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재미나게 놀고 집에 와 소박한 밥을 배부르게 먹고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고 깨끗하게 빤 내복을 입고 하기 싫어하는 치카치카를 억지로 하고 그렇게 어제와 똑같은 평범하고 소란스러운 오늘을 보내고 또 적당히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에 몸을 뉘이고 걱정없이 잠든 그 평온한 얼굴을 볼 때면 이 고요한 어둠이 새삼 가슴을 쓸어내릴 만큼 감사한 것이다.
이러한 감사의 끝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포탄이 떨어지는 어느 곳에 있는 아이들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죽음의 공포와 혹은 추위와 배고픔과 질병과 학대에 고통 받는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떠오른다.
부디 모든 아이들에게 고요한 밤이 허락되기를. 그래서 평화로운 꿈 한 자락 덮고 걱정 없이 잠들 수 있기를. 가족과 친구들과 선생님과 이웃 아저씨와 아줌마와 함께하는 평범하고 소란스러운 일상이 찾아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