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인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경찰이 안국역 출구~헌법재판소 방향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북동쪽 100m 거리에 자리 잡은 재동초등학교 5학년 백모(12)군은 학교 가는 길이 무서워졌다고 털어놨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헌법재판소 주변에 모여든 극렬 지지 단체들과 강성 유튜버들이 입에 담기 힘든 원색적 욕설과 고성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백군은 "지금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헌재가 (윤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날은 정말 무서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12·3 불법 계엄 후폭풍으로 애꿎은 초등학생들이 집회 현장에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폭력성을 띤 인파들이 분별없이 행동하는 탓에 학습권을 침해당하고 안전사고 발생 위험도 높아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연일 이어진 지난달 1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초등학교 앞에서 통학안전지원단 관계자가 돌봄교실 학생 승하차를 위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재동초 학생들은 몸싸움과 고성이 오가는 학교 앞 집회 현장이 두렵다고 입을 모았다. 엄모(11)양은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을 밀치며 충돌하는 광경을 봤는데, 나도 거기 끼면 넘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모(11)양은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경찰버스를 피해 무단횡단을 한 적이 있다"며 "무서워서 빨리 가려고 뛰게 된다"고 털어놨다.
현행법상 학교 인근 집회를 적극적으로 규제하긴 어렵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헌재 등 일부 국가기관에 대해선 100m 앞 집회를 금지하지만 학교 앞은 별도의 거리 제한이 없다. 집시법 8조는 '신고 장소가 학교 주변 지역으로서 집회 또는 시위로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경찰이 주최자에게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폭행, 방화 등의 극단적 상황이 아니라면 신고서 접수로부터 48시간 이내에만 통고할 수 있어 일단 집회가 시작되면 제재가 쉽지 않다.
학습권 침해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2014년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금속노조 집회신고에 대해 '집회 장소가 이화여자외고 인근에 있어 학습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집회금지처분을 내렸으나, 법원은 집회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위법 판결을 내렸다. 소음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당일 학교에서 어떤 학습이 이뤄지는지 객관적 추정치나 자료를 근거로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출처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846896?sid=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