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영혼이 존재합니까?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참으로 난처하다. 영혼 세계의 아름다움. 그것을 그 분들에게 말로
다 설명 못하기에 그저 슬쩍 미소만 짓곤 그 자리를 피하기 일쑤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젠 영혼의 존재에 대해 보다 한 차원 높게 설명 드릴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기에 관한 일반인들의 호기심 증가, 인테리어계를 사로잡은 선(禪) 스타일 패션의 상업화, 명상과 참선에 관한 서적들의 판매증가는 일반인의 상부적 정신 세계에 대한 갈망이 대중적으로 고양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움직임은 과연 어디로 흘러갈까.
나의 사견으론 그것의 종점은 영혼 세계에 대한 실체 파악이 아닐까 한다. 그렇기에 이러한 대중적 관심이 거품으로 끝나기 전에 나는 내가 영매이기에 가능했던 영혼 세계에 대한 접근 노하우를 여러분께 알려드리고자 한다.
물론 그 노하우는 내가 겪은 체험담을 통해 영혼 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으로 시작해나갈 것이다. 오늘은 대형 참사를 낳았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의 미스터리에 접근해볼까 한다. 얼마전 일이다.
현재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그 자리에 건물을 짓고 있다는 모 건설업체에 관련된 분이 나를 찾아와 하소연했다. "이거 통 일이 진행 되지 않습니다. 갑자기 현장 소장이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하지 않나,데모 때문에 하루 공치지 않나. 오죽하면 유명하단 무당을 불러 굿까지 했지만 아무 소용 없었습니다. 어디 좋은 방법이 없겠습니까?"
순간 내 눈엔 삼풍백화점 영가들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뜻밖에도 옛날 왕실의 상궁들이 보이는게 아닌가. 분명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에서 죽은 영가들이 보여야 할 상황인데 궁전 상궁들이 줄지어 나타나 눈물을 흘리니 보통일이 아니다 싶어 나는 그분께 구명시식을 권했다.
구명시식에 대한 이해가 없으신 분들을 위해 잠깐 설명을 드리자면 구명시식은 산 자를 위해 죽은 자를 위로하는 일종의 천도의식으로 절에서 행하는 구병시식과의 차별화를 위해 목숨 명(命)자를 넣은 나만의 의식을 뜻한다. 그렇게 시작된 구명시식.
그 자리에 갑자기 과거 왕실의 상궁 영가들이 줄지어 나타나더니 갑자기 내게 역정을 내는 것이었다. "도대체 우리를 위한 무덤 터에 누가 백화점을 지으라고 했소? 평생 궁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못했던 우리가 겨우 죽어 밖에 나와 묻혔기로서니 그 자리를 파내고 백화점을 지었단 말이오?" 순간 '아차!' 싶었다.
그녀들이야말로 오리지널 처녀로 죽었을 가능성이 높은 분들이 아닌가. 평생 임금만 바라보다 그것이 한이 되어 죽은 상궁들이 묻힌 공동묘지에 백화점을 지었으니 그것이 온전할 수 있었을까. 일단 궁중무와 각종 경기민요를 불러 그녀들을 달래주자 상궁들의 분노는 잠잠해졌으나 그 원한만큼은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았다. 이들의 한을 뒤로 하고 세워졌던 삼풍백화점.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그 터에 억울하게 처녀로 살다 죽어야 했던 왕실 상궁들의 원한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기 위해 기념비라도 하나 마련해야 할 듯 싶다. 한이 서린 굵은 매듭을 푸는 일. 이것 또한 영매의 몫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