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선업 Big3 중 한 회사에 7년째 종사하고 있는 설계쟁이 입니다. 작금의 사태를 보니 오해가 많으신거 같아 술도 먹은김에 억울함을 풀어 보려고 합니다.

1. 우리나라 조선소는 설계 능력이 없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 입니다. 일반 상선 설계는 조선소에서 100% 하고 있으며, 흔히 말하는 플랜트 프로젝트에서 Top사이드 설계만 외주를 맡기고 있습니다(플랜트는 TOP과 HULL사이드로 나뉘고, HULL 사이드 설계는 조선소에서 합니다. 물론 TOP사이드 설계가 메인 입니다만..)

TOP사이드 설계도 국산화 하기 위해 삼성중공업은 삼성 엔지니어링과 합병을 추진했지만 대주주와 정부의 반대로 무산 되었지요..그 외에도 프로젝트 시작 전 FEED 설계 단계부터 조선소 설계쟁이들도 TOP 사이드 엔지니어링 회사와 같이 협의하며 그들의 기술을 배우고 감독하는등, 설계 능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국민들이 얘기하는 아무런 자구책을 준비하지 않았단 얘긴 현업자로서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2. 방만 경영 및 분식회계로 인해, 지금의 문제가 터졌다?
이것 역시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작년 빅3 경영현황 발표 시, 조선 3사 모두 대규모의 적자 내역을 공표한것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일개 직원으로서 잘은 모르겠으나,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한 두 회사는 실제로는 아직 적자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예상되는 적자폭을 반영하여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물론 그 예상보다 더한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만, 미래에 대한 대비가 없었다면 당장 주가가 떨어지고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그런짓을 했겠습니까?

여러분이 말씀하시는 성과금 잔치는 이미 3년전에 끝났으며, 지금의 위기를 대비하고자 나름 자구책을 찾고 있었습니다. 물론 미흡했다고 생각 하지만요.

3. 잘 나갈땐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고, 이제와서 도움만 받으려고 한다?
ㅋ세금을 안내다니요. 윗분들이 얼마나 못된짓을 많이해서 어떤 로비가 있었고 부정부패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세 회사 모두 실적 발표시 한때 연매출이 10조가 넘었었고, 그에따른 세금도 열심히 냈습니다.

저만해도 고액 연봉자로 분류되어 친구들보다 세금을 더 내더군요. 국민연금, 의료보험비도 많이 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윗분들 사정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기업의 노동자가 탈세를 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더군다나 조선소 노동자들이 버는 돈은 100프로 외화라 국내 경제에 이바지하는 것도 클텐데요. 

4. 조선 산업은 끝났다?
 솔직히 상선은 대부분 중국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플랜트 산업은 흔히 EPC 산업이라고 하는데 Engineering Procurement Consturction 으로 나뉩니다. 그중에 우리나라 조선소는 consturction 분야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까진 중국에선 대형 플랜트 프로젝트를 수행할 능력이 없습니다. 

3사에서 현재 수주를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저유가로 인한 대형 해양 유전 수주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지 중국이 우리나라 기술력을 다 따라잡아서 그런것이 아닙니다. 물론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일반 상선 수주를 중국에 다 뺏긴게 문제 아니냐라고 따진다면 할말은 없네요.

어리석은 제 생각이지만 만약 앞으로 유가가 오르고 대형 해양 유전 수주가 활발해진다면 다시 조선소의 호황이 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물론 그 전까지 저같은 설계쟁이들이 열심히 준비하여 EPC중에 C뿐만이 아니라 EP에대해서도 세계 탑수준의 능력을 키워 놔야 겠지만요.

구조조정 바람으로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는 저와 제 동료들을 생각하며 글을 써봤습니다. 변명뿐인 글이지만 읽어보신 분들께선 술취한 조선소 설계쟁이의 개소리로 생각하고 넘어가 주십시오. 술깨면 지워야 겠네요. 회사에서 쓸데없는 글 남겼다고 문책들어올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