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지니어스를 통해서 본 홍진호는 굉장히 깨끗한 플레이를 하는 사람입니다.
게임이 직업이었던 "프로게이머"여서 페어플레이를 한다는 말도 일리는 있지만, 스1판을 망하게 만든 마모씨를 보면 프로게이머는 페어플레이를 한다는 전제는 틀리다고 생각합니다.
프로게이머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시절 저는 스타에 관심 없는 코찔찔이 초딩이었기에 홍진호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홍진호에 대해 자세히 다 알려면 몇 주는 새서 그 방대한 자료들을 다 읽어봐야...)
어쨌든 그에 대한 애정으로 여기저기를 뒤져보고 알게 된 건 홍진호는 프로게이머 당시에도 굉장히 페어플레이를 추구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그가 왜 한때 정말 진지하게 가루가 되도록 까였는 지 아직도 명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3연벙+육회 사건 이후라고 알고 있는데, 그 시절 스갤을 하신 분이 계시다면 자세히 알려주시면 감사...) 그는 육회 사건 외에는 딱히 변명을 하는 스타일의 플레이어가 아니라고 콩갤에서 주워듣기도 했습니다.
홍진호 본인이 한 이야기를 대충 적어보자면, 자신은 최고의 프로게이머가 아닌 매너 있는, 오래 기억 될 프로게이머로 남자는 걸 목표로 프로게이머 세계에 뛰어들었다고 합니다.(문맥이나 단어가 다를 수 있습니다.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맞는 걸로 기억합니다.)
이제 지니어스로 들어오자면, 홍진호는 시즌1, 2 현재까지 통틀어 정말 배신다운 배신을 한 적이 없습니다.
이준석은 배신했다라는 것은 맞는 말이긴 한데, 사실 그 상황에서 홍진호는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그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자면 김민서 씨는 탈락후보가 확정된 상태였고, 성규가 6승(맞나요?ㅠㅠ)으로 단독 1등, 홍진호가 5승으로 1승이 모자란 상황이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김민서 씨가 호지롷에게 1승을 더 줘서 성규의 단독우승을 막습니다.
여기서 1화 우승을 하게 되며 김민서 씨가 도움을 줬습니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김민서 씨가 데스매치 상대자로 이준석 씨를 지목해 버립니다.(당황했을 콩을 생각하니 콩맘인 제 가슴이 다 아픕니다) 또한 김민서 씨는 가넷까지 주며(홍진호 거였지만...)데스매치에서 자신을 도와달라고 합니다.
솔직히 이 상황에서 제가 홍진호였어도 김민서 씨를 도왔을 것 같습니다. 일단 우승하게 해 준 사람이 김민서 씨일 뿐더러 가넷(...)까지 받았고, 또 강자는 조기에 제거한다는 의미도 있죠. 이준석 씨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상황에서 홍진호가 가넷도 받아먹고 우승도 받아먹고 이준석 씨를 도와주는 것도 명백히 김민서 씨에 대한 배신입니다.
이준석 씨와는 같이 게임을 한 동료지만 김민서 씨와는 거래가 오간 게 있죠. 그야말로 시즌 2에서 사라진 가넷 give and take의 자세입니다.
진호맘으로서 홍진호의 입장을 대변하느라 말이 길어졌습니다만 이 이후로도 홍진호는 그야말로 정의구현의 아이콘입니다.
홍진호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이유가 뭘까요?
그의 명석한 두뇌가 첫번째라고 할 수 있겠죠? 어떻게든 문제의 해결법을 찾으려고 하고, 또한 그 해결법을 굳이 한 길이 아닌 여러 방향에서 그야말로 역발상, 게임의 룰을 이용해 기가막힌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전 콩픈패스도 매우 좋아하지만(하악) 5:5 명제 게임을 더 좋아합니다ㅎㅎ
근데, 이렇게 게임을 잘 하는 사람이 정의롭기까지합니다.
홍진호의 진정한 매력은 이것 아닐까요? 정의롭다기보단 상식적이라는 표현도 맞을 수 있겠네요. 받은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습니다. 언제나 신뢰를 지키는 면도 있죠.
