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때 웃기다고 느끼고, 유머는 왜 우리는 즐겁게 하는가? '유머'의 사전적인 의미는 익살스럽게 웃음을 자아내는 표현이나 요소인데, '익살'이 남을 웃기려고 일부러 하는 우스운 말이나 행동이기 때문에 유머는 의도에 의해 유도된 웃음을 자아내는 표현이나 요소 정도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정의는 틀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쉽게도 남을 웃기게 하는 속성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자 하는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유머를 느끼는 상황을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그것은 '주어진 사건에 대한 보편적인 해석이 주어진 사건에 대한 또 다른 맥락에 의해 왜곡되는 부조리 상황' 이다. 말이 어려우니 좀더 풀어보면 유머는 '주어진 사건에 대한 (일상적 상황을 가정하는 보편적 맥락에 따른) 표면적 해석이 주어진 사건의 이면에 엮여 있는 비일상적 상황에 의해 성립된 별개의 특수 맥락에 의해 왜곡되는 부조리 상황'에서 느껴지는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게도 이것 역시 여전히 도무지 무슨 말인지 오리무중일것 같으니 대표적인 유머상황인 슬랩스틱 코메디에서 배우가 넘어지는 사건을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그러면 이 상황은 사건에 대한 일상적 보편맥락에서의 기본해석인 '넘어진 사람이 다칠수 있는 위태로운 긴장상황' 이라는 해석이, 주어진 사건에 깔려있는, 그 사건이 코미디 공연이라는 (대놓고 실체도 없이 과장되게만 보여지게끔 연출되는) 비일상적 상황에서 일어났다는 특수맥락에 의해 왜곡되어 어긋나게 되는 (그래서 사실은 전혀 위태롭지도 긴장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라면 배우가 좀더 위태롭게 넘어질 수록, 그러면서도 그것이 의도적으로 과장되게 연출된 안전한 공연 상황임이 더 명확할 수록, 표면적 해석과 실체적 해석간의 어긋남은 커지고, 그에 따라 웃음의 정도도 커진다.
또 다른 예로 말장난 또는 아재개그 (예컨대, 소고기가 없는 나라는?)를 예로 들어보자 (그리고 이게 성공했다고 치자..). 그러면 이 질문을 표면적 의미에 집중하여 파악된, 질문의 의도에 대한 보편적 보편맥락에서의 기본해석(소고기가 없는 나라에 대한 정보로 부터 답을 구하라)은, 이 질문의 실체적 의도인 '소고기가 없는 나라'에서 '없는 나라' 부분을 한자어로 바꾼 소고기무국(無國)이 우연히도 '소고기가 없는 나라'의 의미와는 관련없는 별개의 의미를 가진다는 엉뚱한 특수 맥락을 이용해야 한다는 이면적 해석과 어긋나게 되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라면 소고기무국이라는 답이 기본해석을 통해서는 가능한 생각하기 어려울수록, 그러면서도 (예컨대 지금 소고기무국을 먹고 있는 상황처럼) 소고기무국이라는 답은 개연성이 있는 상태여서 가능한 생각하기 쉬운 상태일수록 해석간의 어긋남은 커지고, 그에 따라 웃음의 정도도 커진다.
성대모사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입에서 유명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사건은 특정인의 목소리는 그에 해당하는 사람 만이 낼수 있다는 보편적 해석이 그의 목소리를 잘 흉내내는 재주꾼이 있다는 비일상적 상황에 의해 그의 목소리를 그의 존재 유무와는 상관없이 그 재주꾼의 입을 통해서도 듣게되는 특수맥락에 의해 왜곡되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라면 재주꾼이 특정인과의 상관성이 없는 사람일수록, 그러면서도 두 사람의 목소리는 유사할수록, 해석간의 어긋남은 커지고, 그에 따라 웃음의 정도도 커진다.
이른바 병맛만화라면 이 틀에 아주 노골적으로 맞춘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병맛만화는 따로 설정된 별개의 특수 맥락도 없이 의도적으로 개연성을 포기하고서 주어진 사건에 대한 보편적 맥락에 따른 해석이 최대한 왜곡되게끔 전개하는 것 자체를 표방하는 장르라 할수 있다. 사회의 부조리를 비꼬면서 풍자하는 것이 코미디가 성립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일듯 하다. 사회에 대해 시민이 생각하고 기대하는 보편적 해석이 실제로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들이라는 특수맥락에 의해 어긋나는 부조리 상황을 부각시키는 블랙 코메디는 유머를 느끼는 상황에 대한 틀에 잘 맞아 떨어진다. 성(性)을 소재로 하는 개그 (이른바 섹드립)도 비슷하다. 이것은 성이라는 언급하거나 다루는 것이 금기시 되는 특수맥락의 내용을 다른 편하게 언급하고 다룰수 있는 보편맥락의 내용에 중의적으로 삽입함으로써 내용해석에서의 혼선이나 왜곡이나 어긋남, 그리고 추가적으로 카타르시스를 발생시키는 형태인 것이다. 예전의 몰래카메라 역시 마찬가지다. 몰래 카메라에서의 모든 연출 역시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건에 대한 보편적인 해석이 몰래 카메라 연출이라는 또 다른 맥락에 의해 왜곡되어 어긋나 있는 상황이다.
