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엄마, 아빠, 나 이렇게 셋이서 김치찌개를 먹으러 갔다.
소박한 인테리어에 정겨운 말투를 구사하는 아주머니 두분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
김치찌개는 큰 두부 2개와 돼지고기 여러점과 김치로만 이루어져 매우 단순했지만 맛은 정말 맛있었다.
반찬도 맛있어서 부모님과 즐겁게 이야길 나누며 식사를 거의 끝내갈 즈음...
문득 찌개 덜어먹는 내 그릇에 김치와 고기 사이에서 뭔가 까만게 보였다.
설마..
설마 아니겠지...
불안한 느낌이 들었고, 고개를 숙여 자세히 보니.. 역시나
파리였다...
처음 든 생각.
아 더러워
두번째 든 생각.
이거 파리 나왔다고 하면 밥값 안받을라나?
세번째 든 생각.
아빠가 가족에게 맛있는 밥 사주려고 데려왔는데 찌개에서 파리 나온거 아시면 상심이 크시겠지?...
그런데 생각하는 중에 표정관리가 안됐나보다...
엄마가 밥이 맛이 없냐고 물어보신다.
아..아니 계란후라이가 별로 다를게 없는데 맛있어서 신기해서~
괜히 계란후라이 핑계를 댔다.
난 비위가 강한편이다.
하지만 부모님 두분은 비위가 많이 약하시다.
방금 먹은게 10분 이상 펄펄끓는 찌개 속에서 파리 육수가 우러난 찌개를 먹었다고 얘길하면 분명 체하실거다...
그래서 나는 모른채하기로 했다.
이것도 선의의 거짓말 같은걸까?
자려는데 자꾸 낮에 보았던 파리시체가 생각난다.
한동안 김치찌개 생각이 안 날듯 하다...