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티비는 더 이상 바보상자가 아니다, 우리 엄마 아빠가 잘 활용해서 우리 아이들이 영어 원어민이 되는데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뭔가 화면을 보는 것에 대해 권해 드리리가 상당히 조심스러운데요, 저 역시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걸 보여주는 게 옳은 건지, 보여주지 않는 게 옳은 건지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화면 보는 시간 (screen time) 을 관리하기 위한 기능이 휴대폰이나 태블릿에 들어가 있는 걸 보면, 세계 어느 곳이나 이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는 부모님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하지만, 무조건 하지 못하게 한다고 해법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집에서 못 보게 해도, 나가서 어디선가는 다 볼 거예요.
아주 어릴 때야 부모의 통제를 벗어나기가 어려워지지만, 조금만 커도 학교에서, 놀이터에서, 학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유튜브를 보며 킥킥거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럴 바에는 영상이라는 도구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이곳에 오신 엄마 아빠들의 할 일이 아닐까요?
이번 글에서는 지난 티비보다 좀 더 호흡이 긴 영상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바로바로 영화!!!
티비 그거 잠깐 보여주고, 약속대로 그만 보게 하는 것도 힘든데, 적어도 1시간 이상, 1시간 반이나 2시간짜리도 있는 영화를 보여주라고요?
라고 깜짝 놀라실 엄마 아빠 계실 거예요.
네, 그 영화를 보여주자는 겁니다. 보여주기만 하지 말고, 엄마 아빠도 함께 보세요.
엄마 아빠 어렸을 때를 먼저 떠올려볼까요?
엄마 아빠의 엄마 아빠 (그러니까 우리 아이들의 할아버지 할머니죠.) 손을 잡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 봤던 추억 가지고 계시죠?
처음 영화관에 들어갈 때 그 어두컴컴한 공간이 무섭기도 하고, 큰 화면이 신기하기도 하고, 엄청 큰 소리에 놀라기도 하고 그랬을 거예요.
혹시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부모님에게 안기기도 하고, 재미있는 장면에 다 같이 박장대소하며 영화를 보기도 했고요.
이렇게 영화라는 걸 통해 즐거운 시간과 추억을 만들 수 있답니다.
이걸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하려는 거죠. 그것도 영잘알 아이로 커 갈 수 있는 방법으로요.
영화 보여주실 때도 아래의 원칙을 잘 숙지하셔서 실천하신다면, 우리 아이는 물론이고, 엄마 아빠도 함께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답니다.
1. 영화는 절대적으로 아이 취향에 맞추세요.
티비 프로그램은 짧으면 12분, 길면 30분 내외로 그 호흡이 짧은데 반해, 영화는 보통 1시간 반 내외이기 때문에 긴호흡과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나 대상이 있다면 영화 보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그러므로, 아이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고르셔야지, 이 영화가 아이들에게 좋다고 억지로 보게 하는 건 아주 좋지 않은 방법입니다. 평소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주제에 대한 영화를 찾아 보여주어도 좋습니다.
2. 연령 제한을 지켜주세요.
티비에도 그렇지만, 영화에는 오래전부터 연령 제한이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 보기에 재미있는 영화를 고르면, 내용이나 언행이 너무 폭력적이라던가, 성적인 묘사가 많다든지, 아이들에게 적절하지 않은 장면을 마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영화의 연령 제한을 꼭 지키시는 게 좋습니다. 아래는 주로 미국 영화에 붙어있는 연령 제한입니다. G, PG 정도가 적당하고, 초등 고학년이라면 PG-13까지 괜찮습니다.
Rated G: General audiences – All ages admitted
Rated PG: Parental guidance suggested – Some material may not be suitable for children.
Rated PG-13: Parents strongly cautioned – Some material may be inappropriate for children under 13.
Rated R: Restricted – Under 17 requires accompanying parent or adult guardian.
Rated NC-17: Adults Only – No one 17 and under admitted.
3. 영화를 끊어볼 수 있습니다.
