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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부터 K리그2와 K3리그, K4리그와 K5리그의 승강제가 시행된다
대한축구협회(KFA)가 최근 K리그2와 K3리그, K4리그와 K5리그의 승강제를 2027년부터 시행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프로와 세미프로, 아마추어 사이의 벽이 마침내 뚫리는 셈이다. 승강제는 한국축구의 숙원이었다. ONSIDE가 승강제 완전 시행의 의미와 과제에 관해 짚어봤다.
과거 승강제는 유럽 등 축구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공장에 다니며 8부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꿈의 무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까지 올라간 제이미 바디의 이야기를 많은 이들이 부러워했다. 이제 한국축구에서도 제이미 바디 같은 성공 스토리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미 간헐적인 승강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오는 2027년부터는 각 리그 간 벽이 완전히 뚫린다. 한국축구의 숙원이었던 완전 승강제가 곧 현실이 되는 것이다.
KFA는 지난 3월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프로와 세미프로, 아마추어를 아우르는 대한민국 성인축구의 승강제가 본격 시행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부리그(K리그2)와 3부리그(K3리그) 간의 승강제를 실시하기로 프로축구연맹과 최근 합의했다. 2026년 시즌 성적을 기준으로 2027년 승격 및 강등팀이 정해진다. 동시에 4부(K4리그)와 5부(K5리그) 간 승강도 실시된다”고 덧붙였다.
2026 K3리그 우승팀은 K리그 클럽 라이선스를 갖춰 승격이 가능하다(자료사진)
프로-세미프로-아마추어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사실 한국축구에 승강제 도입 노력이 이어진 건 꽤 오래전 일이다. 간헐적이지만 하부리그 구축과 승강제 시행에 관한 정책들이 다양하게 추진되어 왔다. 2013년 프로축구 K리그가 1부, 2부로 분리돼 승강제를 도입했다. K3리그와 K4리그는 2021년부터, 아마추어 생활축구리그인 K5, K6, K7리그는 2020년부터 자체 승강제를 진행 중이다.
프로와 세미프로, 아마추어 간 자체 승강제는 어느 정도 정착됐지만 문제는 이들 사이에 놓여있는 경계를 허무는 것이었다. 프로와 세미프로의 승강, 세미프로와 아마추어의 승강은 아직 이뤄지지 못한 한국축구의 오랜 숙제였다. KFA는 한국축구 실정에 맞는 완전 승강제 도입을 위해 2016년부터 판을 짜기 시작했다.
정몽규 회장은 2016년 신년사에서 “2016년을 아마추어 디비전 시스템 구축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해 KFA와 국민생활체육 전국축구연합회가 통합하면서 아마추어 축구 동호인들의 연중리그인 디비전7, 6, 5가 차례대로 막을 올렸다. 2020년에는 발전적 해체를 한 내셔널리그가 K3리그와 합쳐지면서 통합 K3, 4리그가 탄생했다. 한국축구의 토양(K5, 6, 7리그)과 허리(K3, 4리그)가 차근차근 갖춰지기 시작했다. 각 리그에 참가하는 팀 수도 꾸준히 늘어났다. 완전 승강제라는 큰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밑작업이 꾸준히 이뤄진 셈이다. 가장 중요한 건 프로와 세미프로, 아마추어 간에 놓인 단단한 벽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KFA는 최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1부~7부에 걸친 승강제 전면 시행을 위해 프로축구연맹과 최근 몇 년 동안 협의를 지속해왔다. 특히 핵심 과제였던 2부와 3부 간의 승강제 시행을 놓고 양측이 조금씩 이견을 좁혀온 끝에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합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완전 승강제는 2027년부터 시행되며 2026시즌 성적을 기준으로 한다. K3리그 팀이 K리그2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프로축구연맹에서 정한 K리그 클럽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하고 해당 시즌 K3리그에서 우승해야 한다. K리그 클럽라이선스란 프로에 참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이야기한다. 경기장 시설, 사무국 규모, 유소년팀 육성 등 여러가지 내용들이 담겨있다.
