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효과'란 용어가 있다. 정체된 생태계에 메기 같은 강력한 포식자(경쟁자)가 나타나면 개체들이 생존을 위해 활력을 띄게 되는 현상을 말하며 주로 경영학에서 비유적으로 사용된다.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와 기획재정부 공식블로그에도 시사상식으로 '메기 효과'가 올라와 있다.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메기론'과 '메기 효과'는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적절한 위협요인과 자극이 필요하다는 경영이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과거 유럽 어부들이 북해 연안에서 잡은 청어를 멀리 보낼 때 수조에 천적인 메기를 넣어 살아있는 채로 운송할 수 있었다는 주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비유는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즐겨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엔 메기 효과 자체가 없거나 과장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메기 효과를 둘러싼 내용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팩트체크했다.
1. 토인비가 '메기효과'를 즐겨 인용했다?
메기 효과는 한국 언론이 경제 기사에 즐겨 인용하는 비유 중 하나다. 네이버 지식백과나 언론에 인용된 메기 효과를 보면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즐겨 사용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토인비의 대표 저서 <역사의 연구(A Study of History)>에는 메기 효과(catfish effect 혹은 catfish philosophy)란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토인비는 기고ㆍ강연에서 메기 효과를 비유적으로 사용했다. 시사잡지 <The Rotarian> 1950년 4월호 기고문에서 그는 'catfish philosophy'란 제목을 사용해 그의 역사철학 정수인 '도전과 응전'을 설명했다. 러시아 공산주의가 메기가 되어 정체된 서구사회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란 주장이었다.
토인비는 'Russian Catfish Western Herring'(러시아 메기 서구 청어)이라는 8페이지의 짧은 책을 옥스포드 대학에서 출간하기도 했다. 이밖에 The Meaning of Anxiety, Witness from the Pulpit 등 여러 책에서 토인비의 메기 효과를 소개했다. 토인비가 메기 효과를 굳게 믿고 즐겨서 인용한 것은 사실이다.
2. 메기효과는 널리 쓰이는 비유다?
그런데 메기 효과의 기원에 대해서는 영어권에서도 논란이다. 검증된 주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위키피디어 영문판에서는 메기 효과의 기원에 대해서 알려진 것이 없으며 영어 문헌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고 적고 있다. 뉴스톱은 메기 효과의 역사적 기원에 대해서 추적을 해보았으나 관련 내용을 찾지 못했다. 노르웨이(혹은 영국) 어부가 청어(herring)를 싱싱하게 운송하기 위해 수조(tank)에 메기(catfish)를 넣는 방법을 사용했다는 주장만 있을 뿐 이 방법이 실제 사용됐는지, 효과가 있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 소수의 영어문헌이 동일한 주장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catfish effect'는 서구보다는 중국과 한국에서 많이 인용되고 있다. 영어판 네이버 지식인과 비슷한 Quora에는 "오직 중국인만 메기 효과를 언급하냐?"는 질문이 올라와 있을 정도다. 아마존에도 중국인 저자의 '메기 효과' 책이 여러권 올라와 있다. 메기 효과의 중국어 번역인 鲶鱼的影响로 구글 검색을 하면 많은 사이트가 이를 소개하고있다. catfish effect로 기사 검색을 해도 한국의 영문 기사가 주로 발견되고 영어권 기사는 나오지 않는다.
영어권에서는 catfish effect보다는 catfishing이라는 용어가 더 널리 사용된다. catfishing은 소셜네트워크 상에서 가짜 계정으로 상대방을 '낚는' 행위를 의미한다. TV쇼 <Catfish>에서 유래된 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Urban dictionary에서는 catfish effect를 특정 노래를 들을 때 점점 더 빠져드는 현상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메기 효과는 동서양 모두 사용은 하지만 중국, 한국 등 아시아권에서 더 많이 사용되며 서구권에서는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개인간 경쟁을 장려하는 동아시아 특유의 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3. 메기효과는 검증됐다?
2012년 한겨레 '미꾸라지 살린다는 메기효과, 알고보니' 기사는 메기 효과와 비슷한 포식자와 먹이의 관계 연구를 소개했다. 제한된 공간 안에 포식자를 넣으면 부정적인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정 실험 연구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 약화로 개체의 사망률이 4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2012년 <사이언스>는 포식자 거미가 메뚜기와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발표했다. 거미가 나타나자 공포에 사로잡힌 메뚜기의 체내 질소 함량이 줄어들었고, 메뚜기 주검에 담긴 질소 함량이 줄어들면서 토양 미생물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블로그와 언론 칼럼에는 메기 효과가 틀렸거나 과장됐다는 소개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도 이런 부작용을 같이 소개한 글이 올라와 있다.
그럼 한국에서는 어떻게 메기 효과란 단어가 널리 퍼지게 됐을까. 1993년 삼성 이건희 회장이 '메기론'을 언급하면서 본격적으로 퍼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원래는 선대 이병철 회장이 쓰던 용어인데 이건희 회장이 1990년대 사용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매일경제,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등에서 이 같은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매일경제는 '메기론'을 소개하며 한 논에 미꾸라지와 메기를 함께 넣고 다른 논에는 미꾸라지만 넣어 기른 결과, 메기와 함께 기른 미꾸라지는 근육이 튼튼하고 생동감이 넘친 반면, 미꾸라지만 기른 곳에서는 활력이 없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근거는 없다. 1990년대 글로벌화를 외치던 한국경제가 경쟁의 긍정성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때맞춰 재벌총수가 유사한 비유를 사용하면서 '메기론' '메기효과'란 단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다만 이건희가 아닌 토인비가 메기 효과를 말했다는 내용은 2010년대 들어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종합하면 토인비가 말한 '메기 효과'는 경영학계에서 비유적으로는 쓰이고 있으나 서구권보다는 아시아권에서 주로 쓰인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내용은 아니며, 실제 닫힌 생태계에 포식자가 나타나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