영화는 티비에 비해 호흡이 길다고 말씀드렸죠. 하지만, 이걸 다 볼 필요는 없습니다. 끊어보면 되지요. 너무 맥락 없이 끊으면 재미없으니, 엄마 아빠가 미리 영화에 대해 찾아보시고 적당한 곳에서 끊으시거나, 함께 보시면서 화면이나 장면 전환이 확실하게 되는 곳에서 끊으시면 됩니다. 혹은 시간을 정해놓고 그때 바로 중단하는 것도 방법이고요. 그리고, 등장인물 간 대사가 길게 나오는 곳은 어린아이들일수록 지루해 합니다. 이런 곳은 과감히 넘겨서 흥미로운 장면으로 넘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4. 엄마 아빠가 모범을 보여주세요.
티비 소개해 드릴 때도 말씀드렸던 내용이죠. 엄마 아빠가 무분별하게 영상 시청을 하면서 '너희들은 여기까지만 봐.' 하면 아이들이 말 잘 들을 리가 없습니다. 평소에도 항상 약속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고, 특히 아이와 한 사소한 약속이라도 꼭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신다면, 아이들이 서서히 그걸 따라 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이렇게 글을 마무리하면 또 좀 아쉬우니까, 제가 아이들이랑 배꼽 잡으며 봤던 영화 몇 편만 소개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1. 나홀로 집에 (Home Alone)
어린이 영화 중 최고봉이라 할 수 있죠. 과거 명절 특선 영화로 수도 없이 보셨을 겁니다. 또한 이 영화는 맥컬리 컬킨을 세계적인 슈퍼스타로 키워내기도 했죠. 어린아이가 어른 좀도둑 두 명을 통쾌하게 이겨내는 이야기는 같이 보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게 됩니다. 그런데, 다 커서 다시 보니, 그 좀도둑들이 불쌍해 보이기도 하더군요. 크리스마스 시즌에 보시면 정말 재미있습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 저학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2. 페어런트 트랩 (The Parent Trap 1998)
꼬마 시절의 린제이 로한이 1인 2역을 했던 영화, 페어런트 트랩입니다. (오리지널은 1961년 영화이고, 이 영화는 그 영화의 리메이크입니다.) 쌍둥이 자매인데, 부모의 이혼으로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지 못하다가, 여름 캠프에 참석해서 만난 아이가 바로....!? 더 이상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되니 참겠습니다. 아이의 시선에서 이혼한 부모를 바라보고, 다시 이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예쁘고 사랑스러운 영화입니다. 초등 중/고학년 정도가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3. 주만지 (Jumanji)
계속 옛 영화들만 소개해 드리게 되는데, 옛 어린이/가족 영화가 참 좋은게 많더라고요. 이 영화는 신비로운 게임 주만지를 발견해서 그 게임 속으로 빠져드는... 아, 이것도 너무 이야기하면 스포일러 되겠어요. 아무튼, 젊은 날의 로빈 윌리엄스와 어린 커스틴 던스트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할 때 정말 재미있어서 게임 속에 빠져드는 듯한 느낌을 느껴볼 수 있는데요, 이 영화에선 그걸 진짜 영화로 만들어서 보여주더라고요. 초등 중/고학년에게 적당한 영화입니다.
자, 이렇게 영화를 가지고 우리 아이 원어민으로 키우는 방법에 대해 간단히 알아봤습니다.
참 간단하고 쉽지요?
아이가 좋아할 만한 영화를 발굴하여, 꾸준히 함께 보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 아이가 영어를 놀잇감으로 생각하며 지낼 수 있는 아주 쉬운 길이랍니다.
아, 자막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 계실 거예요.
영화의 오디오는 당연히 영어로 듣는 거니 두 말하면 잔소리겠고요, 자막을 보여주냐 마냐, 보여준다면 영어 자막이냐 한국어 자막이냐 의견이 다양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 다른 글에서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엔 다른 방법으로 영어 환경을 만들어보는 비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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