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
|
신랑님과 함께 사나흘에 한 번씩 옆을 지나다니게 되는
골동품 전시 경매장이 하나 있습니다.
주변에는 별다른 주택지도 가까이 없고 큰 건물도 없어요.
그냥 허허벌판 논밭들에 방치되어있던 언덕배기들 뿐이었는뎅,
공군 비행장이 멀잖은 위치라 뜨문뜨문 집들이 들어서더니
차없이는 찾아가기 힘든 식당들 몇 개랑 건축자재 매장이 생기더군요.
그리고 웬 골동품 전시장이 넓직한 마당을 자랑하듯 있고 말이죠.
사실 이 골동품 매장은 언제부터 있었는지 당췌 모르것어유.
옆에 난 2차선 도로를 지나다니면서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수 년 전에 집장만을 하면서 그냥 눈길이 가더라고요...
그리하여 신랑님이랑 집 마당에 놓을 장식품 이라도 건질까 싶어 차를 몰고 어느 주말에 쳐들어 갔슴다. ㅎ
길에서 보던 것 보다 큼직한 각종 목석재 조각품들, 오래되어 보이는 옛 장농과 뒤주들, 항아리들, 짜잘한 장식들이 많았는데
슥 둘러보다가 깨달았습니다.
그 골동품 전시 경매 판매장에 드글드글한 아줌마 아저씨들과,
아줌마 아저씨들 보다는 적어 보이는 물품들..
얼핏 오래되어 보이지만, 결코 그러지만은 않은 물품들의 상태..
ㅊㅈ는 오랜동안 질질 끌어왔던 낡은 주택가 정비사업이 최근에 물꼬를 트고 활발히 재건축 절차진행중인데
그런 옛날 집들을 돌아다니며 그럴듯한 가재도구들을 마구잡이로 실어온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
그리고 평소 범죄스릴러와 탐정물을 즐겨 읽고 드라마 영화도 즐겨 보던 영향 때문인지
엉뚱하게도 이런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여기 있는 물품들은 경매를 붙여야 할 만큼의 고부가가치 물건은 많지 않다는 것.
그럼에도 거기 모인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왜 서성대며 시간을 죽이고 섰을까.
오늘 오유 자게에 들어오자마자 보인게 진도의 어느 마을에서 도난당한 장승에 대한 제보를 바라는 글이었네요.
그 글을 보자마자 그 경매장이 떠올랐습니다.
그런 먼 곳의 작은 마을에서 불법적으로 긁어모아온 도난품들을 암암리에 처리하고 있을거란 생각이 들고 말이죠.
.
그 경매장을 돌아 나오면서 기분이 묘했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물건이 없어서?
한 켠에는 경매를 진행하는 건지 시끄럽게 외쳐대고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그저 눈치만 보고 서성해던 모습이 왠지 쎄~해서?
.
평생 만화를 끼고 살아온 덕분에(?) 이런 부분에서 얘깃꺼리를 하나 잡아낸 너낌.
-_- 히융...
출처 | 내 황토색 뇌세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