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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글쓰네요.. 뒤늦은 신년 인사입니다^^
게시물ID : sisa_263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
추천 : 1
조회수 : 26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7/01/08 07:44:48
좌파, 아니 진보, 아니 인간으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이란 건 참으로 고통스런 길이로군요..

요즘은 자꾸 제 지성과 지식이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일이 잦아져서 이런저런 책들을 많이 찾아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출판업계 불황'이네 뭐네 말들을 많이 듣긴 했지만 정작 내야할 책들을 내지도 않고 책같잖은 책들만 찍어팔면서 헛소리들하는구나..란 생각도 많이 드는군요.
철학서나 정치학관련 책은 커녕 경제학에 관련된 기본적인 책들조차 제대로 된 번역본을 내지 않으면서 "부자되기"류의 쓰레기 책들만 지겹게 쏟아내고 있으니 말이죠.

뭐, 이야기가 좀 샜습니다만.. 요즘은 소위 말하는 진보 지식인들의 책을 주로 찾아보고 있습니다. 아직 못읽었고 있었던 홍세화씨의 예전 책들부터 명성만 익히 들었던 박노자씨의 책들도 읽고 있구요, 마르크스에 대한 책도 읽어볼 생각입니다. 우리네 교과서에서 단지 '실패한 망상가'쯤으로만 취급되고 있던 그의 사상과 이념에 대해서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직접 판단을 해보고 싶어져서 말이죠^^;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싸움에 지치기도 했고.. 논쟁에 참여하며 자신을 돌아보니 문득 내가 알고 있는 것들, 내가 생각하고 지지하고 주장하는 것들이 과연 진실일까.. 이건 누가 내게 말해줬던거지? 과연 이것들이 내 자신이 직접 찾아보고 판단했던 것들인가..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뭐, 보수 우익의 주장은 이미 수없이 배우고 들어왔고, 또 지금도 각종 매체를 통해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섭취하고 있으니 직접 찾아보려고 발버둥치지 않으면 찾아볼 수 없는, 진보 좌익의 주장들을 찾아보고 판단해보려 하는 중입니다.

