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것(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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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몸은 90퍼센트가 허공이다. '닿'는다는 것은 실은 허공과 허공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원자와 전자들간의 부딪침일뿐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모두 허상일뿐이고, 만남이니 헤어짐이니하는 것도 모두 부질없는 일일뿐이다. 삶도 죽음도... 나는 언젠가 술자리에서 애송이과학도 부장으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한 말의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헛소리인지 과학에는 1도 소양이 없는 나로썬 알 수 없는 이야기지만 그때 그 술자리에서 나는 그 부장에게 감사의 마음이 들었었다. 그런 사고방식이 마음에 들어 더 정확한 정보를 얻고 싶지도 않았었다. 그 때 그 부장의 말이 왜 내게 편안함과 위로를 주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만이 '무無'로 사라지진 않는다는 데서 오는 될대로 되라는 심보였을까? 절망적인 상황에서 인간은 오히려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것일까? 영적인 체험을 종교로써 할 수 없는 나같은 사람에게 신은 '오해한 과학'으로 신비롭고 황홀한 순간들을 내려주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그 때 했던 것같다. 잘 모를 때 더 황홀한 순간들이 있는 법이니까... 인생에서는 말이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나눔소유'는 무연고 사체들(연고자를 찾지 못한 독거사망자들도 포함된다)이 남긴 유류품들을 정리하고 분류하는 작업을 하는 회사이다. 비슷한 업무는 아마 당신들이 지금 살아가는 세상에서도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클라이언트는 관련정부기관이거나 건물주. 대개는 마지막 죽음의 참관인인 요양보호로봇을 통해 입수한 정보들을 토대로 사법적인 처리가 끝나고 난 뒤 소외자들이 남긴 물건들을 정리하는 비용을 선지급한 건물주들이 가족들을 찾지 못한 경우 나중에 국가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설명하면 복잡하지만 쉽게 얘기하면 고독사한 자의 뒷수습을 하는 일이다, 우리가 하는 일이란... 말하자면 우리가 하는 일들은 사회적으로 격리된 삶의 흔적들을 사회적으로 환원처리하는 일들이다. 재밌지 않은가? 살아있는 동안 사회적으로 아무 관심을 받지 못하던 인간이 그 자신의 죽음으로 마침내 자신이 사회적 존재였음을 증명해낸다는게... 처음 이 회사에 입사하면서부터 나는 이 아이러니가 마음에 들었었다. 소외는 죽음으로써만 사회성을 부여받는다. 어쩌면 그것이 '인생'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날, 그 '늙은 동네'에 나와 차대리(우리 회사에서 내가 직접 대면업무를 할 수 있는 직원들중 유일한 여직원. 나는 그 여직원을 좋아했었다. 싫어하기도 했었다. 매력적이라고 느낀 적도 있었고, 너무 뻔뻔하다고 느낀 적도 있었으며 반대로 순진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가 유리창에 '이발소'라는 글자흔적이 남은 낡은 건물안으로 들어갔을 때 복도로 통하는 1층 계단참앞에 소방교와 순경 하나가 담소를 나누며 서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입구로 들어가며 나는 차대리가 슬픈 얼굴로 이제 우리가 수습할 홍순장의 방이 이 건물에 남아있던 마지막 방이었고, 이제 곧 이 건물은 헐리게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나는 묵묵히 들었다. '로봇제조공장이나 관련건물이 세워지겠지, 아마도.' 그녀의 슬픈 옆모습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었다.