만약 K3리그에서 우승을 했음에도 해당 팀이 K리그 클럽 라이선스 자격을 갖추지 못한다면 그해 승격과 강등팀은 발생하지 않는다. 김진항 대회운영본부장은 “3부에서 2부로 승격을 하려는 팀들은 미리 클럽 라이선스를 확인하고 이를 구축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K리그2 부산아이파크와 K3리그 울산시민축구단의 코리아컵 경기 장면
완전 승강제를 보는 여러 시선들
아직 한국축구에 유럽과 같은 완전 승강제가 도입되지 못했던 이유는 현실적인 간격 때문이다. 프로와 세미프로, 아마추어의 환경 차이다. 세미프로인 K3리그의 경우 과거보다는 많이 발전한 것이 사실이다. 김포FC처럼 K3리그 소속이었는데 프로화가 된 팀도 있다. 하지만 많은 팀들이 예산 규모, 경기장 환경, 선수단 운영 등 환경적인 요소들의 격차 때문에 완전 승강제 도입에 반신반의하고 있다.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승강제 도입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승강제가 온전히 정착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것이 구성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K3리그 소속의 A구단 관계자는 “K리그 클럽 라이선스에 맞추기 위해서는 경기장에 조명도 달아야 하고 잔디도 새로 깔아야 하고 관중석도 더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K리그2 소속의 B구단 관계자는 우려를 표했다. “프로축구연맹에서 K리그2 구단들을 대상으로 완전 승강제 도입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면서도 “완전 승강제가 아직까지 우리나라 실정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 현장에서는 선진 축구 문화를 따라가는 것은 좋지만 팀과 리그의 기반이 아직 자리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승강제를 도입하면 부작용이 생길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로, 세미프로, 아마추어의 환경이 튼튼해져야 승격과 강등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은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각 리그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기까지 기다리는 건 기약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진항 대회운영본부장은 “모두가 준비된 상태에서 제도를 시행하는 것도 좋지만 그 상태가 되기를 무작정 기다린다면 시간이 지나도 제도를 시행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축구 승강제 시스템 구축을 위해 단계적인 발전이 이뤄진 만큼 이번 2부와 3부, 4부와 5부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일도 단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2027년이라는 시기를 정한 만큼 그 시기에 맞춰서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겠다는 것이 KFA의 입장이다. K리그 클럽 라이선스 충족이라는 조건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KFA와 프로축구연맹은 패스트 트랙 규정도 신설했는데 이는 프로축구 시장 확대가 목적이다. 2027년 이후 인구 50만 이상 지방자치단체나 국내 100대 이내 기업이 프로구단을 직접 창단할 경우 곧바로 K리그2에 진입을 허용하는 예외 조항을 뜻한다.
K리그2 수원삼성과 K3리그 춘천시민축구단의 코리아컵 경기 장면
진통을 잘 이겨내야 목표로 갈 수 있다
KFA는 2부와 3부, 4부와 5부의 벽을 뚫기 위해 임원진과 실무자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했다. 예상 가능한 우려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것이 앞에서 설명한 K리그 클럽 라이선스 충족과 패스트 트랙 등이다. 각 리그마다 처해있는 상황은 다르지만 그래도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완전 승강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에 모두가 공감했다. 최종적으로는 정몽규 회장이 프로축구연맹 권오갑 총재와 만나 한국축구 디비전 시스템의 완성이 필요하다는 것을이야기했고 합의에 이르게 됐다.
2027년 시행이 공식 발표됐지만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다. 총론은 잡혀도 아직 각론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KFA와 프로축구연맹, 각 구단 간의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K리그 팀들 입장에서는 K3리그와의 승강이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도 아마추어 팀들이 현재 K리그 1, 2 구단이 획득하고 있는 클럽 라이선스를 충족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클럽 라이선스를 충족했다고 해도 시민구단들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가 있어야 한다. 게다가 우승까지 해야 한다. 2027년부터 프로와 아마추어 간 승강의 통로는 열렸지만 현실적인 요소들 때문에 당장 승강이 실시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KFA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제도의 온전한 정착을 위해 여러가지를 고민 중이다. 2부로 승격하거나 3부로 떨어지는 팀에 대한 지원책, 경기장 환경 조성 등이 바로 그것이다. 아직 일부 K3리그 팀들은 인조잔디에서 경기를 치르지만 프로는 모두 천연잔디를 쓴다. 또한 일부 세미프로팀들 중 법인화가 되지 않은 곳이 있어 법인 전환도 필요하다. 예산 규모 확대의 경우 KFA가 아닌 각 팀이 자체적으로 풀어야 할 부분이다. 이제부터 KFA와 프로연맹을 포함한 축구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눈 앞에 놓여있는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해야 한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완전 승강제 시행이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아도) 한국축구의 발전적인 미래를 감안한 상징적인 개방이 될 것으로 보인다. 1부부터 7부를 관통하는 승강제를 구축하는 것이 한국축구의 발전적인 미래를 위한 숙원 사업이기 때문이다. 프로축구연맹에서는 승강방식, 운영주체, 승강에 따른 지원책 등과 관련해 구단과 위원회의 의견을 다양하게 취합할 예정이다. 프로와 아마추어 축구가 서로 ‘윈윈(Win-Win)’해 한국축구 발전의 밑거름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2013년 K리그가 1부와 2부로 분리돼 승강제가 도입될 때만해도 시민구단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강했다. 1부에서 2부로 떨어지면 해체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해체는 일어나지 않았다.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진통을 견뎌내야 한다. 목표를 잡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진통을 극복할 수 있고 발전도 이뤄낼 수 있다.
완전 승강제 정착은 한국의 제이미 바디를 꿈꾸는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박승수 K3리그 시흥시민축구단 감독은 “(완전한 승강제 시행이) 하위리그 팀들에게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하위리그에 있는 선수들이 꿈과 희망을 가지고 전진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현했다.
재능은 있지만 기회를 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승강제를 통해 두각을 드러낸다면 그만큼 선수풀이 두터워지고 자연스럽게 대표팀의 경쟁력도 올라갈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축구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완전 승강제 도입의 목적이다. 본격 출범을 선언한 한국축구 승강제 정착까지는 해야 할 일이 많다.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5월호 ‘ISSUE’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안기희
사진=대한축구협회
출처 | https://www.kfa.or.kr/layer_popup/popup_live.php?act=news_tv_detail&idx=26273&div_code=news&check_url=bGF5ZXI=&lang=K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