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계약은 왓차에만 되어있는 거 같습니다.
1. 기본적으로 서정적인데다가 호흡이 굉장히 느리고 깊은 편이라서
경쾌한 게 취향인 분들에게는 좀 맞지 않습니다.
이럴 수 밖에 없는 게 주인공(들)의 유년~노년까지 이야기가
다뤄지고 있는 시대극이라서 그렇습니다.
2. 주인공의 독백이 큰 분량을 차지하고
주인공의 시각에서 회상하며 알려주기도 하지만,
대사나 상황 그리고 감성적으로 읽히는 부분이 많아서
스킵하거나 몇 상황을 놓치면 약간 곤란해집니다.
ex) 에피2화에서
릴라는 왜 주인공에게 바다를 가자고 했을까.
왜 돌아가자고 했을까.
릴라의 천재성을 높게 보던 선생님이 왜 바다에 갔다온 후에 릴라에게 화를 냈을까.
릴라가 그 뒤에 며칠 동안 학교를 왜 안나왔을까.
독백으로도 상황을 묘사해주지만 시청자가 해당 상황이 진행될 때
느껴지는 감각과 이런 정보가 항상 완벽히 일치하지가 않거든요.(의도한 연출 같습니다)
이 외에도 릴라가 인형을 구멍에 던져 넣는 씬이나
맞고 난 뒤에 자신을 걱정해주는(괜찮아?) 주인공에게는 '괜찮아' 같은 말을 하지 않는 씬 등등...
(이건 돌 맞고 나서와 뺨 맞고 나서 반복적으로 두번 시퀀스를 보여줍니다)
이런 부분들이 '이성'으로 읽는 일반적인 컨텐츠들과 좀 결이 달라서 입니다-_-;;;
3. 에피소드 앞 부분들(유년기) 쪽은 감독의 의도인 거 같은데,
촬영이 아이들의 시선에 맞춰서 좀 낮습니다.(살짝. 바닷가 둘이 걸어가는 씬 보면 좀 눈에 띕니다)
어릴 때의 주인공(들)에 이입시키는 방법 같고,
이 때문에 아이들이 저 당시에 처한 상황에서의 고통이나 두려움 등이 살짝 부각되는 장면들이 좀 있습니다.
4. 기본적으로는 천재인 릴라와 그걸 애정, 우정, 질투, 안타까움, 호기심, 경외심 등등 상황에 따라
여러 시각으로 보게되는 또 다른 천재(~수재)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능력으로는 릴라가 훨씬 위라고 묘사되지만)
이 두 사람의 관계 외에도 배경으로 묘사되는 주변인과 관련인들의 이야기 등이
놓치기 아까운게 굉장히 많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5. 시대적 사회적 배경(전후 이탈리아의 빈곤층)이 이 두사람에게 엄청나게 영향을 끼치고 있고
그에 따라 여성의 인권에 대한 안타까움도 묘사가 많이 되지만,
이걸로 무슨 pc나 페미니즘 이야기나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이야기를 담은 시대가 그러한 걸 묘사한 것이고,
주인공들이 여자 두명이고 그들의 관계가 주 내용일 뿐입니다.
전쟁 이야기가 배경이면 군인이 많아서 남자들이 많고, 그런 내용이 주인 것과
같은 겁니다.
뭐 여성서사 짱! 남성 이야기 이제 그만! 이런 평들도 있긴한데, 제 개인적으로는 그건 공감이 안되더군요.
(왓차는 개인 평들이 UI에 안보이는 옵션이라도 좀 만들어줬으면 싶어요)
6. 괜히 HBO작품이 아닙니다.
의상, 소품, 연기, 연출 등등 기본기가 매우 탄탄합니다.
오히려 왓차라서 비트레이트가 낮아서 화질이 좀 아쉬운게 탈일 뿐이죠.
(이건 웨이브의 HBO 계약 컨텐츠들도 비슷한 아쉬움이지만요)
7. 로튼 96퍼 신선이고 IMDB 8.6/10 이며(점수는 사실 호불호 영역이지만요)
기본적인 작품성은 있다는 정도 아닐까 합니다.
8. 다만
A. 처음에도 썼지만 서사극이자 시대극이고
대사나 표정, 상황이 주는 감정 변화도 굉장히 많아서
갑갑해서 취향에 안맞는 분도 꽤 많을 겁니다.
B. 유년~노년까지 길게 다루다보니 주요 인물들이 당연히 변하는데
아주 많지 않은 에피소드(2시즌 각 8에피)에도 꽤 어러번 변하기 때문에(유년~청년까지만 해도)
살짝 감정선을 놓칠 수 있는 여지가 좀 있습니다.
(최종적으론 4시즌까지 완결 예정이라는 듯 합니다)
C. 아무래도 주연들이 여성+여성이고 그들의 관계가 메인이라서
남성 시청자층에서 약간 미묘하게 몰입이 안되는 상황이나 대사, 묘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
D. 독백이나 감정적 이해로 읽고 지나가야하는 부분들이 꽤 있어서(심지어 그 부분들이 꽤 중요)
이런 연출을 지루하거나 불친절하게 여길 분들도 꽤 있을 듯 합니다.
9. 하지만 이런 저런 부분들을 다 감안해도
충분히 추천할 작품입니다.
특히 시대극에서 몰입을 깨는 아약 배우들의 연기가 많은데,
적어도 이 작품은 그럴 걱정 절대 안하셔도 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인데, 내용은 분명히 전혀 별개입니다만
약간 비슷한 감각을 느껴서 좋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