순경과 소방교와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 후 페인트칠이 벗겨진 자주색 철문 네 개를 지나 그 죽은 빌라의 마지막 숨은 거주자 홍순장의 집 안으로 들어섰을 때 나는 그곳이 황량한 사막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사건인지 사고인지의 처리는 이미 끝나 있었고, 아무도 탐내지 않을 빛깔과 모양을 지닌 죽음의 목격물들이 스산하고 쓸쓸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집도 병이 든다는 생각을 나는 이 일을 하면서 자주 하곤 했었다. 그 집이 바로 그런 집이었다.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선 뒤 주민등록상 나이가 83세인 홍순장 노인의 사체처리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한 소방교와 친절한 목소리로 특이사항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전화번호를 남긴 순경이 떠나고 차유리대리와 나는 그 휑한 방에 둘이만 남게 되었다. 분위기가 갑자기 어색해졌다. 말없이 장갑을 낀 나는 방을 둘러본 후 가늠을 하고 포장박스 두 개를 챙겨오기 위해 방을 나섰다. 문을 나설 때 차유리대리의 고개 숙인 옆모습을 흘끗 본 탓이었는지 밖으로 나와 박스를 가지러 차로 가는 내내 황량한 저 공간에서 무슨 일이라도 벌어져 차대리와 둘만 갇힌 채 남게 되는 상상을 나는 했다. 이런 상상을 한다는 걸 차대리가 알게 되면 불쾌하게 생각하겠지. 그런 생각도 했다. 내가 정말 소심하고 역겨운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고, 변태적인 상상에 부끄러워지는 기분이었다. 차대리... 나와 오랫동안 파트너로 이 일을 해온... 나이 차이가 여덟 살이나 나는 그녀와 나는 아주 먼 사이였고, 어쩌면 그 덕택에 짝사랑도 정듦도 아닌 이상하게 다양한 감정들을 나는 그녀에게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결과 자꾸만 이런 괴상한 상상들을 내가 하게 되는 건 아닐까? 이제 곧 헤어지기 때문일까? 아니면 일때문일까? 잡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라 왔다. 어쨌든 한 가지는 확실했다. 차대리와 일을 하는 그 긴 시간동안 그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내가 차대리를 생각하는 시간도 더불어 길어졌다는 것, 그것을 좋아함이나 매력을 느꼈다는 식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나는 차대리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단지 시간이 그렇게 했던 걸까? 어쨌든 나는 단 한 번도 그런 감정을 내비쳐 본 적이 없다. 내비쳐 본 적이 없는 그녀에 대한 그런 관심들이 쌓여 내 안에 자꾸만 그녀와 관련한 변태적인 상상력들을 우겨넣는 기분이었다. 내가 미쳐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괴물이 되어 가고 있는 걸까? 단순하고 순진한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제는 내 안에서 모조리 다 씻겨 내려가 버린 걸까? 내 마음도 내 얼굴과 몸처럼 추해져 가고 있는 걸까?
민트색 포장박스 세 개와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하나를 챙겨 다시 죽은 홍순장의 방 안으로 돌아왔을 때 고지서 봉투같은 것을 손에 들고 들여다 보고 있는 차대리의 옆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연체고지서?"
건성으로 나를 돌아본 차대리가 다시 봉투로 눈을 돌리며 말을 이어갔다.
"아니요, 뭐가 적혀 있어서요."
"뭐가?"
포장박스를 문틀에 걸쳐 놓고 차대리의 옆으로 갔다. 봉투에는 교육수준이 떨어지는 이 연배 노인들 특유의 알아볼 수 없는 글씨체로 '요양'뭐라고 쓰여 있고 역시나 글자들이 스스로 술이 취해 춤을 추는 듯한 모양으로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요양원 전화번호겠죠?"
문득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국가복지서비스로 '요양보호로봇'이 모든 소외계층들에게 일괄 제공되고 난 후 이런 죽음은 이제 흔한 일상이 되었다. 인생의 마지막을 삶과 죽음의 존재가 아닌 작동과 멈춤으로 존재하는 존재들과 함께하는 기분이란 어떤 것일까? 이 일을 하고부터 수도 없이 했던 그 상상들에 머릿속이 또 한 번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요양원에 가고 싶어 했을까요?"