박노자씨의 책을 읽다보니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더군요. 물론 저도 스스로 진보계열에 속한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러저러한 부분은 그 개인적인 경험이나 감정에 치우쳐 근거가 빈약하지 않았나.. 끊임없이 의심하며 읽어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진실여부에 대한 의문이야 매체에서 쉽사리 떠들어대는 우익의 주장들도 매한가지이고, 진실여부를 떠나 기존 매체에서 알려주지 않았던 수 많은 정보들과, 특정 정보에 대한 색다르고 특이한 좌파적 해석/주장들은 제 지성을 균형있게(그리고 자주적으로) 기르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그의 주장들에게서 가장 흥미를 느낄 수 있었던 부분들은, 자신이 반대하는 것들에 대해 반대의 이유에 권위를 얻기 위해 쉽사리 대항마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 반대하기 위해 프랑스 민주주의를 비판없이 대안으로서 제시하지 않는 다는 것이죠. 사람이란게 원래, 무언가에 대해 반대를 하려면 그것에 반대되는 개념을 제시하며 그것을 섣불리 절대 선으로 포장하려드는 법입니다. 미국은 이러저러해서 나쁘다. 프랑스의 경우를 봐라 얼마나 좋으냐..란 식으로 말이죠. 이건 참으로 손쉽게 빠질 수 있는 유혹이며 함정입니다. 세상 어느것도 완벽한 것은 없으며, 모두 나름의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그러한 문제점들을 덮으려들면 그것은 또다른 파시즘의 발로일 뿐입니다. 뭐, 미국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그 대안으로서 제시하는 북유럽 복지국가들까지도 무조건 옳지만은 않다고 비판하고 있는 박노자씨의 화법이 얼핏 눈에 보이는 모든것을 대안없이 막무가내로 비난하는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저는 그의 그런 태도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물론 비판에는 대안이 필요합니다.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려면 그게 어떻게 바뀌어야하는지를 제시해야함이 마땅하겠죠. 하지만 자신이 제시하는 대안이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 그리고 타인이 뭔가를 비판하며 제시해온 대안 역시 완벽하지는 않을 것이란 걸 미리 용인해주는 것, 이것은 논쟁에 있어서 꼭 필요한 자세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건 참으로 힘든 일이겠죠. 글 서두에 제가 말한 것 처럼 참으로 괴로운 길일 겁니다. 자기자신조차 끊임없이 의심하고 돌아봐야하는 길이니까요. 하지만 내 주장이 완벽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용납하는 것은 동시에 타인의 주장 역시 완벽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용서해준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타인의 주장에서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을 지적하고 반론할 수는 있더라도 그것을 가지고 타인의 주장 전체를 무시하고 짓뭉개려 드는 행동은 할 수 없겠죠. 제 생각엔 이것이야말로 '지식'과는 다른 '지성'이 아닌가 싶네요. 오유 시게인 여러분들 각자의 주장은 모두 다를 겁니다. 비슷한 정치색을 지닌 분들도 특정 사안 하나하나에 대한 생각들이 모두 일치할 수는 없겠죠 절대.. 하지만 저는 진보/보수를 가르는 기준이 일반적인 '정치색에 의한 구분'이 아닌 '논쟁의 태도에 의한 구분'으로 나눠져야 한다고 봅니다. 타인의 주장을 무시하지 않고, 동의할수 없더라도 인정해줄 줄 아는 것.. 파시즘을 지양하는 것.. 이게 진보적 자세이고 그렇지 못한 파시즘적인 자세.. 타인의 의견을 무조건 무시/묵살하려 드는 자세라면 주장하는 정치적 견해가 어떤 것이든 이것은 보수적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보수는 지양되고 사장되어야 할 자세이며 진보(논쟁에 있어서의 진보적 자세)야말로 모두고 추구해야할 절대선이라고 생각합니다^^(걱정되어서 한번 더 말하지만, 제가 방금 말한 진보/보수란 단어는 개개인의 주장의 정치색에 따른 '일반적'구분이 아님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저는 오유 시게를 사랑합니다. 여기 저기 많은 정치관련 게시판을 돌아다녀봤지만 구성원 개개인의 평균적 지성이 이만큼 높은 곳은 보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시게분들의 지성에 호소해봅니다.
우리가 추구해야할 절대선과 지양해야할 절대악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건 정치적 견해의 다름과는 분명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추방하고 지양해야할 것은 파시즘적 논쟁태도이고, 우리가 추구해야할 것은 민주적 논쟁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논쟁에 있어서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아는 이라면 그가 한나라당을 지지하든 열우당을 지지하든 민노당을 지지하든 진정한 진보적 지성인이라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과 좋고 싫음은 명백히 다른 가치이잖아요.

저도 그동안 써왔던 제 글들을 보다보면 부끄러워집니다. 제 감정에 못이겨 누군가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경우도 많았고, 흥분을 참지못하고 누군가의 의견을 묵살하고 무시하려 들었던 일들이 많았으니까요. 이자리를 빌어 그 분들께 사죄드립니다. 나이를 먹고 생각을 넓혀가면서 제 자신의 무지에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때때로 관심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흥분해서 글을 적다가도 '확인'버튼을 누르기전 찬찬히 다시 읽어보고 얼굴이 붉어져 지워버리는 일들도 많아지더군요^^; 물론 사람이란게 자신의 감정을 100% 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런 소릴 늘어놓는 저도 분명 또 실수를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오유 시게를 사랑하는만큼 시게인 여러분들도 이곳을 사랑하리라 믿습니다. 모두들 글을 올리기 전에 한번쯤 자신의 글을 돌아보고, 상대방을 존중하려 노력하면서 이곳을 민주적 토론의 장으로 가꿔나갈 수 있기를 조심스레 제안해봅니다..^^

아침부터 쓸데없는 소릴 잔뜩 지껄였군요ㅎㅎㅎ 어쨌든 오유시게인 여러분, 모두 사랑합니다.
뒤늦은 신년 인사 드리며, 모두 좋은 하루/즐거운 일주일/행복한 한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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