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전에 살던 서울 본가에서도 악몽을 주기적으로 꿨음.
주된 악몽은 친누나가 날 못 죽여 안달인 것처럼 쫓아다님.
쫓고 쫓고 날아다니면서 도망가고 하다가 진짜 이 악몽 때문에 실제로도 친누나랑 얘기를 안 하고 지냈을 정도
어쩔 땐 컴컴한 마루에 어느 여자가 무릎꿇고 고개 숙이고 앉아 있는데, 누구지 하고 보니 친누나였다거나. 뭐 그런식
아무튼 본가에서 독립도 하고싶고, 악몽도 지쳐서 터가 안 좋나 싶어서,
혼자 일산 오피스텔로 이사옴
이사 오고 나서, 신기한 것은, 친누나 나오는 꿈을 안 꾸기 시작함.
이건 좋았음. 정말 터가 문제였나보다. 그렇게 초반에 악몽도 안 꾸고 잠도 괜찮게 잤음
그러다 2-3개월 째 됐을까, 가위나 악몽을 꾸기 시작함
내가 지금 이사 온 집에서 약 10개월간 꾼 가위, 악몽 총 정리해봄
(무서움의 강도가, 여태까지 꿔보지 못 한 정도의 급이니 뒤로 넘기셔도 좋습니다)
참고로, 그냥 미로 같은 데 갇혀서 길 헤매는 거, 누구한테 쫓기는 거,
게임 안에 들어간 것처럼 내가 막 헤매는데, 어느 건물 안에 얼음 안에 굳어 있는 사람이 손에 칼 들고 있다거나,
뭐 이런 건 "차라리" 스릴이라도 있었음
아주 생생하고 징그럽게 생긴 벌레들이 클로즈업돼서 보이는 것도, 그냥 징그럽고 맒
이것과 급이 다른 악몽들이 문제임
1. 이사 초반. 가위를 정말 몇 년만에 눌려봄
나는 팔을 머리 위로 쑥 올려서 베개 뒤편으로 제치고 자는 때가 있음
갑자기 가위 눌리는 신호가 옴. 그리고 내 자세에 어울리는 가위임.
누가 내 팔을 잡아당김. 계속 뒤로 잡아당김
가위를 많이 눌려봐서, 질 수 없어서 온갖 힘을 다 해서 겨우 가위에서 깸.
내 팔을 잡아당긴 쪽에는 작은 창고 문이 있었음. 그 뒤로 침대 위치 바꿈
2. 문을 '쾅쾅쾅쾅' 아주 심하게 치는 소리가 남
그 소리에 놀라서 깸
3. 또 다시, 문을 '쾅쾅쾅쾅' 아주 심하게 치는 소리가 남
누가 나 좀 꺼내달라는 듯한 듯이, 아주 절실하게 '쾅쾅쾅쾅' 거림
그리고 아주 날카로운 여자 비명소리가 들림
무서워서 본능적으로 깸
4. 친누나가 나를 쫓는 건 없어졌으나, 한 번 친누나가 나오긴 했음
불이 꺼진 방에서 친누나와 같이 앉아서 TV를 보고 있었음
그 TV에는 물에 익사한 아기가 나오고 있음. 물도 푸른색이고 아기도 푸른색임
나는 무서워서 막 그러고 있는데, 친누나는 아주 덤덤하게 내 손을 잡고 그걸 보고있음
5. 문을 '쾅쾅쾅쾅' 하는 소리가 나고,
그 안에 엄마가 갇혀 있음. 본능적으로 깸
엄마한테 바로 전화했음, 별 일 없냐고. 별 일 없다고 하였음
6. 내 방에 주변을 한 번 보는데, 웬 어린 흑인 아이가 목매달려 있음.
근데 죽지 않고 살아있음. 날 쳐다봄.
너무, 너무, 너무 무서워서 '육성'으로 소리를 질렀더니,
그 아이가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냐'는 듯 한 표정으로 쳐다봄.
육성으로 소리 질러서 악몽에서 깨보는 드문 경험
7. 침대에서 자고 있음. 내 옆에 뭔가가 있음. 두둑한 덩어리가 양쪽에 있음
뭔지 모르겠으나, 본능적으로 느껴진 건 시체임. 그냥 뭔가 몸둥이만 있는 그런 느낌임
그 곳을 벗어나려고 하는데, 몸이 안 움직임
8. 침대에서 자고 있는데, 옆에 화장실 문이 열려있음
화장실 안에 분명히 누군가가 있음. 처음 보는 남성 2명임
문제는 정신이 온전하지 않음. 뭔가 뇌를 다친 사람들 처럼, 넋놓고 그냥 가만히 서 있음
9. 엘리베이터를 탐. 한 남자랑 같이 타고 있음
이유를 모르겠는데 내가 엘리베이터 바닥에 누워있음
갑자기 그 남자가 총을 꺼내고 날 쏨, 놀라서 잠 깸
10. 컴컴한 방에 내가 누군가의 몸 위에 누워있음.
그 사람이 날 뒤에서 안고 약간 애무 비슷한 걸 함.
휙 돌아보니 못생기고 뚱뚱한 남자임. (참고로 나도 남자;)
불쾌해서 얼른 일어나서 내 방 침대로 피함. 근데 내 방 문은 열려있음
뭔가 다시 일어나서 저 문을 닫아야 겠음.
안 그럼 그 사람이 쫓아올 거 같음. 그래서 조심히 문 쪽으로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 사람이 서 있음
11. 이건 어제 꾼 꿈.
우리 집에 들어오려는데 집 문이 열려있음
일단 들어옴. 너무 피곤해서 침대에 누워서 잠.
그러다 잠이 깨 있는데, '아참 문이 열려있지 않았던가?'
하고 불안한 마음에 문 쪽으로 감
문이 열려 있고, 자물쇠 부분이 드라이버로 모두 해체되어 뜯겨져 있음
그걸 겨우 꼭 닫고 겨우 나사를 찾아 문을 대략 잠궈 놓은 후,
다시 내 침대로 왔음. 근데 뭔가 불안함.
문은 열려있었고, 난 잠들었었고, 지금 내가 문을 잠구고 왔다고 해서,
내 방 안에 나밖에 없다는 보장은 없잖아, 생각들었음
침대에 누웠음. 주변을 보니 아무도 없음..
불길한 생각에, 혹시 하고 침대 밑을 봤음
꾸적꾸적한 무늬 있는 갈색 이불을 덮은 한 처음 보는 남자가 날 쳐다봄.
너무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다시 한 번 '육성'으로 '야 너 뭐야!' 하고 소리 지르고 깸
이게 10개월간 꿈, 그 중에서도 무서워서 기억나는 꿈들임
이거말고 자잘한 꿈들 기억나지 않는 꿈들도 있음
진심으로, 이 방에 문제가 있는 걸까?
내가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하는 걸까?
제가 좀 심한거죠?..ㅠ
정말 궁금한데 저만큼 악몽 자주 꾸시는 분 계신가요
누우면 3초만에 잠 드시는 분, 악몽 없이 푹 잘 자고 잘 일어나시는 분, 세상에서 제일 부럽습니다..
악몽을 안 꾸는 조언 같은 것도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