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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서양의 식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은 바로 빵입니다.
밀가루를 반죽하고 구워서 만들어지는 빵은
오래 전부터 서양인들이 먹어왔던 음식이었는데,
고대 서양에서는 이 빵을 구워 파는 빵장수가 욕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한 예로 로마의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는
그의 정적이었던 안토니우스로부터
증조부가 빵집을 운영했다고 비난을 받았습니다.
또한 안토니우스처럼 아우구스투스의 정적인 카시우스 파르멘시스는
아우구스투스가 빵집의 손자이며,
그의 할머니는 더러운 손으로 거칠고 추접스러운 밀가루를 반죽했다고 조롱했습니다.
왜 빵집을 운영했다고 욕을 먹었을까요?
이 부분이 잘 이해가 안 갈 현대인들을 위해서 설명을 하자면,
원래 근대 이전까지 서양에서는
마을마다 주민들이 가져오는 밀가루를 반죽하고 구워서
빵으로 만들어 파는 빵집이 하나씩 있었습니다.
그런데 빵집 주인들 중에서는
주민들로부터 받은 밀가루 중 일부를 몰래 빼돌려서 숨겨놓고
밀가루 상인들한테 팔아넘기는 식으로 돈을 버는 악덕 업자들도 많았습니다.
따라서 빵집 주인이나 혹은 빵장수라고 하면 도둑이나 사기꾼이라는 나쁜 이미지가 있었고,
그런 이유로 로마에서 상대방을 비난할 때 빵집 주인이라는 말이 쓰였던 것입니다.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서 비유를 하자면,
한국에서 상대방을 사기꾼이라고 비난할 때에
"이 약장수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시골 마을들을 방문해서
자기가 선전하는 약을 파는 약장수들이
사기를 쳐서 노인들을 속이는 일이 많으니까요.
이건 여담이지만 로마의 후계 국가인 동로마 시절에도
빵장수라는 표현은 사기꾼과 같은 뜻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그 사례로 968년 동로마에 파견된 신성로마제국(현재의 독일)의 사신인
리우트프란트와 만난 동로마의 환관인 크리스토포루스는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수도를 로마에서 콘스탄티노플(현재 터키의 이스탄불)로 옮긴 이후,
이탈리아의 로마에는 온통 사악한 노예나 빵장수들만 남았소."라고 말했습니다.
로마 황제인 콘스탄티누스는 330년 수도를 이탈리아의 로마에서
현재 터키의 이스탄불인 콘스탄티노플로 옮겼는데,
그 이후로 로마는 쭉 쇠락하여 빵장수 같은 사기꾼들만 남는 범죄 도시가 되었다는 것이
크리스토포루스가 했던 조롱이었습니다.
출처 | 가루전쟁/ 도현신 지음/ 이다북스/ 155~156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