제가 더 놀라운 건 다른 플레이어라면 충분히 화내거나 기분나빠할 수 있는 상황에서 홍진호는 절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유연히 대처한다는 겁니다.(시즌1 도둑잡기 편에서 김구라씨와의 갈등. 저라면 숲들갓처럼 얻다 대고 꼬장부리시는거에요? 했을 듯. 갑자기 열받네요, 애초에 마을이 바뀌어버린 게 누구 탓인데...김구라씨가 금 욕심 냈다가 이 사단이 났죠.)
이런 매력은 지니어스 밖에서도 느껴집니다. 대표적으로 인터뷰만 보더라도 홍진호가 얼마나 진국인지, 말은 또 어찌나 예쁘게 잘하고...남 흉보거나 조금이라도 자기 옹호하는 건 본 적도 없습니다. 겸손함이 그대로 느껴져요. 그릇이 얼마나 큰 사람인지를 느끼게 해줍니다.
저는 그의 두뇌보다, 그가 보여주는 정의구현의 모습에서 진정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정말 더러운 꼴 많이 보죠. 학교에서의 학우들과의 관계, 나를 보호해주리라 믿었던 선생님과 학교의 외면, 사회생활로 나가서는 상사의 말도 안 되는 트집, 부당한 대우에도 함부로 큰소리 낼 수 없는 현실들, 크게 보자면 우리 나라의 현실이 그렇죠. 기득권층에 찍소리 못하고 잘못된 걸 잘못됐다 말하지 못하는 나라의 현실이죠. 친일파의 아들딸은 잘 먹고 잘 사는데, 독립에 목숨을 바친 가문의 자손들은 폐지를 줍습니다.
누군가 이게 말이 되냐 외쳤을 때 국가가 과연 답을 해 줄까요.
이런 현실에서, 상식이 통하는 모습을 정말 보고 싶었던 제게 오버하자면 홍진호가 바로 그걸 보여준 겁니다. 게다가 최종으로는 우승까지 하면서요.
그런 홍진호를 보면서 희망을 갖게 됐다면 너무 멀리 나가는 걸까요? 어쨌든 제게 홍진호는 지니어스1 우승자 그 이상의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 지니어스2의 양상은 1과는 너무나 다르죠. 지금 무력하게 게임도 못하고 앉아있고, 기득권에 의해 따돌림 당하는 홍진호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또 일반인들을 홍진호에게 투영시키게 됩니다. 게다가 그가 정말로 넘사벽의 게임 센스를 갖고 있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못 하는 모습에서 절망감은 더 크게 다가오죠.
현재 탈락된 몇 출연자들이 인간 대 인간으로서 상처를 입었을 거라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홍진호가 이번 방송을 얼마나 힘들게 촬영했을 지는 누구도 자세히 알진 못하지만, 인터뷰나 방송에서 느껴지는 모습에서 자연스레 안타까워집니다. 개인적으로 그토록 홍진호가 연예인 파벌을 깨고 승리하는 모습을 바라왔지만 더 이상 그곳에서 상처받지 말고 나와서 본인이 하고 싶은 다른 일을 하는 걸 보고 싶기도 합니다.
이제 제가 바라는 건 홍진호가 결국 파벌에 밀려 비참하게 패배하고 말지라도, 그것 쯤이야 훌훌 털어내고 대중에게 그가 좋아하는 다른 무언가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요번에 김풍 씨와 함께 제주도를 놀러간 것이나, 다른 게임을 하며 즐기거나(요즘은 하스스톤을 하더라구요...나도 해볼까) 그렇게 인생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이상 홍진호에게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저는 홍진호에 의해 지니어스 1에서 정의구현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걸 봤기 때문에, 시즌2가 파국으로 끝나더라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을 겁니다. 시즌2와 시즌1은 완전히 다른 나라, 다른 종족도 아니고, 그저 사람들만 조금 다를 뿐입니다.
시즌2가 세상의 현실이라고 하지만 시즌1 같은 현실도 분명 존재합니다.
이제 분노를 멈추고 그냥 인간 홍진호의 삶을 응원하렵니다.
쓴 걸 읽어보니 좀 오그라들긴 하는데 제가 콩을 이만큼 사랑합니다...♥
그리고
ㅋㄲㅈㅁ ㅋㄲㅁ ㅅㄷㄱ ㅍㅍㅅㅅ
ㅋㄲㅈㅁ ㅋㄲㅁ ㅅㄷㄱ ㅍㅍㅅㅅ
잔망떠는 콩으로 마무리합니다^*^왼쪽 콧물 잘흘리게 생긴 분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