적어도 위에서 제시한 종류의 유머에서는 유머를 느끼는 상황에 대한 이글에서의 가설이 대략이나마 만족하지만 이 가설이 유머를 느끼는 상황 모두를 설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개그코드에는 개인차가 있고, 같은 내용도 어떤 맥락으로 이해하느냐에 따라 개그가 안되기도 하고, 또한 같은 개그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웃기는 정도에서 차이가 나는 것도 사실이다. 나아가 사실 위의 조건은 유머에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다. 유머를 느끼는 상황을 좀더 특정해서 묘사하기 위해 유머는 왜 우리는 즐겁게 하는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유머는 왜 우리는 즐겁게 하는가? 유머의 무엇이 우리를 즐겁게 하는가? 유머에서 느끼는 즐거움의 원천은 무엇인가?
역시 그에 대한 답을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 한다면 그것은 '위태로워 보이는 상황에 대한 자기 통제감 및 그에 따른 안도감'이다. 앞서 유머는 '주어진 사건에 대한 보편적인 해석이 주어진 사건과 연결된 특수맥락에 의해 왜곡되어 어긋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꼭 유머에서만 발생한다고 말할수는 없다. 그런 경우라면 '사고상황'이나 '미스테리한 상황'이나 '마술 상황'도 그러하다. 사고 상황은 예컨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있던 휴대폰이 감쪽같이 사라진 경우고, 미스테리한 상황은 예컨대 자신의 휴대폰이 눈 앞에서 갑자기 사라진 경우고, 마술 상황은 예컨대 마술사가 자신의 휴대폰을 사라지게 한 경우인 반면, 유머 상황은 예컨대 휴대폰을 쥐고 있으면서 휴대폰이 사라졌다고 쩔쩔매는 누군가를 보게되는 경우이다. 위 상황 모두 주어진 사건에 대한 보편적인 해석이 왜곡되어 어긋나는 상황에 끼워맞춰 볼수 있다. 일단 뭐가 되든 자신의 해석이 실제와 어긋나는 사건이라면 그 자체는 유머에서 처럼 유쾌한 상황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오히려 그것은 낯썰고 위화감이 느껴져서 위태롭고 긴장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러하다. 미스테리 상황부터 시작해보면 그것은 보편적 관점에서의 자신의 해석이 어긋난 상황이며, 또한 그 어긋나게 되는 비일상적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는 특수맥락이 전혀 파악이 되지 않고 파악될 수도 없어 보이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웃김보다는 신비함이나 경외감이 적합해 보인다. 사고상황도 그 어긋나게 되는 비일상적 상황을 설명해 줄수 있는 특수맥락이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미스테리 상황과는 조금 다르다. 미스테리 상황에는 그것이 본질적으로 파악될 수 없을 것 같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는 반면 사고상황은 그냥 그것이 파악이 되지 않고 있을 뿐,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뿐인 상황이다. 사고상황의 당사자라면 이것은 웃김보다는 당혹스러움이나 낭패감이 적합해 보인다. 마술은 특수맥락을 누군가는 파악을 하고 있다는 점 및, 자신은 그것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위의 두 경우와 사뭇 다르다. 즉, 특수맥락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술사가 그 어떤 특수맥락을 이용하고 통제해서 재주를 부리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하여 마술상황에서의 감정은 웃김 보다는 신기함이나 궁금함이 적합해 보인다. 유머상황도 마술상황과 같이 사건에 대한 특수맥락은 파악되어 있다. 다만, 마술 상황에서의 특수맥락이 마술사라는 제 3자에게만 파악이 되어 통제가 되고 있는 반면, 유머상황에서는 그 특수맥락이 자신에게 파악되었기 때문에, 그 어긋남을 유발하는 비일상성이 자신에게는 설명과 통제와 예측이 잘 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다시 말하면 유머상황은 1.주어진 사건에 대한 해석이 어긋나 있으면서 동시에 2. 그 어긋남이 주어진 사건과 엮여 있는 비일상적 상황에 의해 성립된 특수 맥락으로부터의 맥락적 착시에 의한 것이며, 또한 3. 그 혼선상황과 직결되는 특수맥락이 무었인지를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하여 유머상황에서라면 보편적 해석이 실제와 어긋나는 상황에서 그 위태롭고 긴장된 상황의 원인을 설명해 줄수 있는 특수맥락이 우리에게 파악되어 통제되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유머상황의 즐거움 조건 그 둘째는 유머상황에 깔려 있는 그 특수맥락이 안정감 상태라는 것이다. 