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로애락(喜怒哀樂)이란 말이 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감정들을 상징해서 표현하는 사자성어다. 물론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감정들이 단지 저것뿐이겠느냐 만은 흥미로운 점은 여기서 ‘희’와 ‘락’이 구분되어 있다는 것이다. 기쁜 것(喜)과 성내는 것(怒), 그리고 슬픈 것(哀)은 분명히 자명하게 구별되는 다른 감정일텐데 하지만 마지막 네 번째로 나오는 ‘즐거움(樂)’은 첫 번째로 나오는 ‘기쁨(喜)’과 얼핏 같은 의미처럼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자성어는 다양한 종류의 감정들을 대표해서 정리한 고작 4가지의 감정들인데, 그 안에서 의미가 중복되게 할 만큼 허술하게 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용례로부터 좀더 깊게 생각해보면 과연 기쁨과 즐거움의 의미는 분명하게 구분이 된다. 즉, 즐거움은 '현재'의 상태에 주의한 감정이고 기쁨은 '미래'의 상태에 주의한 감정이다. 좀더 자세히 구분하면, 즐거움은 현재 자신이 긍정적으로 누리고 있는 특정 대상이나 상태에 집중함에 의해 유도되는 감정인 반면, 기쁨은 미래 자신의 긍정적인 예측상태에 집중함에 의해 유도되는 감정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그 맛에 집중함에 의해 느껴지는 감정은 즐거움이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음을 알았을 때나 즐기고 있을 미래의 자신에 집중함에 의해 느껴지는 감정은 기쁨이다. 그러니까 둘 다 긍정적인 상태에 따른 감정이기는 하나 서로 명백히 다른 동인에 기인한 것이다.
이처럼 희(喜)와 락(樂)을 굳이 구분한 것은 충분히 타당하다 할 수 있다. 다만 같은 방식대로의 애(哀)와 상응하는 감정형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한 것은 아쉽다. 일단 애(哀)는 희(喜)와 반대되는 감정이다. 즉, 희(喜)가 미래 자신의 긍정적인 예측 상태에 집중함에 의해 유도되는 감정인 반면 애(哀)는 미래 자신의 부정적인 예측 상태에 집중함에 의해 유도되는 감정이다. 따라서, 희(喜)의 현재형 감정인 락(樂)을 포함시켰다면 응당 애(哀)의 현재형 감정이자 락(樂)의 반대되는 감정인 고(苦)도 포함되어 있어야 모양새가 완성되는데 희노애락에서 나머지 남은 하나는 고(苦)가 아니라 로(怒)다. 괴로움은 현재 자신이 부정적으로 당하고 있는 특정 대상이나 상태에 집중함에 의해 유도되는 감정인 반면, 로(怒)는 고(苦)의 원인을 타인이나 외부로 판단했을 때의 감정반응상태이다. 즉, 고(苦)가 자신의 부정적인 상태 자체에 집중함에 의한 감정이라고 한다면, 로(怒)는 부정적인 상태와 함께 그 원인에 집중함에 의한 감정이다. 이렇듯, 그 의미를 따져보면 희로애락(喜怒哀樂)보다는 희고애락(喜苦哀樂)이 더 완전한 형태일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