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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안좋아했지만 어쩌다보니 아기 낳고 곧 11개월인 아줌마가 문득 든
게시물ID : baby_254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theFab4
추천 : 9
조회수 : 217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2/12/06 03: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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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todayhumor.co.kr/view.php?table=total&no=15284063&page=1

 이 글을 쓴 늙은 엄마입니다.

 아기 낳고 신생아때는 다들 힘들다니까 그러려니 해서 그런가 별로 안힘들었거든요. 100일의 기적이라길래 기대했는데요...분명 아기는 지 나름대로 통잠을 자는데 왜 나는 월령이 찰 수록 더 피곤....??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잠과의 전쟁인 이유는 총 수면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자고싶을 때' 못 자기 때문이라는 것...

아기들은 잘 자기도 하고 못 자기도 하고...

잠들어서 빠져나와 집안일 하다보면 빼액 울고 그래서 달래면 금방 잠들다가도 한두시간 잠을 못들고 울기도 하고

새벽에 깨서 한 두시간 놀다 울다 자기도 하고

월령이 차니 너무 피곤해서 졸리지만 자고싶지 않아 버티기도 하고

저는 잠이 없는 사람이고 임신기간 내내 서너시간 겨우 잤지만 피곤하면서도 이상하게 자꾸 가만히 있기가 싫어서 많게는 만보 넘게 걷곤 했는데

아니 이 녀석이 늦게 자고 낮잠을 안자는 이유가 그것때문인지...ㅠ 

게다가 밤에 이유식을 만들어야 하니 애 자면 집 치우고 밥 해먹고 이유식하면 새벽 세시 넘어 겨우 자고...

힘든 나날의 연속인데요, 일주일에 한 번도 겨우 오시는(우리 부부와는 달리 핵인싸시라 스케줄 빡빡하심)시어머님은 매번 애가 순하다, 이런 애는 누워서도 보겠다 하시는데 아 그게 칭찬인 줄은 알지만 왠지 열이 받는다는거죠.... 심지어 친정에서도....

이래서 매번 겨우 안자려는 애 늦게 밤 잠 재우고 남편에게 하소연하며 내가 전생에 쟤하고 뭔 원수를 져서 ... 라고 하면 남편은 우스갯소리로 당신이 가림이한테 전생에 큰 죄를 지어서 그렇다며....ㅂㄷㅂㄷ....

어찌저찌 곧 11개월인데 몇주만에 오신 시어머님과 아기를 보면서 이야기 하다 남편 아기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기저귀 갈거나 응아해서 닦을때 순순히 누워있지 않아서 거실 테이블 붙들고 서게해서 뒤에서 처리해주는데, 애는 그게 너무 궁금한거죠. 대체 뭐길래 안보여주나, 왜 못 만지게 하나... 그래서 자꾸 뒤돌아보고 궁금해한다 하니

남편이 아기때 어머님은 부업으로 바쁘시고 옆에서 놀고있었는데 손가락을 어머님 입에 넣길래 입을 벌리려다 지독한 냄새가 나서 보니 저기 구석에서 똥을 싸놓고는 손가락에 찍어서 입에 넣어주려 하더라고.ㅎㅎ

결혼 10년이 넘었지만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분명 어머님 머릿속 기억 저 구석에 잊혀져 있던 추억이었겠죠.

근데 가림이(우리 애) 똥 이야길 들으니 갑자기 생각이 나셨겠죠.


이 이야기를 들으니 문득 아 이래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행복하다고들 이야기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아이의 재롱도 행복이지만 

잊혀졌던 가족의 어릴적 기억이 손자를 통해 되살아나고 공유되고

생판 남이던 며느리에게 그 기억이 전달되고

그렇게 다들 가족이 되는거구나, 가림이 너로 인해 세상 까칠하고 매사 시니컬한 내가 널 보느라 힘들다고 불평하는 와중에도 이렇게 사소한데서 웃음짓게 하는구나, 나와 아빠와 네 할머니를 연결짓는, 가느다란 노끈을 네가, 견고하게 해주는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너를 통해서 40이 되도록 철 없는 내가 철이 조금씩 드는구나... 싶기도 했구요.

아 물론 철 들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뒤져도 안될 듯?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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