸을적....아마도 중학교때가 아닌가 싶어요. 그때 아버지께 재롱부리면서
"아빠, 나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지?"
그랬더니 아버지께서 정색하시며 아니라고 하시더라구요. 장난이 아니라 진짜 진지한 표정으로 아니라고 하셔서 충격받았죠.
그래서 누나냐고 했더니 누나도 아니라고 하시며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네 엄마지, 늬들은 아니야. 엄마 없었으면 너희도 없었는데 감히 그 위치를 넘보냐? 늬들은 그 다음이야."
충격이 심했지만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고....하지만 어쩐지 서운하기도 하고....또 기분이 좋기도 하면서 어린 마음에 서럽기도 하고....
오죽하면 아버지께서 처음 휴대폰 생긴 날 이후부터 지금까지 어머니 번호 저장된 이름이 '주머니속 인형'일까요....^^;;;;
아버지께서 어머니께 보이는 살가운 모습덕분에 저는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어지간한 커플들의 닭살정도는 코웃음칠수있는 내공을 쌓게 되었습니다.
커플들? 좀 더 열심히 분발하세요. 후후....
아무튼 제 자랑은 이쯤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자랑할만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