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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개그를 이해 못했던 일본군.
게시물ID : military2_25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파마늘판타지
추천 : 15
조회수 : 2761회
댓글수 : 28개
등록시간 : 2017/10/19 21:23:26

  20Cm 50구경장 2연장 주포탑을 5기 배치하고 어뢰까지 탑재한 정신나간 과무장으로 유명한 묘코급 중순양함 3번함 아시가라 입니다.

  이 아시가라는 2차대전 발발 전, 동맹국이었던 영국 왕립 해군의 관함식에 참가한 뒤 바로 독일을 방문, 히틀러를 만나고 온 배로도 유명합니다.

  그 와중에 아시가라에 타고 있던 기자들이 영국에서 팔던 외설 소설(...이라고는 해도 좀 자유분방한 연애사를 다룬 살짝 진한 소설 정도 입니다.)을 구해다가 사전을 뒤져가며 번역해 몰래 돌려보기도 했다지요.(...)

  하여간 왕립 해군의 관함식에 참가한 아시가라는 영국인들의 엄청난 찬사(?)를 들었는데 말이지요...

  한 영국 기자는 "나는 오늘 처음으로 진정한 군함을 봤다. 지금까지 본것은 전부 여객선이었다." 라며 아시가라의 용맹한 모습을 찬양 했고...

  왕립 해군의 장병들은 아시가라의 살기 등등한 모습을 보고는 "우리가 타는 배는 호텔 쉽이군..."라고 말 했지요.

  그리고 왕립 해군은 아시가라의 그 용맹한 모습을 기려 '굶주린 늑대'라는 별명을 붙여 줬고, 일본 해군은 이걸 열심히 홍보하며 자국 순양함의 우수성을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는 개뿔.

  사실 영국 해군과 기자들은 2연장 주포탑 5기, 즉 주포를 10문이나 올리고 거기에 어뢰 발사관까지 실은 정신 나간 과무장을 보고 실컷 조롱했고 위의 평가들은 전부 일본 해군의 조함 개념을 조롱하는 별명들입니다.

  '굶주린 늑대'는 좋은 뜻 아니냐? 라고 할수도 있습니다만...사실 동양권에서 늑대는 용맹한 동물이라는 이미지가 있고 일부에서는 신격으로까지 숭배되는 대상인 반면 유럽권에서 늑대의 이미지는 이승과 지옥의 경계 어디선가 온거 같은 생물 정도인지라(...) 일본 해군이 이 영국식 유머를 문화적 차이로 이해하기 못하고 정말로 칭찬하는 의미로 받아 들인거지요.

  즉 영국인들 눈에 비친 아시가라는 오로지 닥공만 할줄 아는 이성을 잃은 늑대 같은 배로 비친거고, 그걸 일본인들이 용맹하고 고귀한 맹수같은 군함이라고 받아 들인거.(...)

  이 인연인지는 몰라도 아시가라는 2차 자바해 해전에서 왕립해군의 순양함 엑세터와 그외의 구축함 세척을 잡아먹는 전공을 세웠고 그 후로도 꽤나 공적을 세우다 일본 해군 최후의 승리인 례호 작전에도 참가하여 전공을 올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끝까지 영국과 엮일 운명인지 왕립 해군 잠수함의 어뢰 공격에 침몰했고 배가 바로 가라앉지 않아 승무원의 거의 대부분인 853명(묘코급의 최종 사양 기준으로 승무원은 891명이라고 합니다)이 생존하였고 이 생존자들은 합류 예정이던 카미카제급 구축함 1번함 카미카제가 구조 했다고 하는군요.

  덤1. 이렇게 묘코급 중에서는 꽤나 활약한 배이긴 합니다만...배의 거주성이 개판을 넘어선 수준이라 위의 왕립해군 장병들의 평가인 "우리가 타는 배는 호텔쉽." 발언이 나올 정도였다고 합니다.

  어느정도냐 하면 잠자리가 모자라서 어뢰 발사관 옆에서 누워 자는 수병이 있을 정도라니 말 다했죠 뭐...(...)

  덤2. 자매함인 나치 정도는 아니지만 실전에서는 주포의 명중율도 좀 떨어지는 편이었다고 하는군요. 물론 나치처럼 실전에서의 명중율이 0%에 수렴하는 수준은 아닙니다.-_-;;;

  덤3. 여타 일본 해군 대형함들이 다 그렇듯 아시가라 역시 군기가 센 정도를 넘어서 미친 수준이긴 했던 모양입니다. 물론 '소문난 뱀 나가토'나 '지옥의 공고', '귀신 야마시로' 따위의 별명으로 불리던 전함들에 비하면 좀 사정이 나았다지만 그래도 장난이 아니었다는듯.

  물론 어느나라 해군이나 큰 배는 군기가 세다고는 합니다만 일본 해군의 대형함은 군기가 센걸 넘어서 목숨을 걱정 해야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순양전함 히에이의 승조원이 증언한 바에 따르면 하루종일 맞다가 자려고 누우면 맞은데가 아파서 밤새 울고 아침이 오면 또 맞을 생각에 그렇게 무서웠다고 하네요.

  물론 예외는 있는지 카미카제 요원으로 선발되었다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전 공군 소장 윤응열 소장은 공고급 4번함 하루나에 승조 해 있을 당시 조선인이라고 무시하면서 괴롭히는 일본인을 갑판에서 두들겨 패 줬다고 합니다.(...)


  P.S. 요새 날씨가 부쩍 추워진게 실감이 나는군요. 감기 조심 하세요.

  왜 이런 말을 하냐 하면 요새 아침에 일어나서 한대 피려고 마당에 나오면...

tCxxYtq.jpg

  요놈들이 이러고 있더라구요.

  얘네들이 어지간 하면 안이러거든요? 서로 못잡아먹어 난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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