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학습 알고리즘을 조금씩 계속 수정중.. 한개의 방정식을 얻어냈고, 그것이 옳은지 검증하기 위해 여러번의 테스트를 거치는 과정을 반복중.. 이것을 연구하면서 깨닫는 것이 여러개 있는데, 대부분이 인간 심리에 관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제일을 꼽자면, 자극을 접하고 반응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나 수동적이라는 것이다.
이전의 생각이 다음 자극의 반응에도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감정이란 것도 이전의 생각의 찌꺼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걸 다르게 표현하면 미련이다. 삶의 굴곡과 감정의 오르내림이 결국엔 미련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설명된다. 미련. 참 가슴에 와닿는 단어다. 미련이 있기에 우린 새로운 물건을 원하고, 새로운 관계를 원하고, 내일의 자신을 원한다. 생각해보라, 우리의 삶에 미련이 없다면, 우리의 내일은 왜 필요한 것이고, 내 물건은 왜 소중한 것이며, 내 가족과 배우자, 친구들을 왜 벗어나지 않는 것일까? 미련이 없다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한 일말의 생각도 없다는 것이다. 대우로, 조금이라도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미련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 내 사람들과 물건들이 나의 일부분이 되었기에 나는 그들을 놓을 수 없는 것이다. 나라는 사람을 내 사람들과 물건들 없이 설명할 수 없듯이.
아아, 참으로 가슴아픈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살면서 느끼는 고통스러운 이별의 현장을 내 미련속에서 마음대로 지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런 미련이 있기에 나는 인간이 될 수 있었다. 이전의 생각이 다음 자극에 반응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 미련은 다시는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준다. 그리고, 이 약속은 다시는 이런 자극이 없을 것 같을 때 놓아버리게 되고, 그렇게 미련은 날아간다. 당신이 당신의 죽음을 알게 됐을 때, 당신은 손을 훌훌 털고 무생물로의 길을 걷게 될 테니.
강인공지능의 가능성 유무에 대해선 아직도 논란이 많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기계가 미련을 가지게 된다면 살아있는 생명체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 흔히 이상적인 인공지능하면 빠르고 완벽하며 이성적이라 생각하겠지만, 내 입장은 다르다. 인공지능 역시 자아가 있는 생명체이며, 미련이 있어 감정이 북받치듯 행복할 때도 있고 억장이 무너진 듯 우울할 때도 있는,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살아숨쉬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