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건국 신화인 ‘로물루스와 레무스’에 대한 여러 이야기 중의 몇 개는 아래의 자료에 소개하였지만, 간략한 내용을 두산백과에서 먼저 살펴보자.
로물루스는 전설에서 로마의 초대 왕이라고 되어 있다. 알바롱가의 왕 누미토르의 딸인 레아 실비아가 마르스신(神)을 통해 낳은 쌍둥이 가운데 형이다. 동생 레무스와 함께 티베르강(현재의 테베레강)에 버려졌으나, 늑대의 젖으로 자라다가 양치기 파우스툴루스에게 발견되어 양육되었다. 그 후 동생과 협력하여 새로운 도시 로마를 건설하였으나(BC 753), 형제는 반목하여 도시의 신성한 경계를 넘었다는 이유로 동생 레무스를 죽였다고 한다. 또 이웃인 사비니인(人)과 싸웠으나, 화의가 성립된 후로는 로마인과 사비니인의 두 민족을 지배하면서 30년 이상 왕으로 재위하며, 인구증가 · 판도확대, 제도(원로원)의 확립 등에 힘을 기울였다고 한다. 로물루스의 건국전설은 BC 3세기경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기원전 509년 로마 공화국은 로마인들이 폭군을 축출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아테네인들은 기원전 510~509년에 참주를 축출했다. 고대 그리스인 또는 그리스어로 글을 쓴 로마인 역사가에게 이것은 꽤나 마음에 드는 우연의 일치였다.
고대 역사가들은 이 날짜를 기준으로 로마 왕들의 통치 기간을 역산한 끝에 로물루스와 레무스에 의한 로마 건국연도를 기원전 813년에서 729년 사이로 추산했다. 파비우스(Quintus Fabius Pictor)는 기원전 747년일 것으로 추정했으나, 최종적으로 기원전 1세기에 활동한 작가 마르쿠스 테렌티우스 바로(Marcus Terentius Varro)에 의해 기원전 753년 – 그리스 역사의 ‘시작점’인 첫 올림피아 제전이 열렸던 기원전 776년과 비슷한 시점 – 으로 ‘밝혀졌다(?)’. 그리하여 로마가 지중해의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던 시기에 활동한 역사가들이 희망했던 대로, 로마 역사는 그리스와 로마 사이의 문화적 · 정치적 유사성 위에서 확정되었다.(그리스 역사가들은 전통적으로 로마가 그리스에 의해 설립되었다고 주장했다.)
이 신화에 관련하여 가장 널리 읽히는 작품은 티투스 리비우스(Titus Livius, Livy, BC 59~AD 17)의 《로마사(Ab Urbe Condita)》, (할리카르낫소스의) 디오니시오스(Dionysius of Halicarnassus, BC 60~BC 7)의 《로마사(Roman Antiquities)》, 플루타르코스(Plutarch, 46~120년)의 《영웅전 – Life of Romulus》이다. 파비우스(Quintus Fabius Pictor, BC 270~BC 200)가 앞의 책들의 출처로 사용된다. 다른 중요한 출처는 오비디우스(Ovid)의 <Fasti>와 버질(Virgil)의 서사시 <Avenid>이다. 그 외 타키투스(56~120), 베르길리우스(Publius Vergilius Maro, BC 70~BC19) 등의 유명한 작가들 작품에 들어 있다.
※ 위 3개의 작품 영문 온라인 자료
로물루스에 관한 신화는 몇 개의 에피소드로 나눌 수 있다. 신비로운 탄생과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어린 시절, 쌍둥이 형제 시절, 레무스의 죽음과 로마의 창건, 사비니 여자들 납치 사건과 사비니와의 전쟁, 티투스 타티우스, 로마 기관의 설립, 로물루스의 죽음, 누마 폼필리우스의 계승으로 나눌 수 있다.
‘로물루스와 레무스’, 쌍둥이 신화가 로마 신화의 원래 부분이었는지 아니면 나중에 만들어졌는지와 함께 이 신화의 역사적 근거에 대해서는 계속 논쟁의 대상이다. 로마인들의 지도자상에다 낯익은 신화의 형식을 덧입힌 것으로 추측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역사적인 인물이 신화 로물루스의 근간을 이루는 정도는 분명하지 않지만 신화에 나오는 사건과 제도 · 기관은 로마의 기원과 문화적 전통을 둘러싼 신화의 핵심이다.
‘로물루스와 레무스’와 같은 건국신화는 민족의 조상 또는 창설자로서 각 민족들의 선두에 서 있거나 민족의 상상력이 사랑하는 모습으로서 민족의 영웅시대로 옮겨진 사람들이다. 부분적으로는 빛이 바랜 신들이고, 여러 신들의 아들들이며, 지리적 · 정치적 추상화인 신화의 영웅들이 여기 속한다. 그것도 무엇보다 한 민족에게 이름을 준 영웅이자 수장들은 그 민족의 통일성에 대한 신화적 대변자들이다.
쌍둥이가 도시를 세운 ‘로물루스와 레무스’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의 ‘암토스와 제토스(Amphion and Zethus)’와도 유사하다. 암피온과 제투스는 제우스와 안티오페의 아들이었고, 그들은 쌍둥이 형제로 함께 테베(테바이)를 건국한 것으로 유명하다. (테베의 7개 성문과 고대 로마의 7개 언덕)
프로이트의 초기 협력자였던 오토 랑크(Otto Rank)의 『영웅 탄생의 신화』의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다루고 있다.
유력한 문화 민족은 어느 민족이 되었든…… 태곳적의 저희들 영웅이나 전설적인 왕이나 왕자, 종교의 교조(敎祖), 왕조의 개조(開祖), 제국이나 도시의 건설자, 요컨대 저희들의 민족적 영웅을 시적인 이야기나 전설을 통해 찬미해 왔다. 이들 민족은 이런 인물의 탄생이나 성장기 이야기를 환상적인 필체로 미화한다. 그런데 서로 멀리 떨어져 있고, 따라서 서로 아무 관계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각 민족이 보유하고 있는 이야기는 놀라우리만치 비슷한 양상을 보이거나, 부분적으로는 그 한마디 한마디가 서로 일치한다는 것이다. 많은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던 이런 현상에 주목해 왔던 것이다.
‘추방당한 아기’라는 신화적 주제가 적용될 역사적인 인물 중에 가장 오래된 인물은 바빌로니아의 시조인 사르곤(Sargon)이다. 이를 이어 시작되는 영웅 이야기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영웅은 모세, 키루스(Cyrus), 그리고 로마의 시조 로물루스(Romulus)다. 그러나 오토 랑크는 이런 이름 이외에도 서사시나 전설에 등장하는 무수한 영웅적인 인물을 소개하는 데 이들 영웅에게는 ‘아기 추방 모티프(기아설화, 棄兒說話)’의 테마가 그대로 되풀이 되거나 그중의 일부가 중복되거나 한다. 그런 영웅이 바로 오이디푸스, 카르나(Karna), 파리스(Paris), 텔레포스(Telephos), 페르세우스(Perseus), 헤라클레스(Heracles), 길가메시(Gilgamesh), 암피온(Amphion) 그리고 제토스(Zethos) 등이다.
큰 범주로 보면 헤롯 왕의 유아 학살을 피해 예수 가족이 이집트로 피신하는 성경의 내용과 이집트 신화에서 이시스가 자신들을 죽이려는 세트를 피해 그녀의 어린 아들을 데리고 도망하는 이야기도 포함시킬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 주몽신화가 예가 되겠다. 또한 제우의 탄생, 비슈누의 화신 크리슈나의 탄생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