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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연락처 38명, 카톡 친구 45명, 페이스북 42명
게시물ID : gomin_17264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mNna
추천 : 1
조회수 : 828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7/10/03 01:21:55
나이 28.

대학 졸업한지 2년.

해외 거주 1년차.

지금까지 삶을 살아오며 쌓아온 인간관계 성적표네요. 

쓸쓸하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복합적인 감정이에요.


스물 세 살 때인가.. 기억이 정확하진 않은데 아마 그 때 부터 조금씩 인간관계를 정리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 인간관계를 정리할 때에 휴대폰 연락처 저장 200명 정도에서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별로 많지는 않았죠.

주변에 카톡 저장 친구가 500명, 800명씩 되는 친구들도 많았으니까요. 

사람들과 무난하게 어울리는 성격도 아니었습니다. 매력적인 성격은 더더욱 아니었고요. 그냥 친한 사람하고만 어울리는...


처음에는 2~3년 이상 연락을 주고 받지 않은 사람을 중심으로 지우기 시작했습니다.

매년 마지막 날, 혹은 새해 첫날에 30명, 혹은 50명, 이렇게 꾸준히 연락처를 지우기 시작했죠.

주로 대학 선후배, 아르바이트 하면서 잠깐 스쳤던 사람들, 교회 사람들, 학창시절 별로 친하지는 않았는데 어쩌다보니 연락처는 등록된
친구들... 

그러다가 언제인가부터는 1년 이상 연락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지우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 학창시절 친구들 대부분이 떨어져 나가더군요. 

페이스북에도 150명 남짓 친구가 맺어져 있었는데, 전혀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 일상 보는게 지겨워서 탈퇴를 하고 3년 정도 접었다가

최근에는 제가 정말 친하고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라고 생각될 사람들만 40명 정도 선별(...!)해서 친추를 맺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페북도 시들하고 대부분 인스타그램을 하더라구요. 그것도 아니면 sns 자체에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이 많아져서인지

sns자체를 안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2년 정도가 지났네요.

1년은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했고, 작년부터 해외 취업이 되어서 외국에서 나와 살고 있는데

계속 인관관계는 좁아지네요. 

먼저 떨어지는 친구들도 있고, 제가 먼저 끈을 놓아버리는 친구들도 있고 그렇습니다.

어차피 상대방도 나를 자신의 아웃사이더로 인식하는 것이 확실하다면, 저로서는 아예 관계를 끊어내는 편이 좋겠다 싶었어요.


그 결과 이제 40명 남짓 남았네요.  가족.. 부모님, 동생들 연락처를 제외하면 실제로는 30명 남짓이에요.



20대 후반에 인간관계가 이렇다는건 제가 그동안 너무도 엉망으로 살아왔기 때문이겠죠.

이기적이었고, 배려심도 없었고, 아니면 외모가 아주 뛰어나거나, 뭔가 어필할 만한 능력이 좋은 것도 아니었어요.

사회 나와보니까 인간관계는 "기브 앤 테이크"원칙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내가 상대방에게 주는 것이 있어야 그만큼 돌아오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결국 멀어질 뿐이고. 어쩌다 만나도 별로 생산적이지 않은 시시한 잡담 하다가 헤어지고

1년에 한 두 번 보는 얼굴이, 언젠가부터 연락을 1년에 한 두 번 하게 되고, 그러다가 2년...3년.. 지나면 연락처에서 지워도 

티도 안나는 그런 관계들...



타지에 혼자 나와서 회사 업무만 하다 보니까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치고, 저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됩니다.

예전에 20대 중반만 하더라도 저는 제 삶에서 후회를 크게 해보지 않았어요. 이 정도 삶이라면 나쁘지 않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

그리고 언젠가는 지금보다 더 좋아질 거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생각이 별로 들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제 지나간 과거가 많이 후회가 됩니다.

먼저 손을 내밀어 줄걸, 먼저 다가갈걸, 조금 더 배려해줄걸, 내 성격을 조금 더 죽였더라면, 좀 더 따뜻하게 대해주었더라면... 

불면증에, 말 더듬는 증상도 생기고, 얼마 전부터는 처음 보는 사람 눈을 못마주치는 버릇까지 생겨서.. 난감하네요..ㅎㅎ


여사친들은 결혼을 하고 나면 다 떨어져 나가고, 중고등학교 친한 베프들도 결혼하게 되니 가정이 생기고 아빠가 되니까

자연히 연락을 안하게 되더라구요. 어쩌다 가끔 연락이 와도 서로 안부만 묻고 끝나고.. ㅎㅎ


요샌 한국이 너무 그립네요. 그 동안 이렇다 할 노력도 하지 않았으면서 헬조선 헬조선 욕만 하다가 한국을 떠났는데 

나와 보니까 세상 사람들 다들 치열하게 살더라구요. 저는 아무 노력도 안했으면서 현실 비판하고, 깨시민이라도 된 것 처럼 

사회를 이야기 하고..   .. 반성 하게 되네요. 

제 지나간 과거에게도 미안하고, 그동안 상처 준 사람들한테도 미안하네요...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고 싶네요. 업무가 많이 밀렸는데.... 체력이 방전된 것 같아요... 

넋두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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