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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파 마지막 주자>
역시 설명이 필요없는 독일의 고전파 작곡가. 하이튼, 모차르트를 아우르는 고전파 중 마지막 세대로 그 다음 유파인 낭만파로의 이행단계도 보인다. 교향곡 3번 <영웅 교향곡>(에로이카), 5번 <운명교향곡>, 9번 <합창교향곡>이 일반인에겐 익숙하다. 하이든, 모차르트와는 달리 대단히 의식적인 작곡가로 왕정을 혐오하는 소위 공화주의자이다.
<불멸의 연인>(1994년 영화)
<드라큘라>(1992)에서 드라큘라를 맡았던 게리 올드만이 베토벤을 맡았다(18 블라드 3세 참조). 게리 올드만은 <레옹>(1994)에서 독특한 사이코 부패 형사를 맡았던 바, 거의 같은 해에 발표된 이 영화의 이미지와 좀 겹쳐 불편하기는 하다.
전기 작가인 쉰들러가 베토벤이 남긴 세 개의 편지를 중심으로, 편지에서 계속 나타나는 ‘불멸의 연인’을 찾아 나선다.
베토벤은 형수 조한나를 사랑하였고, 둘은 몰래 만나기 시작한다. 같은 도망갈 생각까지 했지만, 계속 어긋나기만 하다가 둘의 사람은 이뤄지지 않고, 베토벤이 죽는다. 그 이야기 속에 형수 조안나가 낳은 아들이 베토벤의 아들이었음이 밝혀진다.
영화 전반부에 베토벤이 제자이자 귀족 여친인 줄리에타와 데이트 중이다. 왕궁 앞을 지나갈 때 평민 베토벤이 귀족의 몸과 부딪힌다. 귀족들이 냅다 소리를 지른다. 이때 베토벤이 하는 대사,
“이제 그들이 우리를 위해 길을 비켜야 해. 귀족의 시대는 끝장 났다구. 내가 어렸을 땐 이런 말만 해도 체포당했지. 하지만 지금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일을 봐. 사람들은 모두 나폴레옹을 두려워 하고 있어. 새로 만들고 있는 교향곡의 주제가 바로 나폴레옹이라구.”
나폴레옹을 염두에 두고 교향곡 3번 <영웅(에로이카)>를 작곡하고 있던, 공화주의자 베토벤의 말이었다.
어느 날, 여친 줄리에타의 집에 새 피아노가 들어온다. 베토벤이 그 피아노에 뺨을 바짝 붙이고 연주한다. 귀가 멀어져가는 것이다. 관객이 많이 기억하는 장면, 바로 영혼이 뜨끔해지는 <월광 소나타> 연주 장면이다.
1809년 5월, 나폴레온이 빈을 점령하여 초토화시킨다. 사람들은 피란을 가고 거리는 폐허가 된다. 민중의 왕인줄 알았던 나폴레옹은 짐승이었다. 이 장면에서 짜자자잔, 공화주의자 베토벤이 분노한다. 5번 <운명 교향곡>이 처절하게 깔린다.
참고로 베토벤 곡 중 3번 교향곡 <영웅> 말고 <황제>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피아노 협주곡 5번의 별칭이며, 나폴레옹과 관계없다. 베토벤은 나폴레옹이 점령한 1809년 5월을 지나 9월에는 이미 정해진 일정인 <영웅 교향곡>을 어쩔 수 없이 지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피아노 협주곡 ‘황제’은 이런 전란 중에 쓰인 곳인 바, 절대 나폴레옹 추앙과 관계될 수 없었다. 그저 베토벤의 최고 명작 중 하나라는 의미로 훗날 출판사에서 붙인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