당신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어떤지 모르지만 이곳에서 내 나이또래의 사람들이라면 '요양원'이라는 곳이 얼마나 지옥같은 곳인지 안다. 아주아주 비싼 요양원을 제외하면 그곳의 간호와 의료행위 모두 로봇에 의해 이루어지며 입원비가 싸면 싼 곳일 수록 더 심각하게 기계적인 대우를 받으며 삶의 마지막 자락을 맞이해야 한다. 공공연한 비밀도 뭣도 아니지만 당연히 그런 곳에서는 '양질의 삶을 위한' 처치가 아닌 '빠르고 효율적인' 죽음을 향한 처분을 받게 된다. 그야말로 공포와 지옥의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신체조차 제대로 못가눌 정도의 노인에게 혼자 사는 삶이란 그보다 더한 지옥이다. 정부비용으로 요양보호로봇이 개인 삶의 공간으로 파견되어 돌봄과 약처방, 주사처방등의 개인처치를 해주지만 거기까지다. 오히려 이 편리한 요양보호로봇시스템이 죽어가는 자가 그나마 신선함으로 누릴 수 있는 다른 모든 서비스들을 차단해버리기도 한다. 요양보호로봇이 지원금 항목으로 인터넷 주문을 해주기 때문에 그에겐 밖으로 나가 쇼핑을 할 자유도 없고, 자동주행탈것들이 완전 정비되고 난 후 위험하다는 이유로 인간이 조작하는 모든 탈것들이 사라지고 난 이 세상에서 홍순장은 밖으로 나갈 자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에게는 요양보호로봇이 지급되었으므로 자율주행휠체어가 제공되었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 홍순장이라는 노인이 요양원을 꿈꾸었던 이유를 나는 충분히 헤아릴 수 있었다. 이 노인은 지옥속에서 고작 조금 덜한 지옥을 꿈꿨던 것이다. 그곳에서도 기계에 의해 기계같은 처분을 받고 살겠지만 적어도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다른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존재하는 것이다. 어차피 철저히 격리가 되겠지만 어쩌면 눈이라도 마주치고 인사말이라도 건넬 수 있지 않을까? 삶과 죽음의 존재들과 말이다. 작동과 멈춤의 존재들이 아니라... 아마도 그런 상상을 죽은 이 남자 홍순장을 했을 것이었다...
차유리대리는 깊은 한숨을 내쉰 다음 봉투를 탁자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챙길 물품들을 찾기 위해 방을 살펴봤다. 나도 다시 한 번 방 안을 휘둘러 봤다. 이미 홍순장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요양보호로봇이 수거되면서 사건성이 있는 지 여부와 함께 기록된 그의 죽음과 관련된 방 안의 물품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을 것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아니면 곧 이 방이 허물어지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창문 하나없는 방 안의 공기까지도 메마른 느낌이었다. 마음이 뻐근해 왔다. 적어도 죽기 전 아주 오랜 시간동안 이 사람의 우주였을 이 공간은 소름끼칠만큼 흉물스럽고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사용한 지 오래된 살구색 전기밥솥이 놓여 있는 구석의 벽지는 새카매져 있었고, 큐브형 냉장고와 바깥 세상에서는 이제 더이상 찾아볼 수 없는 티브이(당신이 사는 세계와는 다르게 이 이야기의 세계에서는 티브이란 거의 유물로도 취급되지 않는 물건이 되어 있다.) 사이사이 휴지와 신문지들과 조제식 봉지와 딱딱하게 마른 조제식이 묻은 뭔지 알 수 없는 플라스틱용기, 밥그릇이 널린 싱크대 한 켠은 괴물들같은 잡동사니들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나마 요양보호로봇이 정리를 했기 떄문인지 아니면 그렇게 정리를 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 마치 재활용쓰레기들을 이곳저곳에 부려놓은 느낌이었다. 마지막 순간의 이 홍순장이라는 노인의 삶의 모양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 한 켠이 뻐근했다. 뭐랄까? 이 노인으로부터 풍겨나오는 죽음의 문양과 냄새가 방 안 곳곳에 배어버린 느낌이랄까? 말하자면 홍순장노인처럼 이 방도 병을 앓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우울하죠?"
결국 포장박스 하나에도 다 안 찰 분량의 수거물품과 퍼런 하늘빛이 묶음부분부터 바닥을 투과할 정도로 적은 양의 쓰레기를 싣고 돌아오는 차 안, 옆자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차대리에게 룸미러로 그렇게 물었을 때 "네."라는 짧은 대답과 침묵이 돌아왔다. 나도 더이상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전직신청서 수리됐다고 하던데요?"
잠시 후 그렇게 물었을 때 웬일인지 대답하지 않고 차대리가 내 옆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기색이 느껴졌다. 돌아보기가 꺼려지는 눈빛이었다. 괜시리 열쩍어져서 자율주행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살피는 척 콘솔과 글러브박스를 두리번댔다.
"왜요?"
"홍순장할아버지 말이예요, 자살일까요?"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궁색해지는 기분이었다.
"요양보호로봇을 오작동시켜서 자살한다는 소문... 그거 얘기하는 거예요?"
