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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신백일장] 내 나이 70이 되면.
게시물ID : readers_212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앓느니죽지
추천 : 21
조회수 : 952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15/08/13 22: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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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힘들어진 때일수록 독서가 더욱 가치 있어지는 시기다.' 
책 게시판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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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70세가 되면
    
  
20대에 못했던 온라인게임은 다 할꺼야.
담배도 펴야지.

늦잠도 실컷 자고
맨날 하는 일 없이 싸돌아다닐꺼야.


과자도 매일 먹고
밤마다 치킨을 뜯을꺼야.
햄버거와 탄산 음료를 끼고 살아야지.

책도 신문도 안 읽을거야.
그 시간에 미친듯이 게임을 할거야.
나이를 속여가며 채팅도 해봐야지.


기도도 안 드리고, 
체면을 차리지도 않을거야. 

나를 찡그리게 만들던 많을 것들에서 벗어나 바보처럼 웃기만 할거야. 
울게 했던 지난 날들을 되새기며 
땅을 치며 웃을거야.  


운동도 안할꺼고, 헬스장 따윈 쳐다보지도 않을거야.
은퇴한 박지성 선수나 김연아 선수를 만나러 가야지.
집에서 담근 단술을 들고 찾아갈거야.
더 이상 썩을 치아도 없다며 농담해야지. 


길바닥에서 잠도 자고,
보기만 하던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야지.

그래, 아예 하룻밤을 공원에서 보낼거야. 
그러다가 장기 털리면 어쩌려구? 라고 말할 친구는 이제 없을테니까. 


앞 마당에는 강아지와 장미들을 같이 키울꺼야.
강아지와 네 발로 기면서 춤을 추다가  
장미가 다 자라면 꺾어서 길거리의 사람들에게 나눠줘야지.

때론 학생들이 담배를 피는 곳으로 다가가 
나도 그 옆에서 물담배를 피울거야. 
나는 그들을 불량하다고 말하지 않을거야. 
세상에 보통이나 평범, 모범이란 가치는 늘 상대적이었던거니까. 


머리를 정갈히 빗고 
귀 옆에는 꽃을 꽂은 다음 
영정 사진을 찍을거야. 

다 빠진 어금니가 훤히 보이도록 
크게 웃는 사진을 찍어야지. 


그리곤 부모님 묘를 찾아가 
비석 앞에서 고백할거야.  
세상의 모든 구도자들이 따랐어야 할 도(度)는 효도였다고 참회할거야.   

그런다음 준비한 끌과 정을 들고 
내 비석을 새겨야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달은 순간에 
신의 그물에 걸렸다고 새길거야. 

그리고선 뒷면에는 제일 좋아하는 
만화의 여주인공을 몰래 새겨놔야지.


절대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열심히 살지 않을거야.
하지 않아야 한다는 모든 것들을 해봐야지.

내 주름이 깊어진만큼 매일 글을 쓸거야.
삶의 지난 순간들과
그로 인해 깨달은 모든 것들을 기록해 둬야지.
후대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길을 걷지 않도록. 


연봉이 얼마나 되고, 
지금 하는 일은 무엇이며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묻지 않는   

내 나이 70이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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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세월호를 잊지 않았습니다'  



#
지난 병신백일장에서 책게 소개와 하단 문구 삽입을 하지 못해
수정 재업로드 하라 했는데, 기한을 놓쳐 
이번 등신백일장 때 재업로드 하였습니다. 

읽어주셔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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