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는 이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내가 심리검사를 받을 때마다 추천직업란에는 '상담사'란 항목이 빠진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그런 줄 알았고
내가 느끼기에도 난 인간에 대한 호기심도 있고 상황을 논리적으로 관찰하는 능력도 있으며, 공감능력도 뛰어나고 다양한 경험에 대한 개방성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저 추천을 추호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워크넷에서 살펴본 정보도 내 가치관에 부합했고)
하지만 어제 실무현장에 계신 분들과 3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든 생각은
'과연 이 길이 맞는 것인가'이다...
내가 들은 그분들의 경험담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이었다
어느 하나 장점이 없었다.
워라밸도 없고 박봉이라 따로 알바를 하시는 분들도 많았고 공부도 계속 해야 되고, 체력도 좋아야 되고, 수련비도 만만치 않기에 기본 자원도 풍부해야 했다.. 내가 느낀 바는 좋은 상담사는 '슈퍼맨'이 아니고서는 될 수 없는 거였다
그나마 찾을 수 있는, 그분들을 이끄는 원동력은 '내가 좋아서 하는 일', 또는 '사명감'이란 거였는데
그렇다면 나는 이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가?
또 얼마나 이 일에 사명감을 갖고 있는가.. ?
얼마 전에도 또 새로운 심리검사를 받아봤는데
거기선 내가 봉사정신이 최우선 가치관이 아니며, 개인의 독특성과 심미성 수치가 높다고 진단을 받았다.
한 마디로 난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인정받길 좋아하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유형의 인간이었단 소리다.
(+추가적으로 예전부터 꾸준히 발견되던 과잉배려 관련 항목도 여전했다)
거기에도 추천직업에 '상담사'가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1순위는 아니었다. 내 봉사정신은 객관적으로는 높은 편에 속했지만, 다른 가치관들에 비해서 '최우선'은 아니었다.
거기다 상담직무는 상담사 개인의 특성을 최대한 배제한 '도구'로 활용하다보니 개인의 독특성에 대한 욕구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다
봉사정신이 아예 낮은 건 아니니 추천직업란에 늘 봉사 관련 항목이 빠진 적은 없었지만, 독특성과 심미성에 대해 진단받은 검사는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혼란스러워졌다. 나는 내가 행복하기를 원하고, 그러려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된다고 믿으며, 그렇기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이 길을 택한 건데.. 정작 날 덮친 의문은 '이 길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까?'
적당한 선택지는 됐던 망정 최선의 선택지는 아니었던 모양이며, 워크넷에서 피상적으로 제시해준 정보와 현실의 간극은 아예 같은 정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괴리가 있었다. 워크넷에선 수련비 항목에 대해서 한번도 언급해준 적이 없었다. (심지어 워라밸 관련 항목은 매우 좋은 수준으로 점수화 돼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해야만 하는 것
이 세 범주의 교집합을 찾기 위해 부던히도 고민해왔다
아직 완전히 부합하는 답을 찾지 못했지만
상담사는 그래도 내가 하고도 싶고, 할 수도 있다고 믿었기에 어느정도는 적합한 선택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미처 무시했던 약간의 오차들이 쌓이고 쌓여서 날 덮친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 길이 맞는가
이 길은 날 어디로 데려가는가..
내가 하고 싶은 건 뭐고 할 수 있는 건 뭔가
해야만 하는 것.. 그건 잘 모르겠다. 애초에 그런 건 없을지도
지금 막연하게 떠오르는 키워드는 불교.. 와 창작..
난 정신적 안정 추구욕이 높고 예술에 대한 창작욕도 높다
특히 글을 통해..
하지만 둘 다 벌어먹고 살 수 있는 방안이 있나..
욕심을 부리는 것도 아닌데.. 먹고 살 걱정 정도만 없으면 되는데.. 그냥 그 달 벌어먹고 큰일에 대비할 수 있을 정도만 저축하고 그 정도면 되는데.. 부귀영화 누리면서 살 생각까진 없는데...
으음.. 이쯤 되면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다
조만간 또 다른 심리검사 받아봐야겠다..
나만 이런 고민 하는 게 아니었음 좋겠다..
만약 그렇다면 난 너무 고독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