몰래 카메라를 생각해 보면, 몰래 카메라의 대상이 된 당사자에게는 각종 당혹스럽고 불편하고 긴장된 사건들이 벌어지지만, 그런 긴장을 유발하는 표면적 상황은 사실은 몰래 카메라라는 특수 맥락에 의해 왜곡된 것이고, 또한 그 특수맥락에 따른 실제적 상황은 표면적 상황과 무관해서 긴장할 필요가 전혀 없는 안정감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특수맥락을 이해하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는 몰래 카메라 당사자가 당하는 표면적 상황 자체는 긴장되 보이는 반면 그 실체적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음을 알기 때문에 편하게 웃을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대학교 시절에 누군가가 겉면에 장난스럽게 "윈도우 98 - 정품"이라는 글귀가 갈겨 쓰여있는 복제시디를 보고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 역시 주어진 사건에 대한 보편적인 해석 (정품이라고 쓰여 있으니 저것은 정품시디다)이 주어진 사건에 대한 또 다른 맥락 (공시디에 갈겨 쓰여있음)에 의해 왜곡되는 상황이다. 이 상황을 개그로 받아들인 것은 그렇게 쓴 사람이 아마도 상황을 장난스럽게 하려는 의도에서 그렇게 쓴 가벼운 안정감 상황으로 받아들여서 이지, 그러지 않고 이 상황을 "윈도우 98 - 정품"라고 쓴 사람이 진짜로 그렇게 쓰면 정품이 된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는 무거운 불안정감 상황으로 받아들였다면 유머나 웃김이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정리하면 자신에게 파악된 그 어긋남을 유발하는 실체적 특수맥락은 즐겁고 가볍고 편하고 안정된 상태여서 취하고 싶은 것이지, 심각하고 진지하고 불안하고 위태롭고 무겁고 긴장되고 갈등적이어서 피하고 쉽은 상태는 아니어야 유머는 성립된다. 아예 명백히 웃길의도의 판이 깔린 코미디 공연 같은 것이 대표적일 것이다. 이 경우, 공연은 관객들을 즐겁고 편하게 하고자 하려는 특수맥락이 명확하게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관객은 배우가 유머상황을 연출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으며, 그래서 어느정도 위태롭고 갈등적이고 심각하고 긴장된 연출을 해도 저것이 사실은 안정된 거짓맥락하에 연출된 상황임을 파악하고 있는 관객들은 편하게 유머를 즐길수 있게 된다. 그 반대 경우도 가능하다. 그러니까 실제로 일상적이거나 경계하거나 긴장하거나 조심하는 그래서 유머가 예측되지 않는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뜬금없이 엉뚱하거나 한가한 소리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아파서 입원하러 들어가는 마당에 내일 같이 운동하기로한 위문객에게 뜬금없이 내일 약속장소에서 보자고 한다거나 하는 것이 그 예이다. 코미디 공연이 유머가 예측되는 안정된 특수맥락 하에 긴장된 보편맥락을 연출하여 안정된 거짓 긴장감을 유발시킨다면, 이것은 반대로 일상적인 긴장된 특수 맥락하에 안정된 보편맥락을 연출하여 실체적 상황이 보이는 것 만큼 심각하지가 않아서 별 문제 없이 긍정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안심을 유도하는 경우라 할수 있다.
그리하여 우리가 유머를 느끼는 상황을 다시 정리하면 그것은 1.주어진 사건에 대한 해석이 어긋나 있으면서 동시에 2. 그 어긋남이 주어진 사건과 엮여 있는 비일상적 상황에 의해 성립된 특수 맥락으로부터의 맥락적 착시에 의한 것이며, 또한 3. 그 혼선상황과 직결되는 특수맥락이 무었인지를 우리가 파악하고 있고, 마지막으로 4. 그 특수맥락이 엉뚱하거나 가볍고 안정된 것이어서 긴장할 필요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 원리에 따라 유머는 1. 특수맥락이 보편맥락간의 상관성이 적고 엉뚱한 것일수록 사건에 대한 둘간의 해석의 어긋남이 클수록, 2. 보편맥락은 더 명료하고 더 긴장된 것일 수록, 3. 특수맥락이 더 개연적이고 더 쉽고 명확하며 더 가볍고 안정 상태의 것일수록 그 효과는 더 크게 작용할수 있다. 유머에서 느끼는 즐거움의 원천이라면 그것은 이처럼 긴장되 보이는 상황이나 사건을 안전한 상태로 받아들일 수 있는 통제감과 안도감일듯 하다. 그러니까 표면적으로는 위태로워 보이는 어떤 사건(자신의 보편적 해석이 실제와 어긋나는 사건)이나 상황(주어진 표면적 사건 자체가 긴장되는 상황)이 실제로는 전혀 긴장할 필요가 없는 가벼운 상황이라는 것을 파악함에 의해 그 어긋남에서 오는 긴장감을 명쾌하게 해소할수 있는 상황은 흥미롭고 재미있으며 유쾌한 경험이라 할수 있다. 다만 유머상황으로 부터 이런 유쾌한 경험을 누리기 위해서는 해당 유머상황에 깔려 있는 특수맥락을 파악해야 하고, 그 특수 맥락이 보편적 맥락을 왜곡시켜서 주어진 사건에 대한 자신의 기본해석이 어긋나 있다는 것도 이해함을 통해 보편적 해석의 어긋나는 현상에 대한 가짜 긴장감을 스스로가 통제할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