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에 학교 축제에서 장애인 봉사 동아리 사람들이
'장애인 체험' 부스를 열었습니다.
휠체어, 시각장애, 청각장애 중 하나를 선택해서
각각 휠체어, 눈가리개, 귀마개를 하고
학교를 한바퀴 돌아오는 체험이었습니다.
물론 위험할까봐 옆에 봉사자분이 동행해줬죠.
그때 저는 아직 쌩쌩한 20대 초반이었고 몸무게도 지금의 3분의 2..T.T라서
'휠체어 체험'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시각이나 청각으로 선택할 걸 그랬다는 후회를 하게 됩니다.(그것도 나중에 착각임을 알게 되죠)
일단, 제가 다니던 학교는 평지보다는 오르막 내리막이 많습니다.
오르막은 제 팔힘으로는 못 올라가고, 내리막은 제대로 제어하기가 힘들어서 매우 위험했죠.
그런데 더 황당한 건
건물에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88학번이었으니 지금으로부터 대략 30년 전이라 휠체어 길은 뭐 거의..............
도서관에는 휠체어 통로가 있었지만, 문제는 경사 때문에 제 힘으로는 도저히 못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평지보다 높은 길의 경우 길 가장자리에 안전펜스가 없어서
조금만 삐긋하고 옆으로 가면 높이 2미터 정도의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도 있었죠.
하여간 봉사자의 도움으로 간신히 부스로 돌아왔는데....
저만 힘든 줄 알았더니
시각, 청각장애 체험하러 간 친구는 아주 꼴이 꼴이 아니었습니다.
시각체험 친구는 제대로 하겠다면서 혼자 지팡이 가지고 걸어보겠다고 했는데
한 10미터도 못가서 제대로 엎어졌다고 합니다.
저는 청각장애는 그래도 괜찮지 않나 했는데.............
뒤에서 무언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안 들리니까 신경이 너무 곤두서고..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더랍니다.
차가 와도 모르고.....뒤에서 자전거가 와도 모르고......
그 이후로.........
운동이 아니더라도
이 자본주의 사회에 '장애인'으로서 '생존'하고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그분들을 마음 깊은 곳에서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패럴림픽에서 각 종목 운동하시는 분들을 보니...메달이나 승리와 상관 없이,
장애를 가진 몸으로 그 종목 운동을 그렇게 하시게 되기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고통과 절망을 이겨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냥 이 사회에 장애인으로 살아가시는 것만으로도 인간승리이신데,
거기에 더해서 스포츠까지 하시는 모습은 정말
메달이나 승리나 순위와 상관없이
모두 영웅, 히어로이십니다.
패럴림픽 선수분들 모두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