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 전에 좌석버스 타고 집에 오면서 있었던 흥미로운 이벤트.
좌석버스 타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의자가 두 개씩 붙어 있음.
난 둘 중 왼쪽에 앉고 오른쪽에 가방을 놔두고 그 위에 우산을 올려놓았음.
이어폰을 꽂은 채로 노래를 들으면서 즐겁게 오유를 하고 있었는데
시야의 우측에서 뭔가 꼼지락거리는 듯해서 쳐다보니 웬 손 하나가
튀어나와서 내 우산을 만지작거리는 것이 아님?
응? 응?? 응??? 뭔 시츄에이션???? 2.7초 정도 상황파악 후
'아 이것은 나의 부주의를 틈타 우산, 혹은 가방 속의 내 소지품을
절도하려는 것인가?? (쉽게 얘기해서 "ㅅㅂ 도둑놈새끼다!")' 라고 생각하고
뒤돌아서 손의 주인과 아이컨택을 시도했음. 아잉 부끄부끄. (*ㅡ_-*)
이색히도 부끄부끄 했는지 나와 눈을 못 맞추고 자꾸 시선을 피하는 거임.
그러다가 한 1.5초 정도 아이컨택에 성공했는데 그색히의 눈은 왠지
초점이 풀려 있는 듯한 느낌이라 원데이 아큐브 디파인을
하나 사주고 싶은 충동이 들게 만드는 그런 눈이었음.ㅇㅇ
더 바라보다가는 사랑에 빠질 거 같아서 (숨겨왔던 나~의~♬) 일단 다시 원위치함.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생각했음. '자 이색히가 앞자리 소지품 강탈
결승전 1차 시기에는 실패했다. 2차 시기를 시도할 것인가? 그 때를 노리자.'
조용히 운동화끈을 고쳐 묶고 그색히가 다시 한 번 손을 내밀기만을 기다렸음.
'내 너의 오른 손모가지를 사뿐히 즈려밟아 줄 터이니 오늘 니가 나의 진달래꽃이 되어 다오. '
인터넷을 하는 척 하면서 계속 놈의 2차 시기 시도를 기다리고 있던 중
2분 48초 정도 지났을 무렵! 드디어 이색히가 팔을 뻗었음!!!
근데 타겟이 내 자리가 아닌 내 건너편 자리에 앉아 있는 여성의 옆자리에 있는
쇼핑백이었음. 몇 번 툭툭 건드리더니 다시 원위치함.
'이색히봐라?? 선택과 집중을 모르는 색히구만?? 일편단심도 모르는 카사노바색히의 비참한 말로를 맛보여주지. 제발 내 자리로 함만 더 뻗어다오.'
영국전 승부차기에서 스터리지가 슛을 쏘기를 기다리고 있던 이범영의 마음이었을까?
아니면 테트리스에서 작대기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게이머의 마음이었을까?
요근래 이렇게 스릴 넘치는 순간은 없었던 거 같다.
하지만 내 이런 괄약근이 쫄깃해지는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이색히는
무심하게 서면에서 내려버렸다. 야 이색히야 내가 니 손 뻗는거 기다리다가
망부석이 될 뻔 했는데 그냥 내리면 어쩌니...
내리면서 내 자리 쪽으로 쳐다보길래 아쉬움을 담아 아이컨택을 한 번 더. 아잉 또 부끄부끄. (*-_ㅡ*)
아 ㅅㅂ 근데 이 글 어떻게 끝내야 되지??;;;
말로만 듣던 기승전병이 여기 있네;;
암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