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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과거와 현재의 공존 - 런던 도심의 동쪽 지역
지난 글에서 런던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소호(SOHO) 지역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오늘은 소호 지역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이동해 볼 예정이다. 런던의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지역으로 런던의 랜드마크인 타워 브릿지(Tower Bridge)와 그 주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지역은 앞서 소개했던 소호나 트라팔가 광장에서 걸어가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는 편(약 50분 소요)이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가면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버스를 타고 런던 시내를 눈에 담아가면서 천천히 가는 것을 추천한다.
1. 궁전과 감옥 사이, 런던 탑(Tower of London)
이 지역에서 첫 번째로 소개할 장소는 런던 탑이다. 런던 탑은 1천 년 넘게 그 자리에 머무르면서 영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공간이다. 11세기 정복왕 윌리엄에 의해 요새 목적으로 처음 만들어진 런던 탑은 시간이 지나면서 영국의 찬란하면서도 어두운 역사를 모두 겪은 곳이다.
런던 탑의 정식 명칭은 '여왕 폐하의 궁전이나 요새인 런던 탑(Her Majesty's Royal Palace and Fortress of the Tower of London)'이다. 이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런던 탑의 주요 기능은 영국 군주가 머무는 궁전과 그들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요새였다. 하지만 때로는 본인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또는 본인의 영욕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감금하는 장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실제로 영국 역사에서 수많은 왕족과 귀족들이 이 곳에 감금되었다. 그 중에서도 15세기 후반 발생했던 '두 왕자의 실종' 사건이 가장 유명하다. 12세에 왕위에 올랐던 에드워드 5세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삼촌인 글로스터 공작 리처드의 섭정을 받아야만 했다. 이내 리처드 공작은 어드워드 5세와의 그의 동생을 런던 탑에 감금시켰는데, 1483년 6월 그들의 행방이 묘연해졌고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들은 삼촌에 의해 살해되었다고 전해지지만 확실한 증거나 흔적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강한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것이다.
지금의 런던 탑은 영국의 역사를 잘 담아내고 있는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한 전시품은 바로 영국 군주가 대관식 때 사용했던 왕관이다. 현재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가 대관식 때 실제로 썼던 왕관도 이 곳에 보관되어 있다. 이 왕관은 영국 왕실을 상징하는 매우 중요한 물건이기 때문에 엄중한 경계 속에서 전시되고 있고, 사진 촬영도 금지하고 있다.
2. 런던의 랜드마크, 타워 브릿지(Tower Bridge)
런던 탑에서 나와서 바로 옆에 있는 타워 브릿지로 가보자. 타워 브릿지는 런던 탑 안에서도 정말 잘 보인다. 걸어서 5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설렁설렁 걸어가다 보면 거대한 타워가 눈 앞에 나타날 것이다.
타워 브릿지는 템즈강 위에 1894년에 완성된 다리로,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런던 최고의 관광명소이자 랜드마크이다. 양 쪽으로는 웅장하면서도 거대한 두 개의 타워가 다리를 지탱하고 있고, 다리 위쪽에 있는 통로에는 런던의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전시관이 있다. 나는 타워 브릿지는 꽤 많이 건너다녔는데, 위에 있는 전망대나 전시관까지 올라가 본 적은 없다.
타워 브릿지는 템즈강에 대형 선박이 지나갈 때마다 중앙부를 들어올리는데, 지금은 과거에 비해 들어올리는 횟수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나도 이 다리가 들어올려진 모습을 실제로 본 적은 없다. 타워 브릿지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다리가 언제 열리는지 미리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영국에 있을 때 이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한 번도 타워 브릿지가 열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타워 브릿지는 어디에서 봐도 멋있지만 내가 추천하는 장소는 바로 옆에 있는 런던 브릿지(London Bridge)이다. 런던 브릿지 위에서 바라보는 템즈강과 어우러진 타워 브릿지의 모습은 정말 웅장하다. 배를 타고 타우 브릿지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런던으로 어서 들어오라고, 환영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타워 브릿지의 또 하나의 매력은 이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템즈강과 런던 시내의 모습이다. 템즈강 양옆으로 길게 발달한 런던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런던 시내의 빼곡한 건물들 사이로 잠시 쉬어가라는 듯이 유유히 흐르고 있는 템즈강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3. 런던 최대의 전통시장, 버로우 마켓(Borough Market)
타워 브릿지를 건넜으면 템즈강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보자. 약 10분 정도만 걸어가면 런던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전통시장 버로우 마켓이 나온다. 공식 문헌에는 13세기 중후반에 버로우 마켓에 대한 언급이 최초로 나오긴 하지만, 실제로 더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나 저러나 꽤 오랜 시간 동안 런던 시민들의 사랑해온 전통 시장인 셈이다.
하지만 지금의 버로우 마켓은 런던 시민들보다 관광객들의 사랑을 더 받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런던 시민들이 식료품이나 꽃 같은 것을 살 때 여전히 많이 이용하는 곳이지만, 그들보다 관광객들의 숫자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버로우 마켓이 영국 특유의 전통시장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곳이고, 워낙 크고 다양한 물품들을 판매하기 때문에 런던을 찾는 관광객들이 한 번씩 들러가는 곳이 되었다.
버로우 마켓 안으로 들어가면 항상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하지만 전통시장은 조용하고 한산한 것보다 사람이 많은 것이 더 좋다.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사람들의 활력과 생동감을 피부로 체감하면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다.
버로우 마켓은 여느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없는 것이 없는 것처럼 많은 물건을 판매한다. 수공예품, 기념품, 꽃, 식료품 등은 물론이고,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도 당연히 있다. 어느 나라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한 것처럼 이 곳에서도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이 바로 먹거리 코너이다. 영국 음식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들을 보고 맛 볼 수 있는 곳이다.
4. 영국 최고층 건물, 더 샤드(The Shard)
버로우 마켓 바로 옆으로는 높은 건물 하나가 우뚝 솟아있다. 런던 시내 어디에서나 보이는 이 건물은 더 샤드라는 건물로 영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2012년에 완공한 이 건물은 런던의 새로운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고, 런던 시내와 야경을 볼 수 있는 장소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런던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 중 하나이긴 하지만, 런던에서 초고층 건물은 이제껏 찾아볼 수 없었다. 72층, 약 309m 높이의 이 건물은 런던의 다른 건물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다. 마치 우리나라의 롯데타워와 비슷한데, 그렇기 때문에 런던 도심 지역 어디에서나 더 샤드 건물이 보인다.
오늘은 런던에 대한 세 번째 이야기로 타워 브릿지와 그 주변 지역에 대한 내용이었다. 런던 중심 지역에 대한 이야기로 세 편의 글이 나왔다. 이제 다음 이야기부터는 런던 외곽 지역으로 조금씩 이동할 예정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영국의 다른 도시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될 것이다.
출처 | [브런치북] 영국의 동네이야기 - 런던 https://brunch.co.kr/@dyd415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