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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자작소설] 스토커 입문
게시물ID : panic_303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10
조회수 : 270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6/02 16:00:08
새삼 5월 찾아온다고해서 기분 싱그러워져선 봄바람 감성포텐에 차오른 아드레날린으로 목욕하고 덥수룩하던 머리 짧게 자르고 새로산 신 갈아 신고서 나부끼는 선들바람 맞으며 봄산책이란냥 길바닥 쏘다니는 건... 맞다. 맞다...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늦은 4월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면, 길빵 담배하다 내 소중한 담배끝자락 젖을까 조심 또 조심하며 미간을 찌프리는게 맞다. 하늘하늘 짧은지 안짧은지 긴가민가한 옷입고 길 걷는 속살 허연 묘령여인들을 바라보다 수줍어 고개를 조아리는 그런게... 맞다. 이런 일상은 나에게 잘어울리는 티셔츠와 같다. 입에 맞는 술맛과도 같은거다. 고양이 목에 달린 방울종과 같은거다. 건조해 오래동안 말라있던 죽은 나무가지 끝처럼 건조해, 나는 건조해. 보통 남자야. 잘생기지 못하고, 세련이 뭔지 모르고 심심하고 지루한 보통 사람이야. 세상에서 가장 흔한 존재야. 무슨 옘병 주문처럼 외웠다. 나이 스물여섯먹고서 스무살 이후 5년째 그 흔하다는 여자친구도 못사귀며 사실은 심심하고, 정말로는 지루하고, 매일 하는 짓이라곤 일, 게임, 잠, 술, 친구, 인터넷...... 야동. 그래서 지금처럼 패닉상태에 빠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길었던 수년간의 자기최면의 종말이 찾아온 것이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일이다. 건조하고 심심한게 평화롭고 편하기만하던 나는 집근처 편의점 아르바이트 생에게 반했다. 천천히 시간들여가며 깊게 빠져들었다. 카운터 넘어로 마땅 손님에게 보여주는 친절한 미소가 나를 가슴팍 중심 약간 밑 명치언저리 부터 날 깊숙히 자극한다. '예쁘다. 예쁘다... 정말.' 정말. 괜히 반했다. 돌려줘 오랜만에 찾아온 내 봄바람! 살려줘! 라고 길거리에서 소리치고싶다. 대참사였다. 어떻게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어떻게하면 그녀가 내게 일말의 관심을 갖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만으로 몇날을 생각에 잠겨있었던 것은...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담배만 사던 때가 좋았다. 그러면 적어도 최소한 그녀가 금붕어가 아닌 이상에야 매일 담배사가는 왠 남정내라고는 기억해 줬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언젠가, 언젠가 어떻게 농담을 한마디 해 볼 수도 있는일이었다. 언젠가... 언젠가 연락처를 얻게되는 일도 있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조바심이 문제였다. 내 가슴 깊숙히 명치 뒷켠 언저리에 숨어있던 조바심. 갑작스럽게 급접근한 달콤쌉싸름한 핑크향 연애빛 새콤함에 느낀 조바심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 지극히 전문적이고 세심한 프로의 자부심마저 느껴지는 이제는 유행도 한철, 두철, 세철지난 스토커... 지랄맞다. 최악이다... 최악이 땅바닥이라면 나는 땅을 한참 파고 또 파고 들어가야 마땅한 위치에 존재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 멈춰지지 않는 스토커질은 이제 나의 삶의 일부, 내 인생의 원동력, 내 존재의 이유가 되버렸다. *** 스토킹... 첫날, 이제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 그날은 오전부터 동네편의점에 찾아갈 준비를 했었다. 마음을 다잡고 온몸에 시원한 물을 들이부으며 목욕제계하고 방구석에서 양초처럼 굳어가던 왁스 꺼내들어 머리도 세팅하고, 사서 얼마 입지 않았던 티셔츠 찾아 옷장뒤져 걸쳐보고 청바지를 입을지 면바지를 입을지 고민을 하고 이거울을 처다보고 저거울을 처다보고 옷을 갈아입고 또 거울을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준비라는 최소한의 준비를 다지고 또 다져보았다. 무슨말을 건낼까, "죄송한데 연락처 좀 주시면 안될까요?" 왜 죄송한지 모르겠어서 안되겠다. "혹시 일 끝나고 시간 있으세요?" 한가해 보이지 않아서 안되겠다... "혹시 남자친구 있으세요?" 하고 물을까? "있으면 뭐 어쩌게?"라고 하면 어쩌지... "카톡하냐고 물어볼까?" 스마트폰이 아니면 어쩌지?... 스마트폰이 인류에게 가져다준 경의적 발전은 나의 연애생활의 윤택함과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만 깨닫는 부질없는 시간만 지나갔다. 결과적으로 "혹시 남자친구 있으세요?", "그럼 연락처 좀 주시면 안될까요?", "일 끝나고 시간있으세요" 라는 순서로 물어보기를 결정했다. 중간에 한번이라도 No!라는 대답을 듣는다면... 모르겠다. 재치를 발휘해 악착같이 연락처를 얻던가, 그렇지 않다면 쿨가이를 연기하며 "네, 수고요."하며 편의점을 나설지... 집을 나서며, 열쇠를 집문에 걸어 돌리는데 내 숨이 가슴에 들어찬 후에 다시 밖으로 뱉어지질 않았다. 의식하며 바람을 토해내지 겨우겨우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 한번 숨을 들이 마시고 한번 숨을 내 뱉고, 이렇게 수동적으로 숨을 쉬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다. 왼발이 앞을 내 딛는데 오른발이 따라오는 것을 까먹는 것 같다. 땅바닥에 몇번 발이 끌리는지 모르겠다. 내 걸음은 빠른 것인지 느린 것인지, 느린데 마음이 급한 건지, 걸음은 빠른데 여유있는 것처럼 걷는건지 구분이 모호했다. 걸어서 2분이다. 집앞 세븐일레븐. 매일 사는 마일드세븐 라이트 한각을 사고... 준비한 말을 하자. 자신감이다. 나는 일등은 될 수 없다만 꼴등은 절대 아니다. 자신감 충전... 2분간의 자신감 충전... 금방 도착한 편의점 유리벽으로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갈색으로 염색한 단발머리가 깔끔한, 자주입는 검정 핫팬츠를 입은 화장기없는 오른쪽 손에만 바른 연두색 매니큐어를 한, 은근 키가 커서 단화만 즐기신는 듯한 세븐일레븐 아르바이트 여인에게 이제 다가가기 5초전... 그때 좀더 깊히 시간을 두고 생각했더라면 아마 지금은...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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