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작년 이맘때 받았던 소개팅이 제일 황당 + 당황스러웠어요.
날이 막 더워지던 무렵 예전에 알던 직장(알바)동료 언니에게 연락이 왔는데
언니: 너 남자 소개 받을래?
나: 네?
언니: 소개 받아~~착하고 돈 많아. 사람 괜찮아.
나: 몇 살인데요? 외모는요?
언니: 일단 만나서 봐 사람 정말 착해~~나이는 서른 초반이야.
그때 제 나이가 스물 넷이었어요. 연상을 선호하지 않아서 평소라면 거절했겠지만
마침 '여자가 스물 중반까지 연애를 못해본 건 어디 하자가 있는 거다'하는 소릴 듣고 충격 받고 흔들리던 때라(지금은 네 다음 개소리ㅗ 하고 넘길 수 있음)
그래, 인연일지도 몰라. 만나보자. 하고 알겠다고 수락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소개팅 당일.
약속 장소에 나간 저는 당황하고 맙니다.
상대방 남자분이 아무리 봐도 서른 초반으로는 보이지 않는 외모였거든요.
최대한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나: 실례지만 나이가..?
남자분: 서른 아홉입니다.
나: ??
초반이라매?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제가 스물 넷이다. 주선자에게 서른 초반이시라고 듣고 나왔다. 감당하기 힘든 차인 것 같다 죄송하다. 그래도 여기까지 나오셨으니 밥이라도 먹고 헤어지자.
그렇게 해서 식사를 끝내고 바이바이 했습니다.
그리고 주선자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죠.
나: 언니ㅎㅎ 서른 아홉이 언제부터 서른 초반이었나여?
언니: 내가 그랬나? 뭐 어때 암튼 삼십대잖아~~
나: 전 스물넷이에여 언니ㅎㅎㅎ울아빠가 마흔 일곱인데 아빠보다 8살 어린 분이랑 어케 만나요
언니: (개뜬금없이)돈 많아
나: 네??
언니: 돈 많다고...만났을 때 그런 얘기 안 하디? 그 사람 가지고 있는 땅이랑 어쩌고 저쩌고 내가 진짜 너 생각해서 소개해준거야
나: ???
언니: 너 알바 두개씩 하면서 개고생하던거 생각나서 팔자 피라고 소개해준거라고
나: ㅋㅋ....????? 언니 제가 언제 남자 만나서 팔자 피고 싶다고 언니한테 하소연이라도 했었어요?
언니: 후.. 말을 말자 싫으면 말아 너 말고도 소개해줄 사람 널렸어. 정말 생각해준 것도 모르고...
나: ??????
(전화끊김)
그렇게 전화는 끊겼고 그 언니는 제 연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 언니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던 건지 궁금하고
그때 통화할때
"내 팔자는 내가 알아서 폈으니까 언니 팔자나 피세여"
라고 쏘아주지 못한게 한이 돼서 가끔 이불을 찬다고 합니다....퍽ㄱ퍽퍽 제길 시간을 되돌려서 저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아무튼 작성자의 황당한 소개팅 경험은 여기까지. 여러분은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