이 어린 여자직원은 언제쯤 나처럼 매사를 모른 척하고 지나가는 '기술'을 습득하게 될까? 요양보호로봇이 보급되고 나와 같은 연배의 인간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 그러나 마음속으로만 알고 절대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는 사실. 우리같은 사람들 인생의 마지막은 로봇을 '킬러'로 사용하게 되었다는 사실... 차유리대리. 당신이 지금 고민하고 있는 '죽음의 진실'이란 게 나중이 되면 아무 의미없는 고민이 된다는 것... 지금 아마도 당신은 이 홍순장이라는 남자가 요양보호로봇의 치료프로세스에 관여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인지, 이 건물의 효율적인 처리를 위해 공공연하게 국가가 로봇으로 홍순장을 죽였는 지가 궁금하겠지? 그런 순진한 의문을 품었던 게 그리운 날이 올꺼요. 아니, 이제 이 일을 그만두게 되는 당신은 어쩌면 아마 평생 내가 느끼는 이 허무함을 느끼지 못하게 될런지도 모르지. 그러나 당신에게도 죽음의 순간이 찾아올 것이고 그때가 되면...
"글쎄, 왜요?"
"아무래도 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요."
"뭐가? 뭐가요?"
차유리대리는 더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멍하니 전면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더 묻지 않고 나역시 앞 차창너머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같은 속도로 흐트러짐없이 움직이고 있는 차들... 이 같은 속도의 세상에서 우리들은 자유를 얻었다. 맘대로 고개를 돌릴 수도 있고, 발을 움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속도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다. 문득 그게 숨이 막힐만큼 답답하게 느껴졌다.
"차대리님."
"네?"
"오늘이 마지막이네."
"네..."
"전직 축하해요..."
"네?"
"난 이제 하라고 해도 못해요. 익숙해져서... 부럽네요, 차대리가..."
"아 네..."
멋쩍어져 자율주행계기판을 내려다 보았다. 손가락으로 속도조절버튼을 눌러봤지만 제한속도와 차간거리에 대한 데이터와 삑삑소리만 울려나올 뿐이었다.
"마지막까지 숨이라도 내 맘대로 쉬고 살다 죽는 거... 저도 그게 소원이예요, 차대리님..."
"..."
"차대리님, 전직하고 나면 뭐 하고 싶은 거 있으세요?"
"글쎄요... 그냥 한숨 놓을 수 있을 것같아요."
"그렇죠. 그게 최고죠, 뭐..."
사무실까지 가는 동안 더이상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언제 차라도 한 잔...'으로 시작하는 내 상상속 대화가 머리안 쳇바퀴를 맴돌고 있을 뿐... 홍순장할아버지는 자살한 것일까? 타살된 것일까? 우리 둘은 아마도 그 때 더이상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 질문들에 대해 고민하면서 우울해진 마음을 애써 추스르고 있었던 것같다. 돌아가는 자율주행차 안의 그 공기속에서 나와 차유리대리는 어쩌면 같은 마음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아니, 아마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기 존재의 무기력함도 함께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로봇의 속도와 움직임에 맞춰 돌아가는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나와 그녀는 그것이 슬픈 일임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알고 있었다. 우리가 사람이며 그것이 슬픈 일임을 안다는 사실을 말이다. 비록 기계적으로 작동하고 멈추는 세계에서 그 뒤를 닦는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이지만 말이다. 그때의 그녀와 나는 모두 알고, 그리고 느끼고 있었다. '따뜻한 것'이 그 날 그 때의 우리들 사이에는 있었다. 비록 그녀와 나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며, 앞으로도 아무런 사이가 아니게 되겠지만, 그 모든 것들을 그녀도 나도 알고 있었지만...
"감사했어요, 그동안..."
그녀의 겸사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사이 차는 어느새 사무실 앞 주차공간진입로로 접어들고 있는 중이었다. 완전히 차가 도킹되는 그 마지막 순간에 나는 머릿속으로 그동안 감사했다는 말은 내가 했어야 하는 말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대여 나는 알고 있어요, 따뜻한 것이 우리 사이에 있단 걸...(2)' 당신들이 사는 세계의 그 노랫말이 그 날 그 때의 내 안에서 울려왔다. 마음이 푹신해지는 기분이었다. 마치 정말로 그녀와 나사이에 어떤 '따뜻한 것'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1) '참깨와 솜사탕'의 노래제목
(2) '참깨와 솜사탕'의 노래 '따뜻환 것'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