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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직업을 가지면 기분이 편할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게시물ID : gomin_18024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mpkY
추천 : 1
조회수 : 3037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24/09/18 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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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에 신경 쓰느라 내가 로봇이 된거 마냥 너무 바쁘게 지냈어요. 전망이 안 좋고 임금체불도 당해서 안 좋은 기억만 있는 네트워크 엔지니어 업종을 탈출해서 대학 쪽 산학 연계 기업체에 들어가서 클라우드 엔지니어 (MLOps 연구원)로 중고신입으로 합격해서 들어갔어요.

돈벌이가 더 안정적이고 희소성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내 직감상 허무맹랑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의학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혁신을 계획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라는거에, 마음은 내키진 않아도 사업하는 분들이 애쓴거 같은게 건실한거 같은게 느껴져서 그 회사 들어갔어요.

32살에 이 정도 들어간게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마음에 에너지가 떨어지는 느낌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요. 그리고 그동안 내가 외면했던 외로운 감정이 다시 밀려오네요. 다음주부터 출근인데 나는 다 죽어가는 상태가 된거 같아요.

내가 나를 바라하는 모습을 이미지로 표현하면 돈 버는 기계로 정리할 수 있을거에요. 싫다는 말을 별로 한 적도 없고 (글로만 표현한 적은 종종 있었어요.) 행복하다는걸 느껴보지도 그러니 표현해본 적도 없었고요. 대학 시절도 그렇고 지금 이렇게 이직한 것도 그렇고, 지금까지 모든걸 스스로 잘 해냈다는 인식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남들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고, 도움을 받아본 적도 없고, 내가 남들에게 다가갈 틈도 만들지 못해서, 지금까지 허무함만 느껴서 그런지 나 혼자 행복할 수 없다는 우울감이 지배적이네요.

저는 말을 잘 한다는 평을 학업이나 업무적인 상황에서는 자주 듣고 10년전에 헤어진 고등학생 시절 친구에게는 자기 고민을 잘 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종종 들었어요. 하지만 이상하게 어딜 가도 대화가 많이 안 일어나는 것도 나 때문인데 말이죠. 그래서 그런지 혼자인게 너무 두려워서 모임을 찾거나 나가는 데에 요즘 신경을 좀 쓰지만, 그런데에 가서 정작 편하다, 친하다 그런 인상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

진짜 취미 이상으로 관심사가 더 겹치고 내가 사귈 가치가 있음을 보여줘야 하는데 잘 안되고 남들과의 통로가 너무 적다고 할까요? 그래서 모임에 대해서 더 신중해지는거 같고 혼자로 지낼 수 없으니 남들과 붙으려면 나를 더 가꾸어야 한다고 강박감이 생기는거 같아요.

최근에 다소 자존감이 올라가긴 했어요. 지방흡입 수술을 받아 컴플렉스 하나를 덜어 근육질 옷핏을 더 이쁘게 두드러지는거 같고, 심리상담을 지속해서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이직을 해도 나는 회사를 위해서 늘 긴장하고 많이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고, 외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남들과 더 많이 통할 수 있는 기질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도 갈 길이 멀게 느껴져요.

20대때도 지금도 연애 못해본게 한이지만 이러한 과업들이 아직도 미진한데 좀 진척시킬 수 있을 속 시원한 방법이 없을까요? 상담사 분은 내가 하는 일에 집중을 해야한다고 그것도 일리가 있다고 믿는데 정작 남들하고 가까워지지 못하면 어떤 경우에는 일을 하더라도 내가 하는 역할이 아니라 남들의 속내를 읽어내려고 신경이 더 많이 쓰이더군요. 그러다가 몸을 못 움직일거 같은 느낌을 느끼기도 해요.

친하고 통하는 사람이 없어도 그저 지금은 내가 하는 일, 그리고 사람들하고 만나는 기회 이거에만 생각을 해야하는걸까요? 아니면 언어치료라도 받아야 하는 문제인건지 고민이 들어요. 운동을 꾸준히 하는데도 자꾸 배가 아픈 것도 그렇고 어딘가가 힘이 빠지는 느낌을 자주 받아요. 요즘 싫어도 억지로 움직이려고 할 정도로 사는게 너무 쉽지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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